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 ⓒ민중의소리 국민의힘이 원하는 과거 ‘병립형 선거제’로의 퇴행은 안 된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40여명과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녹색당·사회민주당준비위 등 진보정당 정치인·관계자들 그리고 노동시민사회 대표자들이 모였다. 민주당 내에서 이탄희 의원 등과 과거로의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연합정치의 “효능감”을 보여주어 민주당이 연합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끌어당겨 달라 했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서는 민주당이 연합정치로 나올 수 있도록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가 ‘연대의 틀’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20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 주최 명단에는 전국비상시국회의와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등 노동시민사회, 그리고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진보정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42명의 민주당 의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토론 후에도 우원식 민주당 의원실에서 차담회를 하며 “정치연합”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하승수 “국민과 약속, 국힘과 야합 중 무엇 우선인가”
민형배 “민주당에 연합정치 효능감 보여줘야”
이양수 “먼저 진보정치 확고한 연합 이루어져야”
이 같은 자리는 ‘국민의힘이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를 부정하는 국민의힘이 과거의 병립형으로 회귀하자고 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유혹을 분명하게 뿌리치지 못하면서, 정말 선거제가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마련됐다.
현행 선거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간의 치열한 협상의 결과로 만들어진 제도다. 거대 양당정치 구조를 깨려는 이 제도를 자유한국당은 국회를 점거하면서까지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리고 이 제도가 시행되자,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이 무력화 시도를 저지하려는 진보정당과 민주당 사이의 논의가 없지 않았으나, 진보정당 사이의 연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실익이 없다 판단한 민주당도 여기에 끼지 않으면서, 결국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제도를 무력화한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이 싫으면 아예 과거 병립형으로 가자고 하고 있고, 민주당이 이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론회에 참가한 진보정당과 노동시민사회 관계자들은 민주당 지도부가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과의 야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 발제를 맡은 하승수 변호사도 “대선 직전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결의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국민과의 약속을 우선할 것인지, 국민의힘과의 야합을 우선할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윤석열 정권 심판”뿐만 아니라 “정치변화”도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온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수용하며 “민주당 구성 일원이기에 송구하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자기부정”이라며 “이미 약속했기에, 자기부정이기에, 정치적으로 퇴행이기에 민주당은 그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민 의원은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해 “혼자 독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지금도 민주당 지도부는 현실적인 상황과 이상적인 지향 사이에서 굉장히 갈등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흘러나오는 느낌을 보면, 민주당은 제1당의 욕망과 연합정치의 효과 그 사이에서 어떤 길로 가야 현실정치에서 유용할지 갈등하고 있다고 보인다. 현실정치 전개 과정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게 옳을까 혹은 효과적일까 이것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에 연합정치의 효능감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줘야 한다”며 “그것을 가지고 설득할 필요도 없이 이렇다는 것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비례대표 의석을 민주당이 얼마나 양보하느냐의 문제”라며 “민주당이 자기 기득권을 버리고 나와서 ‘충분히 이 정도면 오케이 가능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4당이 모이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 측이 답했다.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민주당을 움직이게 하려면 최소한 진보정치와 시민사회가 5~10% 정도의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제기할 때 설득이든 협박이든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진보정치 연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단결이 안 되고 있다. 뒤늦게 정의당이 선거연합정당을 말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조건 가지고 진보정치 단결 얘기하기에는 어렵고 뒤늦은 감이 있다”라며, 민주당에 연합정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의 “확고한 연합”이 먼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시민사회에 따르면, 실제 진보정치 연합을 위한 원탁회의가 오는 28일쯤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이 원탁회의 결과 등에 따라, 민주당과의 합동 회담 등에 관한 논의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효능감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선거 끝나고 나서 이래서 쫄딱 망했구나가 되지 않으려면 진보정당 안에서도 논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그래서 앞서 제가 제안한 것처럼 제3지대를 열기 위해 양당을 심판하는 프레임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는 제 개인의견이지만, 많은 당원의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방향에서 뭔가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제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민주당에 비례의석을 포기하라고 할 게 아니라, 진보정당 안에서도 민주당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진보정당 전체에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했다. 가치·이념·정책에 동의하는 진보세력 전체에 문호가 열려 있다”며 연합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을 해 버리면, 소수정당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사회에 실망만 안기게 될 것이고, 윤석열 정권 심판에 대한 명분도 내세우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의 야합”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에서 현행 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인물 중심의 정당이 등장해서 비례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과거의 병립형일 때 (인물 중심의 정당 문제가) 더 크게 드러났다”고 짚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연합정치 없이 집권한 적이 없다”며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원내 제3정당인 정의당에도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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