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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서도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 국제협약 방해하는 석유화학 대기업

2020년 2월 19일, 오리건 주립대학교의 연구실에서 촬영한 이 사진에서 고무 타이어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현미경으로 관찰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환경의 모든 곳에서 쌀알보다 더 작고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인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유엔환경총회(UNEP)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INC)와 함께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규칙을 정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을 2023년 9월에 발표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전 세계적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규칙을 만드는 협약이다. 2022년 11월 우루과이에서 첫 회의가 시작됐고, 5차례에 걸친 정부간 협상위원회를 통해 2024년 말 체결될 예정이다. (마지막 제5차 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일 방법을 두고 '생산 자체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입장과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보다는 화학적 재활용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사후 관리에 초점을 둔 해결책을 강조했다고 한다.
 플라스틱 위기의 심각성과 플라스틱 재활용 입장의 문제점을 다룬 트루스아웃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iny Particles of Plastic Now Pollute Our Food, Water and Even the Clouds

 

어디에나 존재하는 플라스틱처럼 환경과 건강을 해치는 플라스틱 위기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다른 여러 시급한 문제들이 그렇듯, 플라스틱 위기에 대한 관심은 바람처럼 왔다가 스쳐 지나갈 뿐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세플라스틱, 나노플라스틱과 가소제가 우리 음식과 식수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어떻게 침투하는지를 연구한 최근의 세 보고서에 대한 관심도 그렇다.

컨슈머 리포트(CR)의 거침없는 조사관들이 작성한 첫 보고서는 다양한 포장에 담긴 여러 식품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무나 플라스틱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 어디에나 쓸 수 있게 만드는 화학 첨가제인 가소제는 우리 음식 공급망 전반에 퍼져 있었다. 애니의 유기농 치즈 라비올리부터 웬디스의 바삭한 치킨 너겟, 제너럴밀스의 치리오스 시리얼, 100% 과일 주스에 담긴 델몬테 슬라이스 복숭아, 콩을 넣은 호멜 칠리, 바다의 닭고기 연어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이 제품 모두 1회 제공량 당 총 프탈레이트(가소제의 일종) 부문에서 각 식품군의 1위를 차지했다.

CR이 조사한 상품은 모두 잘 알려지고 널리 소비되는 제품인데, 놀랍게도 그중 99%에 많은 양의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가소제의 일종)이 있었다. 수많은 식품을 통해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넉넉한 양의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도 함께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소제는 체내에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을 모방해 호르몬 장애를 일으키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다. CR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연구도 많이 이뤄진 가소제의 일종인 DEHP가 미국과 유럽의 규제 기준보다 훨씬 적어도 높은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생식 기능 문제, 조기 폐경 등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오션 컨서번시와 토론토 대학교의 두 번째 연구에서는 해산물,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두부와 세 가지 식물성 육류 대체품 등 조사한 16가지 단백질 중 8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이런 결과와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한 이 연구는 미국인이 매년 평균 11,5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추정했다. 미국인이 섭취하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이 수치는 연간 380만 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저녁 식사 메뉴가 소고기든 무엇이든, 거기에는 산더미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함께 나온다.

마지막으로 콜롬비아 대학교의 세 번째 연구에서는 ‘자극 라만 산란 현미경’이라는 기술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나노플라스틱이 생수에도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물 1리터당 무려 11만에서 37만 개의 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했고, 그중 90%가 나노플라스틱이었다.

나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에서 최대 1밀리미터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에서 5밀리미터, 사람의 머리카락이 17에서 181마이크로미터이다. 다시 말해 나노플라스틱은 매우 매우 작다.

이렇게 작은 나노플라스틱의 침투력은 상상 이상이다. 2022년에 발표된 인간과 나노플라스틱 사이의 생체 인터페이스에 관한 논문에서는 석유화학산업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나노플라스틱의 침투력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를 강조한다. 동물 실험에 기반한 한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이 장 장벽을 통과하고 혈관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또 다른 연구는 그렇게 침투한 나노플라스틱이 뇌에 축적된다는 것을 밝혔다.

또 다른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이 수동수송을 통해 태반 장벽을 통과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노플라스틱이 혈액-공기 장벽을 통과해 호흡을 통해 퍼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혈액 순환계로 운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폐를 통해 혈류로 들어갈 수 있는 나노플라스틱을 들이마실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가 말 그대로 나노플라스틱을 구름에 ‘업로드’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날씨: 흐림, 플라스틱 내릴 가능성 있음

2023년 11월 ‘환경과학과 기술 회보’에 발표된 한 논문은 중국 동부의 타이산 정상에 있는 구름의 액체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 섬유를 발견했다고 했다. 이 연구는 구름 샘플에서 발견된 의류, 포장재 또는 타이어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섬유는 구름의 고도가 낮을수록 더 많았는데, 그것이 납, 산소, 수은과 같은 원소를 끌어당기는 일부 오래된 입자와 결합해 더 많은 구름을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있는 구름이 기후 변화를 촉진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한 연구팀이 2021년 ‘신생’ 허리케인 래리가 이 지역을 강타했을 때 비에 섞여 내린 미세플라스틱 양의 변화를 측정했다. 허리케인 래리는 대서양 상공에서 형성된 후 해류에 의해 생성된 소용돌이치는 플라스틱 쓰레기 덩어리인 ‘북대서양 협곡’을 통과하고 이 지역에 처음 상륙했다. 허리케인 래리 상륙 전, 도중, 후에 샘플을 수집한 결과,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수만 개에서 최대 11만3천 개까지 급증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역궤적 모델’을 통해 입자를 추적함으로써 허리케인 래리가 바다에서 각종 미세플라스틱을 대기로 끌어왔고, 이를 뉴펀들랜드에 쏟아부었음을 확인했다.

