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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들

[사설]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들
민중의소리 발행 2023-01-13 07:27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북한 핵무기)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러 단서가 붙어 있긴 하지만,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자적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해 지금 당장 핵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것은 아님을 덧붙였다.

우리 사회 내에 독자 핵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실무적으로 윤 대통령의 언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련 부처나 정부 조직이 윤 대통령의 말을 '업무 지침'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핵개발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결국 아무런 실속도 없이 허세를 부려 괜한 의심을 사게 됐다.

윤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은 대개 이런 식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교리에 이런 원칙은 없다. 국지적 충돌에서 이렇게 대응하면 당연히 전면전으로 비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저기는 핵이 있고 대한민국에는 핵이 없다"는 말도 했다. 이제는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인가? 우리 정부는 그 동안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면서 "핵이라는 것은 전면전을 의미하는 건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괜히 왜 쏘겠느냐"는 말도 했다. 도무지 어떤 생각인지를 알기 어렵다.

지난해 말 북한의 무인기가 침범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우리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런 작전은 하더라도 비밀리에 할 일이지,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닐 것이다. "입소 첫날부터 제대하는 그날까지 정말 한 시간을 아껴가면서 과학적인 교육을 시키고, 연습을 시켜야 한다”, “병사들을 잘 먹여야 한다. 배식이 좋아야 국가가 아끼고 있다는 것을 청년들이 느낀다" 등의 '잔소리'도 자주 한다.

지금은 탈냉전 이후의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때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나 북·중·러의 밀착도 이런 전략적 환경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본 전략을 재검토하고 실속있는 행동이 필요한 이때에 허장성세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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