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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멈추기 위해 몇 개의 분향소가 더 필요할까” 안산에 모인 세월호·이태원 유가족

5월 ‘10주기 위원회’ 발족...“국민 생명·안전 외면하는 국가권력 영원히 발붙이지 못하게”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304명 시민합창단이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4.16. ⓒ뉴시스
9번째 세월호 참사일을 맞은 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향한 호소는 여전히 짙었다. 304명의 희생자를 그리워하는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는 159명의 목숨을 떠나보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이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같이 위로하고, 행동하기 위한 마음을 모았다.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 ‘기억·약속·책임’은 진상규명을 위해 달려온 지난 9년의 시간을 상기하고,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는” 상태에서 다시 진력할 힘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그토록 한목소리로 외친 요구와 호소들,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등 어느 것 하나 오늘날까지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어쩌면 오히려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켜서 국민 갈등을 고조시킨 게 지난 9년 우리 사회의 민낯”이라며 “‘이제 그만했으면 됐다’고 여전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는 게 더 솔직한 지금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그 10년을 다 채우고 나서야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될까”라며 “그 기대를 안고 1년을 또 버텨본다. 온 힘을 다해서 버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김수진(단원고 2학년 1반) 양의 아빠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당시 학생으로서 학교 수업 일정으로 수학여행 간 아이들 관련 부처 교육부 장관, 참사 당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해양경찰청장 등은 당연히 (이 자리에) 참석해서 기억하고 추모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대하는 국가의 입장과 대응 행태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조차도 기억과 추모를 하지 않겠다는 교육부, 유족이 원하는 추모의 글귀마저도 ‘걸지 않겠다’는 안산시의 행태가 오늘 9주기 기억식에 나타났다”며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에 있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꼬집으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월호 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29일, 길 가다 젊은 생명 159명이 희생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또다시 일어났고, 또 다른 국민들이 우리와 같은 억울한 유가족이 됐다”며 “우리는 여기서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 이영만(단원고 2학년 6반) 군의 형 이영수 씨는 동생에게 전하는 편지를 읽으며 “우리는 작년에도 사람들을 보냈다. 이런 일을 멈추기 위해 분향소 몇 개가 더 필요할까”라고 탄식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행동이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임을 강조한 이 씨는 “나라는 언제나 사람들의 삶, 안전을 담보로 서 있고 대규모 참사는 그 약속에 뚫린 구멍을 보여준 일이다. 여기에 ‘놀러 가서 죽었는데’, ‘적당히 해야 하는데’와 같은 말은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잊혀가는 거 같아 무섭다”며 동생 영만 군에게 “사랑하고, 보고 싶다”고 전했다. 많은 참석자가 이 씨의 편지에 눈물을 훔쳤다.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4.16. ⓒ뉴시스

오는 5월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 발족을 준비하는 준비위원회는 선언문을 통해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우리의 경험과 여정을 기억하고, 나누고 재해석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며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고 모든 재난 참사 희생자,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국가권력이 영원히 발붙이지 못하도록 새로운 다짐, 새로운 약속, 새로운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함께한 304명의 대합창단은 정희성 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불렀다.

정부 측에서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기억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읽었다. 조 장관은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가 남긴 아픈 상처와 국민들의 질책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겠다. 더 안전한 바다,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세월호 유가족,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세심히 살피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출장으로 불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추도사는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대독했다. 김 지사는 “참사 이후 국민 누구 하나 세월호 상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참사를 기억하는 우리 감정을 단 하나로 꼽자면 그건 단연코 부끄러움일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안전, 인권의 가치는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이민근 안산시장도 현장 추도사에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와 강성희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자리에 함께했다.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묵념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2023.04.1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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