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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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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전략이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 단어조차 생소한 '공산주의'와의 전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극우·강성 장관들이 통일, 안보 수장으로 등장하며 남북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대북 전략이 세팅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폭주는 남북의 충돌을 불사하는 듯하다. 이 기사에서는 윤 정부의 한반도 '포석'이 어디로 향하는지, 왜 위험한지 그 속내를 분석해 보겠다.
첫 번째 포석, 극우 통일부 장관과 강성 국방부 장관의 지명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는 극우 통일부 장관, 강성 국방부 장관을 왜 지명했을까?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지명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이전 정부의 남북 합의를 존중하는 등 이어달리기를 강조했다. 그가 통일부 수장으로서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동안 남북관계는 그나마 최소한의 '관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어선 상황에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2기 통일부 장관은 전임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연속성을 찾기 어려운 극우 인사이다. 김영호 장관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북한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하는 것은 김정은이가 정권에서 쫓겨나는 그 길밖에 없다"(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고 주장한 바 있다.(관련 기사:
대통령은 통일부를 없애고 싶은 건가 https://omn.kr/24m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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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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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문회를 거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현직 대통령에게 내란 선동에 가까운 극우적 발언을 하고, 대결적 대북관을 숨김없이 드러낸 인사이다. 국방부 장관으로 너무나도 부적절한 신원식 후보자에 대해, 우리 국민은 부적절하다는 여론(48.3%)이 적절하다는 의견(30.6%)보다 우세하다(코리아리서치, 2023.9.28). 앞서 언급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또한 우리 국민에게 부적격( 52.7%) 판정을 받은 바 있다(미디어토마토, 2023.7.28).
윤석열 대통령의 철 지난 이념 논쟁을 제1선에서 지휘할 극우·강성 장관의 인선, 그렇게 첫 번째 포석이 놓여졌다.
두 번째 포석, 남북 군사합의 무력화
두 번째 포석은 남북 군사합의 무력화로 연결된다. 윤석열 정부는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9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만약 (북한이) 중대 도발을 하게 되면 9.19 합의 정신을 명백히 어긴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 대응해 적절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말해 남북 군사합의 무력화 가능성을 열었다. 여기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9월 27일 개최된 청문회에서 9.19 군사합의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효력을 정지시킬 정도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군사합의 폐기를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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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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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점은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 폐기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사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북한의 도발, 특히 국지 도발을 상당 부분 억제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이 침투하거나 국지 도발한 사례가 265건이나 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국지 도발이 1건씩"에 그쳤다. 특히 접경지역의 우리 국민들에게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필요한 안전장치이다. 반대로 9.19 합의의 폐기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국지적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9.19 군사합의를 스스로 폐기하려 하는가? 이제 다음 포석으로 가보자.
세 번째 포석, 대북 심리전의 재개
윤석열 정부는 대북 심리전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해서 북한을 억제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심리전'을 통해 '북한을 억제'하겠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우리 군이 김정은 체제를 비방하는 확성기를 다시 켠다면 휴전선의 긴장은 극대화될 것이며 국지 도발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대북 심리전이 재개된다면 그 위험은 배가된다.
관련하여 우리 헌법재판소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위헌(표현의 자유 침해)으로 판결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개정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1항 3호(전단등 살포) 및 제25조(벌칙)에 대해 헌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해당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 공보관실은 "입법자는 향후 전단 등 살포가 이루어지는 양상을 고찰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경찰 등의 대응 조치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단 등 살포' 이전에 관련 기관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대북 전단의 내용이 북한 김정은 체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와 함께 대북 전단이 접경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9.19 군사합의 폐기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체제의 전복'을 주장한 바 있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통제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둔 포석은 매우 우려스럽다. 극우 통일부 장관과 대북 강경 국방부 장관의 지명, 그리고 진행될 9.19 군사합의의 폐기 시도, 마지막으로 대북 심리전의 재개가 한 수, 한 수, 점에서 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 또한 이런 주장이 하나의 '시나리오'로 남길 바란다. 다만 최근 윤석열 정부의 포석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보다는 남북 접경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두어지고 있다.
국회는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도 정부와 국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권자가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 여론조사 관련
- 코리아리서치, 2023. 9.28. 25-26일 전화 면접, 전국 1010명 대상, 응답률 12.4%,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P
- 미디어토마토, 2023.7.28. 전국 1032명, 응답률 2.6%, 오차범위 ±3.0%P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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