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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없고 헛발질만 하는 민주당, 이재명의 길은?

[정희준의 어퍼컷] 이재명의 길, 문재인의 길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  |  기사입력 2023.03.30. 06:07:41 최종수정 2023.03.30. 08:12:43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끈질기고도 전방위적인 수사는 정치 탄압, 정적 제거, 야당 죽이기 맞다. 비명계 의원들이 '성남시장 때의 일'이라며 굳이 당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그가 당하는 고초는 윤석열 대통령에 맞섰던 민주당 대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민주당 분란은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대선 패배 직후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또 다수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에 출마했다. 주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성남시장 당선 이후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후보까지 '거침없이' 정치적 성장을 거듭한 때문인지 대선 패배 후에도 그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고 결국 분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치적 판단에 정답은 없다. 결국 쟁점은 당대표로서 당무를 잘 이끌고, 특히 대선 기간 약속했던 당 혁신을 완수할 의지를 가졌느냐, 또 민주당을 실력 있는 강한 정당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이 대표가 제1당의 리더가 되어 민주당이 첫째, 당 혁신, 둘째, 대여 투쟁, 셋째, 실력 있는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비명계의 반발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혁신의 목소리는 간 곳 없고, 소속 의원들은 연이어 헛발질만 국민에게 선보였다. 모든 것은 돌고 돌아 지도자의 책임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새 당직 인선, 변화의 발판이 될 것인가 

 

27일 이재명 대표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당의 통합을 위해 비명계 의원들을 대거 발탁한 탕평인사라는 평이다. '호남'과 '친문'에 대한 배려라는 분석도 있고 또 당내 686세력과의 연합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진짜 비명계는 없다'는 평가절하도 있다. 어쨌든 탕평인사를 통해 일단 분란은 잠재웠고 퇴진 요구도 당분간 잠잠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앞길은 무난할 것인가. 

 

이번 당직 개편을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당 혁신은 한 걸음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결국 선택한 통합과 화합, 다른 말로 절충과 타협은 결국 민주당을 '현상유지'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재명의 앞길은 무난할 것인가. 

 

민주당의 현주소 

 

대통령은 나라 안팎에서 사고를 치고 정부는 종횡무진 엇박자에 대통령실은 온갖 혼선을 주워담기에 바쁘다. 그래서인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내년 총선을 희망적으로 본다. 국민이 바라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민이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다. 

 

지난 대선 유권자들은 사상 최약체 대선 후보이자 '1일 1망언 제조기'였던 차관급 출신 정치신인을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사실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왔더라도 당선됐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무능한 문재인, 민주당이 미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은 유능한 정당으로 변모했는가? 

 

수년째 지리멸렬한 당이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는 사실 이 대표 혼자 감당해야 할 책임은 아니다. 현재 당에 정치혁신위원회 등 20여 개의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활동하는 위원회가 하나라도 있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부르짖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놈의 탄핵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는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상민 탄핵도 마무리 못한 자들이 지금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탄핵을 떠들고 있다는 점이다. 저 철없고 대책 없는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심각한 것은 지금 민주당엔 방향도, 목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지지도는 단 한 번도 대통령 국정지지도를 앞지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 포함)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다시 2020년 총선까지 초유의 4연승을 거뒀다. 문재인 덕에 배지도 달았고 그 덕에 먹고 살았다. 그런데 2020년 최대 다수당이 된 이후 어떠했나. 2021년 서울·부산 보궐선거 포함 벌써 3연패다. 지금 민주당은 '꼼수 정당'이 된지 오래고, 소속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한동훈 장관과 김건희 여사 망신 주기 위한 말재주 경연에 여념이 없다. 국민과 고민을 함께하기 보다는 자신이 등장한 유튜브 조회수에 더 뿌듯해하는 족속들이다. 

