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일본 전쟁범죄 면죄부 주는 강제동원 해법, 국민적 저항 거셀 듯

  • 강경훈 기자 qa@vop.co.kr
  •  
  • 발행 2023-03-05 17:28:01

    욱일기를 걸고 순찰 중인 일본 자위대 군함. ⓒ사진=뉴시스

    정부가 오는 6일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이른바 ‘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해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불복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강제동원 배상 해법은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우리 사법부에서 배상 판결이 확정된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대신 3자 변제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재단의 재원 조성에는 국내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물론 전범기업들의 사과 메시지 여부는 쟁점화되지도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의 해법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명목으로 배상금 조성 과정에 문제의 전범기업들을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일본 측과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혀왔다.

    당초 재단을 통한 3자 변제 방식은 일본의 전쟁범죄는 물론 전범기업들의 책임을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피해자 측과 시민사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강하게 반대해왔다. 또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비롯해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도외시됐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일본 측은 지속적으로 전범기업들의 참여를 반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전날 한국 정부가 배상금 상당액을 재단이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해결책을 공식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뜻이 있는 일본 기업의 재단 기부를 용인할 것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일부’나 ‘용인’ 등의 표현도 문제가 있지만, 선후 관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가 쏘아 올린 3자 변제안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실상 양국 협상의 초점이 금전적 문제로 축소된 효과도 발생했다.

    일본 측 태도 변화 이끌어내지 못해

    아무런 진전 없이 ‘3자 변제안’ 그대로 확정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책임 주체가 명확히 특정되지 않는 3자 변제 방식의 기존 안을 확정해 발표하게 되는 셈이 됐다.

    이는 작년 말 정부 안이 대외적으로 알려졌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1월 국회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피해자 측, 시민사회 등과 심도 있는 해법을 논의해보겠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 측 참석자 정보, 기초적인 발제 내용조차 공유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요식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정부는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해왔다. 피해자 측과 시민사회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정부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피해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한일 외교당국 간 협상이 진행됐고, 그 결과 역시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피해자 측에 ‘일본 측의 사후적인 기금 출연’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여기에 전범기업은 배제됐다.

    대신 일본 경제단체가 참여하는 별도의 기금 조성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이 공동으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에 나선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기금의 수혜 대상은 현재까지는 불명확하다.

    만약 최종적으로 이 안이 확정된다면, 정부는 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에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회비 및 기여금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범기업의 기여가 일부 인정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방식에 일본 측의 사죄나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 성격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그러한 성격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측이 바라는 온전한 책임 이행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

    피해자 측이 줄곧 요구해온 일본 측 ‘사과’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3자 변제안을 발표하면 일본이 과거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발표한 공동선언을 계승할 것’이라는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

    당시 발표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일본의 침략 행위 및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정부의 선제적 발표를 전제로 하기에 선후 관계도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 해당 선언 자체에 강제동원의 불법성 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담겨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발표하는 안과 관련해 ”일본 측의 그 어떤 재원적 부담도 이끌어내지 못하고(외교부가 노력한다 이야기했던 '피고 기업을 제외한 다른 일본 기업의 참여'조차 실패한 것으로 보임),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이 소멸되는 꼴이다.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지적했다.

    양국 경제단체가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는 안에 대해서는 “강제동원 문제에 일본의 부담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한국 정부가 외교적 실패를 감추기 위해 본질과 상관없는 재단에 일본 경단련의 참여로 분식을 하려는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대리인단은 6일 외교부의 3자 변제안 발표 직후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 발표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는 오는 7일 각계 단체와 함께 정부 발표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