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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감청 의혹 대통령실 대응에 “성급하고 서툴러”

  • 기자명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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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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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태효 제1차장, 기자 질문에 불쾌감 드러내는 등 입길 올라

    검찰의 민주당 의원 불법정치자금 혐의 압수수색, 향방 촉각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 종합대책으로 보기 어려운 한계 지적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으로 인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기밀문서 유출의 심각성을 밝힌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파문을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11일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서 “어제 제가 말씀드린 (문건 상당수가 위조) 사실은 미국이 확인을 해줬고, ‘어떤 것이 어떻다’는 것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4월13일자 주요 신문 1면

    미국 당국은 문건유출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2월28일, 3월1일자 자료가 유출됐다며 “(유출) 경위와 범위를 찾아낼 때까지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美국방 “문건유출 매우 심각하게 인식…경위 샅샅이 조사”> 기사는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 이집트 등 문건에 등장한 주요국들은 모두 “문건 일부가 허위”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NYT는 “대부분 진본이며 조작된 일부 또한 애초 유출본은 수정 없이 (온라인에) 게재됐다”고 보도해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유출 과정을 조사하는 데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등 당분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3면 <문서 ‘상당수 위조됐다’는 정부…미국선 ‘대부분 원본’에 무게> 기사에서 “미국 관리들은 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100여쪽의 문서 중 일부는 원본과 다른 내용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원본대로 유출된 문서가 퍼져나가는 중간에 일부 변조가 가해졌다는” 뉴욕타임스·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유포된 문서 일부는 러시아군 전사자는 줄이고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를 늘렸다며, 유포 경로를 추적한 전문가들은 디스코드에 올라온 기밀 문서 사진들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부가 변조된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장관의 기자회견 발언, 같은 날 빌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번 사태에 유감을 밝힌 점 등을 들어서는 “유포된 문서들이 대부분 원본 내용임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봤다.

    한국일보의 경우 ‘유출 문건’이 도감청으로 취득한 신호정보(시긴트·SIGINT) 외에 “스파이나 내부 협조자를 통해 얻은 인간정보(휴민트·HUMINT) 바탕으로 만든 보고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1면 <“미 유출 문건, 감청 아닌 전언 짜깁기 정황”>과 이어진 기사의 내용이다. 한국일보는 ‘유출 문건’이 일례로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 대화에 ‘직접 인용’ 부호가 없고, 대화내용을 ‘보고된 바’(reportedly)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문건 상단에 다양한 통신장비가 동원된 ‘SI-G’(SI-Gamma) 분류기호가 적힌 점 등을 들어 “신호정보에 다른 방식으로 얻은 정보나 작성자의 판단을 섞어 재가공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내부자 연루 가능성은 남는다”고 했다.

    ▲4월13일자 동아일보 사설

    12일 조현동 주미대사 신임장 수여로 외교라인 재정비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실을 향해선 “외교라인의 공백을 빠르게 메웠지만, 최근 불거진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안보실 도·감청 의혹은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일보 <방미 앞둔 尹, 외교라인 초고속 정비…도·감청 의혹 진화 주력> 기사는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돌출 악재인 도·감청 의혹이 혹시라도 이번 방미에 재를 뿌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국빈방미 일정을 최종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의 도·감청 의혹 질문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대통령실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은 비판을 사고 있다. 대통령실이 앞서 유출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며 야권의 비판을 “허위 선동”으로 규정한 가운데, 김태효 1차장은 미국에서 만난 기자들 질문에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같은 주제로 물어보려면 떠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사설] 美도 인정한 기밀 유출, “묻지마” 대응은 의구심만 키울 뿐>에서 “미국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다루는 대통령실의 태도를 보면 너무 성급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어 오히려 의구심을 키우는 모양새”라며 “한미가 이번 논란을 두고 갈등을 드러낼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동맹 간 신뢰에 의문을 갖게 한 의혹에 대해 양국이 제대로 살펴보고 따질 것은 따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문제로 한미동맹이 흔들릴 만큼 허약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어 “‘동맹 최우선’을 내세워 모든 사안을 묻어둘 수만은 없다. 가능한 범위에서라도 국민에게 설명하고 공개가 어렵다면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것 없이는 늘 미국에 기대 매사를 동맹 핑계만 대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적 자괴감만 깊어질 뿐”이라고 했다.

