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부의 예산지출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이미 확정했다. 근대국가의 시작은 국민의 대표가 정한 예산사업에 정부가 지출하는 것이다. 정부가 임의대로 허리띠를 줄여가면서 지출을 줄이는 것은 전근대 국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만약 지출을 줄이고자 한다면 감액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한덕수 총리 말을 부정한다. 억지로 지출을 줄이는 대신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불용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도 눈가리고 아웅이다.
[관련기사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국가재정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적은?]
기획재정부는 억지로 지출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방정부에 주는 교부세, 교부금 23조 원은 줄일 것이라고 한다. 지방교부세 등 23조 원 삭감으로 정부는 추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세수가 줄어도 국채를 추가발행하지 않을 수 있는 마법은 세수결손의 40%를 지방정부에 떠 넘기는 방법이다. 기재부가 지방교부세 23조 원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는 지방교부세가 내국세 규모에 자동으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내국세에 연동되어 자동으로 줄어드는 지방교부세 23조 원을 올해 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지방정부에 23조 원을 덜 주면 안 된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세수결손을 반영하는 시점은 올해가 아니라 내후년이 되는 것이 옳다. 내국세가 예산보다 줄어들거나 증가하면 지방정부에 주어야 할 지방교부세 금액을 정산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올해 지방정부는 이미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주겠다고 약속한 금액에 맞춰 지출계획을 세우고 이미 집행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경제상황에 따라 적자재정, 흑자재정을 넘나들면서 국채를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균형재정이 원칙이다. 중앙정부가 주기로 약속한 교부세액만큼 지출사업을 편성하고 이미 집행중이다. 한참 지출을 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약속한 돈을 주지 못한다고 하면 지방정부는 예산을 정상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 지방정부는 돈이 모자르다는 이유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균형재정 원칙에 맞지 않다. 지방정부의 지방채는 마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처럼 특정 사업의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지방채를 발행한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올해 발생한 세수결손은 올해 인식하지 않고 내후년(2025년)에 인식할 수 있게끔 지난 2014년 지방교부세법이 개정되었다. 내국세 감소를 지방정부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지방정부의 재정 평탄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내국세 감소와 증가에 따라 찬물, 뜨거운물 수도꼭지를 급격하게 변동시키는 것은 재정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 이에 올해 내국세 감소분은 2025년도에 반영하는 것이 입법취지에도 맞고 재정운용원칙에도 부합한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올해 발생한 세수결손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23조 원을 떠넘기면서 국채 추가발행을 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론은 왜 25년도가 아니라 올해 세수부족분을 지방에 떠넘겨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뎌야”한다는 한덕수 총리의 잘못된 발언을 비판없이 전한다. 그리고 23조 원의 교부세 등을 지방에 떠넘기는 것으로 국채발행을 피하고자한다는 기재부의 입장을 비판없이 전한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