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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된 역사전쟁, 2차대전은 끝나지 않았다

  • 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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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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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을 기획한 이유

역사전쟁과 미국의 신냉전

2차대전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론’의 저자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가지고 지속하는 정치”라고 했다. 반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 말을 뒤집어 “정치는 다른 수단을 가지고 지속하는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지금 정치인지, 전쟁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쇼의 준동이 재연되고 있다. 어쩌면 종전 이후 위장하고 숨었던 파쇼 세력이 가면을 벗은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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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

역사전쟁이란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을 말한다. 그런데 홍범도 장군이 느닷없이 역사전쟁에 휘말렸다.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이 1927년 공산당에 입당해 소련과 항일무장투쟁을 공조했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육군사관학교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결정하면서 “공산주의와 싸워야 하는데, 공산당 입당 전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부적절 하다”고 밝혔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막는 데 장관직을 걸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항일무장투쟁 영웅이자 천재 작곡가인 정율성이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는 이유다.

윤미향 의원이 ‘간토학살 100년 도쿄동포추도모임’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색깔론’을 들이댔다. 정부는 행사를 주최한 총련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며 윤 의원을 향해 ‘반국가행위’라고 했고, 여당은 윤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간토학살은 일본 정부가 교활한 거짓 정보를 유포해 조선인 6천여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1923년 간토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민심이 동요하자,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정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다. 이에 일본 경찰과 연결된 자경단이 불심검문을 하면서 조선인으로 확인되면 가차 없이 총칼을 휘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이 벌이는 역사전쟁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과 관련된 일로 지금까지 논란이 된 적 없던 사건들이다. 더구나 항일무장투쟁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대부분이 공산주의자였다. 특히 조선독립군과 연합해 일제를 물리친 소련 공산당은 미국, 영국, 중국과 함께 2차대전 연합군에 편성된 우방이었다.

이 때문에 독립운동을 공산주의라고 폄훼한다면 이는 항일독립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냉전 시기 반공 정서에 편승해 반북 대결의식을 조장하던 역대 보수 정권조차 반일을 억지로 공산주의와 엮어보려는 시도는 감히 못 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이 무리하게 역사전쟁을 일으켜 ‘반일 대 반공’의 이념대결을 격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전쟁을 기획한 이유

최근 윤석열 정권이 역사전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보수 쪽 지지층이 불안해서 그러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난 3.1절 이후 나타난 윤 대통령의 집요한 언행을 볼 때 단순히 지지층 결집 목적으로만 보기 힘들다.

3.1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였던 일본은 이제 우리의 안보협력 파트너로 변했다”면서 한일군사동맹을 시사했다. 이어 8.15 경축사 때는 독립운동을 ‘공산 세력과의 싸움’이라 했고, 일본과의 안보 파트너를 재차 강조하면서, 촛불항쟁과 민주화 운동을 ‘반국가세력의 준동’이라고 역설했다.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윤 대통령의 표현은 더욱 노골적이다.

외교원 60주년 기념사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추종 세력, 반국가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라며 ‘뉴라이트’ 주장을 그대로 읊었고, 국민의힘 연찬회에서는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면서,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대국민 선전포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 정권은 역사전쟁을 통해 한국사회를 ‘반일 대 반공’으로 갈라놓고, 검찰과 공안기구를 앞세워 반일 운동을 반국가세력의 종북 활동으로 몰아간다는 계산이다.

윤 대통령은 ‘반일 대 반공’의 이념대결에서 반공주의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이런 확신 때문에 윤석열 정권은 내년 총선도 과반의석 확보를 자신한다.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의 특성상 ‘친북’을 택하느니 차라리 ‘친일’ 쪽이 낫다고 판단하는 유권자가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위기는 그다음에 찾아온다.

애초에 미국이 윤석열 정권을 앞세워 한‧미‧일 군사동맹을 체결한 이유는 북‧미전쟁, 중‧미전쟁에 한국과 일본을 대폿밥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입법권까지 장악하면 미국은 전쟁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된다.

 

역사전쟁과 미국의 신냉전

해방정국에 미 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척결할 대신 공산계열 독립운동가를 구속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1949년 한 해 동안만 11만4천여 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구금했다. 대부분 공산계열의 독립운동가였다. 이들을 수사하고 고문한 자들은 일제강점기 순사였던 친일경찰들이다. 38선 이북에서 쫓겨난 친일파(서북청년단)까지 이승만 정부의 ‘빨갱이 사냥’에 합세했다.

70여 년이 흘러 한국사회는 다시 ‘반일 대 반공’의 대결장으로 변했다. 문제는 적대세력 간의 정치적 대결이 자칫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전쟁은 북‧미전쟁일 수도 있고, 중‧미전쟁일 수도 있다.

중‧미전쟁의 필요충분조건은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이다.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미국은 대만을 대폿밥으로 앞세워 중‧미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군국주의로 재무장한 일본 자위대를 파병한다는 전략이다.

북‧미전쟁의 필요충분조건은 내년 4월 윤석열 정권의 입법부 장악이다.

중‧미전쟁과 마찬가지로 북‧미전쟁이 발발하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발을 디뎌놓는다. 한미일은 전쟁동맹을 맺고 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때 반일세력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막아서면 미국의 전쟁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반일 대 반북’이라는 이념대결을 격화시켜 반일세력을 총선에서 제거함으로써 대북 전쟁에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보장하려는 것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의 본질이다.

 

2차대전은 끝나지 않았다

2차대전은 반파쇼 전쟁이었다. 나치 독일, 이탈리아 파시즘, 군국주의 일본 등의 파쇼에 맞서 소련, 미국, 영국, 중국이 연합군을 결성해 싸운 전쟁이다.

전쟁이 끝나자 반파쇼 열기는 더욱 세차게 끌어 번졌다. 유럽 전역에서는 나치 척결에 전력을 다했고,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친일잔재 청산에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나치는 네오 나치로 부활했다. 한국에는 토착왜구를 비롯한 친일 권력이 기승을 부린다. 더구나 전범국 일본은 재무장을 통해 군국주의를 부활했고, 일본 자위대는 한반도를 비롯한 해외 파병까지 가능해졌다.

바야흐로 파쇼가 준동하던 2차 세계대전의 재연이라 할 만하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이 연합군을 배반하고 파쇼의 우두머리가 됐다는 사실이다.

70여년 전 다하지 못한 파쇼 척결을 이제 마무리 할 때가 왔다. 이번엔 잔재가 남지 않도록 송두리째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에 전쟁의 불씨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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