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남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이 9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5.09 ⓒ민중의소리 “요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 말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윤석열 정부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반발이 커지자 지난 3월 6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말이다. 당시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MZ로 불리는 청년층이 이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MZ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며 이렇게 주장했던 것이다.
이 장관뿐만 아니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이틀 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를 통해 “이 부분(근로시간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제가 볼 때는 2030과 관련된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에게 MZ는 일종의 ‘만능열쇠’다. 정부가 하려는 무언가가 벽에 부딪히면 항상 MZ와 청년을 소환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제3자 변제’ 형식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굴욕 외교’조차 미래세대인 청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Z라는 ‘만능열쇠’는 윤석열 정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근거로도 활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연이어 청년세대를 언급하며 이른바 강성 노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32개 부처·청 MZ세대 공무원 등 15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노조 간부 자녀가 채용되고, 남은 자리로 채용 장사하는 불법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일엔 “기득권 강성 노조의 폐해 종식 없이는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21일엔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기존 노조는 기득권 세력이고, 이들이 청년세대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며 노조와 청년세대를 ‘갈라치기’하고 있다. 사실, 세대 간 갈등 또는 젠더 갈등 조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갈등을 조장했고, 주 공략 대상은 2030세대 남성이었다.
이런 전략은 일부 성공을 거뒀다. 실제로 방송 3사가 진행한 20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58.7%, 30대 남성의 52.8%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20~30대 여성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며 결국 20~30대 전체 지지율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과거 선거와 비교해 청년층에서의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이번 대선이 근소한 차이(0.73%p)로 승패가 갈린 걸 생각하면 일정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노조를 탄압하면서, 일본과 굴욕외교를 하면서, 근로시간을 늘리려고 하면서 ‘MZ’를 소환하는 건 갈등을 되풀이하고 이를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그렇다면 이런 시도는 지금도 유효한 것일까? 과연 청년노동자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할까? 강정남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청년 도약, 새로운 서울지방본부’를 구호로 내걸고 서울지방본부장에 당선된 그는 40대를 갓 넘긴, 철도노조에선 비교적 젊은 노조 활동가다. 지난 9일 그를 만나 철도 청년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우선 윤석열 정부가 MZ세대를 핑계로 시도한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있는 휴가도 못 쓰는데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하다니요
청년노동자뿐 아니라
일하는 노동자들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이런 주장이 나온 건 노동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52시간이냐, 69시간이냐’는 시간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지금 현실은 주어진 연차도 제대로 쓰기 힘든 상황입니다. 연차를 쓰는 건 단협에서 보장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2명 또는 3명이 근무하는 상황에서 한 명이 빠지면 나머지 인원이 한사람 몫을 더 일해야 해요. 일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다 보니 동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있는 휴가도 못 쓰는 데,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하다니요. 청년노동자뿐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직장갑질119의 지난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정 연차휴가인 15일을 전부 사용하지 못한 직장인이 80.6%에 달했고, 특히 20대 노동자의 55.1%는 연차휴가를 6일 미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은 일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현실과 맞지 않지만, MZ세대를 소환하며 노동시간 유연화를 시도하는 건 이런 노동자들 사이를 갈라치는 전략이 그동안 성공적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대 간 갈등이나 젠더 갈등 조장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청년노동자, 특히 남성 청년노동자들을 겨냥해 일부러 갈리치기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20~30대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기보다는 경험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지금 노조를 이끌어가는, 또는 과거 노조 활동을 해온 세대들은 직접 민주노조를 만들고 투쟁했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 절실함을 느끼지만, 청년조합원들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노조를 만들고 투쟁으로 무언가 얻어낸 경험이 없기에 인식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는 정도에요.”
철도노조에서 청년국장으로 일하며 많은 청년조합원을 만나온 강 본부장은 “노조에 대한 약간의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도 윤석열 후보가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격하고, 젠더 갈등을 촉발해 청년들의 상당수가 지난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현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또한, 철도 내부에서도 외주화했던 업무를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임도 알고 있다. 당시 외주업무는 정규직화해도 정규직화된 자리는 공정하게 입사시험을 거쳐 사람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며 공정에 민감한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정규직화 과정에서 부정적 반응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조금 과대화된 측면도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도 많은데 공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만 과도하게 부각한 거라고 봅니다. 실제 청년조합원들을 만나면 정규직·비정규직, 젠더 이슈를 갈등으로 느끼기보다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단결해 나갈지 고민하는 이들도 많았어요.”
“노동조합 활동을 오래 해온 이들은
다 알아요. 결국은 모든 게
계급의 문제이고,
결국 단결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요”
사회적 불평등이 심하면 심할수록 사회적 약자, 혹은 노동자 사이에 갈등이 커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과 장년, 남성과 여성 등 이른바 을들 사이의 갈등만 커지면서 노동자가 단결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힘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노동자를 갈라지는 것은 자본이 노동을 지배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철도의 근무 환경은 태생적으로 이런 식의 노노 갈등을 유발하기 쉽다.