 

혁신의 이유 

 

12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격 없는 국회의원 물갈이"를 언급하며 "영남 전체의 교체율을 50% 정도로 맞춰야 전체 평균이 35%를 맞춘다"고 내년 국민의힘 총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틀렸다. 우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TK 25개 지역구 중 16개 지역구(64%)의 공천자가 바뀌었다. 또 내년 국민의힘 공천에 검사 출신과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이 대거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한 '윤석열당'이 되어야 하기에 공천 물갈이율은 35%를 훌쩍 넘길 것이다. 서울 강남과 영남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오금이 저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의힘 공천쇄신에 긴장하는 또 다른 집단이 있다. 바로 민주당 의원들이다. 집권여당이 공천 물갈이로 나오면 야당이 이에 맞설 전략은 더 센 공천 물갈이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의 달인 YS와 DJ가 총선 때마다 새로운 인물, '젊은 피'를 찾아 나선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최대 수혜자가 바로 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686들이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공천쇄신에 나서면 민주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복수의 전문가가 예상하는 민주당 의석수는 120~130석으로 일치한다. 추가 관전 포인트는 국민의힘이 과반인 150석을 넘느냐이다. 흔히 사람들이 '아무리 배가 불러도 디저트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고 하듯 국민의힘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이와는 별도로 축적된다. 당연히 싸늘하다. 

 

민주당이 실력 있는 정당,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례가 있다. 우선 문재인 당대표 시절.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에 선출된 문재인은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비노-비주류의 퇴진 요구에 직면했다. (그해 연말 분당사태에 이르기까지 문재인이 겪어야 했던 퇴진 요구는 지금 이 대표가 당하는 것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의 길, 김종인의 길 

 

위기상황에서 문재인이 택한 길은 당 혁신이었다. 5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 이전 민주당은 7년간 6개의 혁신안을 만들었으나 모두 내부 반발에 부딪혀 쓰레기통에 처박혔었다. 그러나 '김상곤 혁신위'는 11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당헌, 당규에 반영하며 관철시켰다. 지금의 윤리 관련 조항들이나 공천 시스템이 모두 그때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은 기존 민주당 터줏대감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박지원, 김한길, 정세균, 손학규, 김두관, 이종걸, 박영선, 천정배, 정동영, 원혜영에 호남 중진들로부터 반발이 거셌을 뿐 아니라 '극좌적,' '수구패권주의,' '제2의 박근혜'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연말엔 소속 의원 67명이 "총선 공천 권한 일체를 선거대책위원회에 위임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호남 중진들이 탈당 조심을 보이자 박지원, 이종걸 등은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묵묵부답 혁신의 길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통합을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그해 7월 당직 개편에서 문 대표는 자기 사람을 단 한 명도 쓰지 않았다. 대표 비서실장엔 김한길과 가까운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고 핵심인 조직본부장엔 박지원의 측근인 이윤석 의원을 앉혔다. "김한길계가 문재인호 당직 장악"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과거 여의도정치의 문법은 당연히 서로의 지분을 보장하며 나눠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차라리 자리를 비워둘지언정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의 복심이라던 윤건영 의원도 당에 들어오지 못했고 비서실 부실장을 공석으로 남겼다. 금번 조정식 사무총장의 유임이 아쉬운 이유다.

 

이렇듯 문재인은 내 줄 것은 내주면서도 혁신을 확실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당대표 취임 1년 이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바로 리더십의 명분이었다. 이로 인한 여론의 지지는 덤이다. 문 대표가 당시 비주류 측과의 갈등 과정에서 대표직 재신임을 거는 등 때로 강경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혁신이 문 대표에게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는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며 영입한 김종인이다. 분란이 끊이지 않고 집단탈당까지 벌어졌던 민주당이 확 달라졌다. 과거 민주당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며 '전제군주'라는 세간의 평까지 있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의 상징인 이해찬은 물론 유인태, 정청래, 강기정, 전병헌, 김현 등을 공천 배제해 난리가 나기도 했다. 결과는? 참패가 예상되던 총선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국민은 실력 있는 정당을 원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부 지지자들이 선명성을 요구하지만 선명성이라는 것도 실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우유부단, 우왕좌왕으로 귀결된다. 지금의 민주당이 그렇지 않은가. 지지자들 장단에 춤을 추며 자기가 판 벌여놓고서는 그 판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또 우르르 몰려다니며 새로운 판 벌이자고 춤을 추는 저들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무려 169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기에 지금 민주당의 무능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결국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당 자체가 방향도, 목표도, 실력도 없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길은 무엇일까. 이 당을 계속 끼고 갈 것인가. 그러면 대권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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