    한겨레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한국 외교안보 실세> 기사는 그간 김태효 1차장의 ‘한·미·일 협력 최우선주의’ 외교 인식이 논란을 부른 사례들을 지적했다. 이번 도감청 질문에 대한 대응 외에도 한-일 정상회담(3월16일) 직후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일본이 깜짝 놀랐다. (일본 쪽에서) ‘우리로서는 학수고대하던 해법인 것 같다’(고 반응했다)”고 말한 사례 등이다.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외교안보 실세였던 김 차장은 2012년 여론과 동떨어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밀실 처리를 주도하다 물러났다”며 “대통령실 안에서는 김 차장의 입지가 더욱 강해졌다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검찰,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민주당 현역 의원들 압수수색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불법 정치자금 의혹 관련해 윤관석, 이성만 민주당 의원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의원 등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강래구 한국공공기관 감사협회장에게 6000만 원을 받아 민주당 현역 의원 10명에게 건넨 정황에 대해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2일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관련해 두 의원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 20여 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주요 신문들은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경향신문: 불법 정치자금 의혹 민주당 윤관석 압색

    국민일보: 檢, 하루 새 의원 2명 압백…野전대 수사확대

    동아일보: ‘민주당 全大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압수수색

    서울신문: 檢, 하루에 민주당 의원 2명 동시 압수수색

    세계일보: 野 전대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압색

    조선일보: “의원엔 300만원”…민주당 전대 때 돈 살포 정황

    중앙일보: 민주당 전대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의원 압수수색

    ▲4월13일자 중앙일보 기사

    검찰은 민주당 일부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를 사업가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 사무부총장 수사에서 파악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 심리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6개월 선고(9억8680만8700원 추징 명령) 받았다. 중앙일보 <이정근 징역 4년6개월 중형…민주당 불법자금 수사 탄력> 기사는 “검찰은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이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윤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당 대표 경선에는 송영길 전 의원과 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출마해 송 전 의원이 당선됐다”고 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수사”라고 했다. 이 의원은 “어떠한 사실 확인 요청이나 사전 조사 없이 들이닥친 황당한 압수수색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정부 학교폭력 대책, 신문들이 제기한 우려는

    정부가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공개했다. 현 고1 대상 2026학년도 대입부터는 대학들이 학교폭력 전력에 대해 수능 위주 정시와 논술, 실기, 실적 전형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 중대사안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4년 동안 학교폭력 기록을 남겨야 한다. 취업까지 이어지는 불이익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13일자 신문 다수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한계와 논란을 짚었다. 국민일보 <치유보다 엄벌…대입 정시 뿐 아니라 논술·실기도 불이익> 기사는 “대입 전형과 소송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소송 결과에 따라 당락이 바뀔 수 있어 입시 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대학의 문제’로 넘기는 분위기”라며 “학폭 기록 4년 유지는 전문대에 진학하는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지 여부에 따라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소년범 또는 학교 내에서 교권침해 행위를 해 징계를 받은 학생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고 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분리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연장하고, 피해학생이 분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방안 등은 진전이 있다는 평가다.

    ▲4월13일자 세계일보 기사

    한국일보 <“학폭 잘잘못 법정서 가르자” 불복소송·맞신고 증가 우려> 기사는 정부 대책에 대해 “학폭이 대입과 직결되면서 가해자의 불복 소송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학폭 맞신고’가 더 많아질 수 있고, 저연령화하는 학교폭력 추세에도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우려 섞인 평가를 전했다.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조치는 각각 졸업 후 2년(4,5호)과 4년(6,7호) 생활기록부에 보존되는 게 원칙이지만,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삭제가 가능하다”며 “삭제 심의 역시 대입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이라 대입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가해자 측 소송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입시 불이익 위주 대책이 저연령화하는 학교폭력을 막기에 부족해 “종합대책이라 부르기에 부족하다”(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는 비판도 있다.

    세계일보 사설(<학폭 정시 반영한다면서 교육부 ‘감점’ 가이드라인은 없어>)은 “정시 반영과 관련해 ‘대입에 필수 반영하도록 한다’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은 제시했지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감점할지는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겼다”며 “같은 처분이라도 대학마다 감점 기준이 다를 경우 형평성 등의 혼란이 초래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만큼 무너진 교권 강화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당부했다.

    서울신문 사설(<관료적 사고 한계 보여준 정부 학폭 근절대책>)은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방이나 교화에 대한 고민은 없이 가해 학생의 손발을 묶는 데만 골몰한 행정편의주의 대책으로는 학폭을 줄이기 어렵다”며 “사과와 반성보다는 소송을 선택하는 ‘학폭 처벌의 역설’이 이미 심각한 현실이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보호와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다. 정부가 이 정도 대책을 최종안으로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학폭 근절을 위해 보다 거시적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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