“철도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저는 시설직 철도노동자예요. 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선로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해요. 레일, 침목, 노반 등을 관리합니다.”
철도엔 다양한 직종과 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이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운전, 열차, 시설, 차량, 역, 운전도 광역, 일반 등 나누기 시작하면 한없이 나눠 직종 직군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 그렇기에 철도노동자의 민주노조 투쟁은 이런 직종과 직군의 차이를 넘는 단결해야 가능한 싸움이었다.
“노동조합 활동을 오래 해온 이들은 다 알아요. 결국은 모든 게 계급의 문제이고, 결국 단결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요. 자기 직종만의 요구를 내세우면 어떻게 되는지 경험을 통해 배운 겁니다. 직종간 이해관계가 없진 않지만, 하나의 노조로 단결하지 못하면 사측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맞서기 힘들다는 걸 잘 알아요. 청년조합원들은 이런 경험이 부족해 아직은 깊이 이해하진 못하지만 조금씩 알아나가고 있습니다.”
철도노조 조합원의 40%가 20~30대
현재 전체 철도노조 조합원의 40%가 20~30대다. 철도에 지원하는 청년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한국철도공사 채용형 인턴 모집은 경쟁률 11.8대 1을 기록했고, 2022년 상반기 채용 평균 경쟁률 28.3대 1을 기록했다.
“근무시간이 일정해서 흔히 말하는 ‘워라벨’이 보장되는 직장이라고 생각해 지원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어요. 철도노조가 그동안 근로시간, 근무 체계 등을 개선해 왔기 때문에 만족하는 청년조합원들이 많습니다. 철도 입사 면접을 볼 때도 이런 이유로 지원했다는 이들이 많아요.”
청년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이들 세대는 철도노조 전면에 나서진 못하고 있다. 한동안 철도에서 신규 사원을 뽑지 않으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주도해왔던 현 50대 노동자와 새롭게 일하기 시작한 청년조합원 사이 중간 세대도 부족하다. 2015년 입사한 그가 2년만인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에 나선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2017년 서울시설지부에서 총무부장을 맡았어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서울시설지부는 지부장이 없는 ‘사고 지부’였어요. 사실 서울시설지부는 민주노조를 건설할 당시에 시설 직종 가운데에선 최선두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지부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활동하던 분들이 퇴직하면서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사고 지부가 됐던 거에요. 그러다 다시 지부 조직이 꾸려지면서 제게 총무부장 제안이 들어왔던 거에요.”
“내 반격의 시대가 왔어
나는 새삥 모든 게 다 새삥”을 외치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 선거에 나서다
본격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철도노조 청년국장, 2021년 서울시설지부장을 거쳐 서울지방본부장으로까지 나서게 됐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새로움’과 ‘청년’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2년 차를 맞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선거에 나선 그는 조합원에게 ‘새로움’을 강조했다. 지코의 힙합 음악인 ‘새삥’을 개사해 로고송과 영상을 만들었고 “내 반격의 시대가 왔어. 나는 새삥 모든 게 다 새삥”을 춤추며 외쳤다.
“선거운동 기간 노조가 젊어져야 한다고, 세대교체 필요하다고 호소했어요. 젊은 노동자가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본부장으로 출마했고, 많은 조합원이 호응해주셨어요. 이런 호소에 청년뿐 아니라 선배세대들도 함께해주셨어요.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어려움 예상되는데, 나서줘 고맙다는 선배들도 있었습니다.”
‘새삥’을 외치며 본부장에 당선된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청년조합원과의 소통이다. 그는 “젊은 조합원들의 기대가 커요. 과거엔 소통하기 어려웠던 부분들도 젊은 본부장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는 조합원들도 많아요”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청년조합원과의 소통을 통해 그는 노조를 새롭게 이끌어갈 이들을 발굴하려고 한다. 손을 놓고 있으면 또다시 과거처럼 세대간 단절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고민이 커요. 올해 내부적으로 분할 민영화 등 많은 과제가 있기에 투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자칫 눈앞의 과제들 때문에 후배들을 발굴, 성장시키지 못하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어두울 테니까요. 요즘 현장 순회를 계속하고 있는데,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와 시각적 자료를 활용해 쉽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청년조합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노조의 문턱도 낮출 계획입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철도조합원 네 분이 돌아가셨어요
철도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철도의 안전도 지켜질 수 있어요”
그가 현장에서 만나는 청년조합원은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청년노동자들이 근로시간 유연화를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만난 청년조합원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산재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코레일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14명이 숨지고 789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노동자라면 누구나 일하면서 아찔했던 순간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을 찾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강 본부장도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철도 특성상 야간에 선로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요. 예전에는 열차가 운행하는 상황에서도 상례작업을 했어요,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선로 옆에 인접선로가 있는데 거기는 열차가 다니거든요. 작업하다 보니 여기저기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하루는 작업을 하는데 한 선배가 옆 선로로 넘어가 있는데, 열차가 오는 것을 미처 못 봤어요. 다행히 동료들이 소리치고, 끌어당겨서 큰 사고를 피했습니다. 아주 아찔했어요.”
