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수천억 정부지원금” “단호한 조치”, 흑색선전 앞세워 노조 겁박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사실과 맞지 않은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을 넘어, 이 주장을 근거로 노조가 법적 의무도 없는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갖고 “노조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이라며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도운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고용노동부의 재정 관련 장부 및 서류 제출 요구에 ‘자주성 침해’를 근거로 응하지 않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른바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현장의 노사법치 확립을 위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대책으로서 먼저 회계 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207개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의 근간이 된 윤 대통령 발언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윤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민주노총이 받는 정부지원금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내는 본부 사무실 임대 보증금 30억여 원이 전부다. 이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민주노총 본부와는 독립적인 회계 시스템을 갖춘 16개 산별노조의 경우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고는 있지만, 재정의 대부분은 조합비이고 보조금 비중은 미미하다.

노조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수천억 원’이라는 건 일부 보수언론과 여당 정치인들이 민주노총 본부와 16개 산별노조의 모든 예산을 구분하지 않고 언급한 데서 파생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여과 없이 사용하며 일종의 흑색선전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지원금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라는 윤 대통령의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더군다나 민주노총이 노동부로부터 보조받는 임대료는 매년 정기 감사 대상이며, 용처의 성격상 감사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

윤 대통령이 정부지원금과 조합비를 포함한 전체 재정을 혼동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윤 대통령 말처럼 정부가 노조 회계를 들여다볼 법적 근거는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정식 장관은 대통령실 브리핑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노조는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조합비 세액 공제 상한은 30%”라며 “이 부분은 국가가 노조에 대해 특별하게 세금으로 보조해준 영역”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많이 받기 때문에 정부가 회계자료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법 26조는 노조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은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2017년 대법원도 조합원 요구 시에 열람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조합원 이외에 국가를 비롯한 외부기관이 노조 회계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이날 낸 참고자료에서 “노조법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라고 규정한 건 노조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행정관청이 이를 관리·감독하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노조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조직된 단체이므로 자주적 운영이 그 본질”이라며 “노조가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그 운영도 자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