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인 1998년 11월 28일 관광객 882명을 태운 '현대금강호'가 동해항에서 출항해 금강산으로 향했다.
어려움이 없던 것 아니지만 2003년 2월부터 육로관광이 시작돼 중단 직전까지 누적 관광객 수 200만명 돌파를 앞둘만큼 금강산관광은 안팎의 관심과 기대속에 순항했다.
2008년 8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그 이튿날부터 전면 중단되기 까지 금강산관광은 10년 진행되다 지금까지 중단 15년을 넘기고 있다.
금강산관광 2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 기업인들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청산요구를 제기했다.
"정부가 허가하고 정부가 중단시켰으니 정부가 청산하라"는 요구이다.
정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기자회견문에서 "금강산관광은 이제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피해보상특별법으로 국가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강산기업들의 요구"라고 밝혔다.
청산의 핵심내용은 금강산기업들의 손실보전, 투자금 전액 지급 및 대출금과 이자탕감 등을 피해보상특별법으로 처리해 달라는 것.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등 정치적 이유로 통치권 차원에서 모든 남북경협을 중단시켰다고 하면서 금강산기업들의 피해보상 요구에는 '법이 없어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계속하고 있지만, 태풍이나 코로나19 등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도 특별법으로 피해 국민들을 지원하거나 보상해 왔는데 왜 이 문제에 책임을 다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이제 금강산관광은 물거품이 된 상태이니 지금은 완전히 청산 절차를 밟아 남북경협 1세대는 물러나고 훗날 남북관계 개선 후에 2세대들이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업중단 조치로 인해 금강산기업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정당한 지원(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 개성공단 폐쇄 이후 개성공단기업들에게 제공한 피해지원 기준과 형평성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요구이다.
특히 개성공단기업인들에게는 투자자산의 90%를 지원한 정부가 금강산 및 5.24조치 피해기업(내륙투자기업 등)에게는 45%만 지급한 것은 문제이니 투자자산의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자기자본과 개인 은행대출로 투자한 피해자들인데, 왜 자금지원도 해주지 않은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에도 미치지 못하는 차별적인 지원기준을 적용하느냐는 것.
개성공단과 달리 관리위원회나 보험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가입할 수도 없었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개성공단기업 중 보험미가입 기업에 대한 지원 기준을 일괄 적용해 45%로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심사에 누락되어 단 한푼도 피해지원을 받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투자자산 100%지원과 함께 △수출입은행 대출금 이자 및 전액 채무면제 △국회 피해보상법 제정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이 기업들이 요구하는 청산의 내용이다.
이종흥 전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2007년 5월 금강산사업을 위해 38억원을 투자해서 맥주공장과 레스토랑, 면세점 5군데를 운영하다 13개월 뒤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사업을 접은 장본인"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고는 "내가 경영을 잘못해서 사업을 접은 것 아니지 않나? 정부가 승인해주고 호응하고 지원했던 사업을 정부가 중단시키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다시 사업을 해서 잘 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50대 초반에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지금 60대 후반인데 이 빚을 자식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않나. 제발 빚더미에서 벗어나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5.24조치 피해기업 대표로 자리를 함께 한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은 "경협인들은 국가의 지침과 지도를 따라 지구상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북한과 교류하며 투자도 해왔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을 중단시켰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통일이나 민족 화해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죄없는 자기 나라 국민을 내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25년전 민화협 정책위원장 자격으로 현대금강호에 승선했을 때 썼던 모자를 쓰고 나온 이장희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남북경협은 처음부터 민의 힘으로 물꼬를 터 온 역사"라고 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이를 공고화, 제도화하며 외풍을 막아주어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중단에는 정부의 책임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걸고 투신한 기업인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과 보상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통일부는 기업들의 회견문을 전달받았으나,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는 "정부로서는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기업인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해나갈 예정"이라는 의례적 답변 이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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