철도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선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 철도 노사는 2018년 4조2교대 전환에 합의해 2020년부터 전면 시행을 약속했지만, 일부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3조2교대는 ‘주간-주간-야간-야간’으로 일한다. 연속 야간근무를 하는 날은 아침에 퇴근해 저녁에 다시 출근하다 보니 노동강도는 세지고, 안전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2022년 한 해 동안 철도조합원 네 분이 돌아가셨어요. 연속 야간근무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고의 위험은 당연히 커집니다. 철도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철도의 안전도 지켜질 수 있어요. 4조2교대 도입을 위해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국토부와 기재부에 요구했지만, 무시했어요. 그래서 일종의 자구책으로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전면은 아니지만 4조2교대 근무를 도입했는데, 국토부는 4조2교대 근무가 사고를 불러왔다고 왜곡하고 있어요.”
청년노동자들이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한다고?
20~30대 청년 기관사들은
아파도 쉴 수조차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파도 쉬지 못하게 병가나 보건휴가를 제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4월 13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는 코레일 수도권광역본부 인근인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구로승무사업소에서 기관사의 병가를 금지하고 보건휴가를 통제하는 일이 20~30대 청년기관사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0일 코로나 양성 반응으로 조퇴를 요구한 기관사에게 운전을 강요했고, 12월엔 고열로 병가를 신청한 기관사에게 출근을 종용해 운전을 지시했으며 올 1월엔 A형 인플루엔자가 병가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운전을 강요한 일도 벌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노동자들이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고 당차게 외치는 권리의식 높다고 말했지만, 20~30대 청년 기관사들은 아파도 쉴 수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아프면 쉬게 해달라’는 청년기관사들의 요구는 노조 차원의 대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언제든 이런 문제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조직과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1년에 사용할 인건비의 총액을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인건비를 집행하도록 한 총액인건비 제도 때문에 철도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총액인건비 제도 속에선 한계가 커요. 예를 들어 기관사들의 인력이나 수당을 늘리면 어디선가는 줄어들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인력충원 요구는 언제나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이는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커서
‘민영화’라고 직접 말하진 않지만
이른바 ‘우회 민영화’, ‘스텔스 민영화’
시도는 계속되고 있어요”
철도노동자와 철도의 안전을 위협하는 윤석열 정부의 철도 민영화 광풍도 거세다. 지난 4월 4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부터 SRT 운행 노선을 기존의 경부·호남 고속선에서 경전선(창원·진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를 운행하면 해결될 수 있음에도 SRT 확대에 나선 건 철도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4월 6일 성명을 통해 “국토부는 손바닥으로 코레일을 가린 채 SR만 이야기하고 있다. 경쟁체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번 노선확대는 SR을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특혜 정책이다. 이 정책은 관제권 공단 이관, 차량정비 민간 이관, 시설유지보수업무 공단 이관과 맞물려 철도 민영화로 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경쟁체제 안착이 아니라 민영화를 위해 코레일을 산산조각내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도 철도시설유지보수 업무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하는 현재의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다. 철도노조는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철도 안전을 위협하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철도 민영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커서 ‘민영화’라고 직접 말하진 않지만, 이른바 ‘우회 민영화’, ‘스텔스 민영화’ 시도는 계속되고 있어요. 경쟁을 망하지만, 결국 국민 안전을 위협할 뿐이에요. 철도뿐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올 하반기에 공동 투쟁도 계획하고 있어요.”
거세게 몰아치는 민영화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는 방법은 노동자들이 힘을 모으는 것뿐이다. 여러 차이를 넘어 노동자들의 단결만이 해결책이다. 그는 현장을 돌며 청년조합원들에게 “철도가 그동안 수많은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많은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그동안 받은 연대와 지지를 윤석열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여러 노동자와 함께 연대하며 갚아야 할 때”라고 호소하고 있다.
“단일한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해요”
아울러 그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리 정치가 아닌 노동자들의 직접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1년 여름 ‘KTX로 수서까지 가고 싶습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20만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낸 적이 있어요. 기쁘고 뿌듯했지만, 한편으론 언제까지 청원하고, 부탁하고, 요청하는 정치를 해야 하냐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어요. 철도노조는 국토부와 기재부 상대로 투쟁하는 일이 많다 보니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정당도 4개로 갈라져 있고, 민주노총도 선거 때 지지 후보를 밝히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어 아쉬움이 커요.”
아쉬움이 컸던 만큼 최근 민주노총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한 논의를 그는 관심 깊게 보고 있다. 그는 “총선이 얼마 안 남은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여러 방안이 고민될 수 있겠지만, 어떤 방안이든 나중에 궁극적으론 단일한 노동자정당·진보정당으로 가는 방안이었으면 한다”고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그는 끝으로 “젊은 조합원이 철도노조의 주역으로 섰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이야기했다. “철도는 기후 위기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통수단이에요. 그런 만큼 청년조합원들이 철도노동자로서 긍지를 가지고 일했으면 합니다. 많은 청년조합원이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가 나의 조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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