부정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나

안타깝게도 대기 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올라디메지 아요 이와라예 교수의 동물성 플랑크톤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와라예는 청어, 어린 연어, 볼락의 주요 먹이인 사이포카리스 챌린저리라는 작은 새우 모양의 생물이 5밀리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섬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심각한 것은 미세플라스틱이 심해에 빠르게 떨어지는 무거운 대변을 만들어 게, 불가사리, 벌레 또는 해삼과 같은 해저 해양 생물까지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연구자인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의 달리아 사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생명력 넘치는 강 중 하나인 나일강변의 어시장에서 널리 판매되는 민물 나일 틸라피아가 모두 미세플라스틱 입자에 오염됐음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11개국 3억 명의 생명줄로 주변 사람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나일강에서도 미국의 식품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시대의 표식이 있는 것이다. (더 슬픈 것은 플라스틱 오염과 마찬가지로 탄화수소의 산물인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 등으로 나일강의 물고기 수가 크게 감소하는 있다는 점이다).

석유화학산업의 광범위한 영향은 지난 11월 케냐에서 유엔이 주관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 3차 회의에서도 느껴졌다.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을 마련하기 위해 175개국이 5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환경운동가들은 플라스틱의 전 수명 주기를 관리하는 국제적인 규칙의 수립이 산유국에 의해 무산됐다고 주장한다. 산유국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지 않기 위해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잘 알려진 전략이다. 2022년의 2차 회의를 앞두고 로이터 통신은 엑손모빌, 로열 더치 쉘, 다우를 대표하는 플라스틱 산업 그룹의 이중적인 전략을 폭로했다. 이들 기업은 공개적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협약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비공개적으로는 자금을 지원한 미국 화학위원회(ACC)와 같은 무역 단체를 움직여 조약 논의가 생산 제한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했다.

이들 기업이 ACC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기업’이라는 단체를 꾸린다는 이메일이 유출됐는데, 이 단체의 목표는 ‘회의 참가자들이 플라스틱 제조를 제한하는 협약을 거부하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고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플라스틱의 이점에 각국 정부의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논의 방향을 바꾸고, 매달 모여 각국 정부에 정책 권고안을 공유할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로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열심히 로비했다. 국제환경법센터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실패한 협상 회의에 등록된 로비스트만 143명을 보냈다. 이는 이전 협상 때보다 35%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플라스틱을 장려하는 로비스트들이 이제 지구 모든 구석에 쌓이고 있는 석유화학 쓰레기만큼 많았다.

ACC는 미국 내 입법 활동에도 앞장서 세 차례에 걸쳐 발의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플라스틱 규제 법안에 반했다. 2023년 10월 제프 머클리(민주당-오레건)과 제라드 허프먼(민주당-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한 직후 ACC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우리 환경에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동의하면서도 법안이 플라스틱 오염을 없애는 데는 별 효과가 없고 미국 경제만 해친다면서 다른 방책을 제안했다.

ACC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한 5가지 조치’로 포장재의 최소 30%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혁신적인 재활용 기술을 적절히 규제하면서, 전국적인 재활용 최소 요건과 표준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플라스틱산업협회도 법안을 폐기하고 대신 ‘재활용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와 최소요건 및 강한 최종 시장을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를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단체가 진정으로 반대하는 것은 그들의 자금을 책임지는 석유화학산업의 생산량을 줄이는 모든 조치이다. 이들 단체도 플라스틱의 수명 주기 관리에서 재활용으로 논의 초점을 옮기려고 노력했다. 특히 ACC는 소위 첨단 재활용 기술을 내세우며 플라스틱을 계속 생산하고 화학적으로 분해한 다음 다시 재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전망으로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입법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이클에 대한 약속 뒤에는 재활용의 처참한 실패를 지적하는 수많은 연구가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5~6%의 플라스틱만 재활용되고 있고, 지금까지 생산된 모든 플라스틱의 약 9%만 재활용됐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재활용을 ‘신화’나 ’거짓말‘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플라스틱 위기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고려할 때, 가장 매력적인 대책일 수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최소한 가장 해로운 그린워싱(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이 친환경적이라고 이미지 세탁하는 행위)이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미국 공익연구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총인구가 1,200만 명이 넘는 5개 주와 도시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로 인해 일회용 비닐봉지 소비량이 연간 약 60억 개 감소했다며, 이는 지구를 42바퀴 돌 수 있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에 사용 금지령을 시행한 뉴저지주에서만 비닐봉지 사용량이 연간 55억 개 이상 줄여 향후 수십 년 동안 분해돼 자연으로 서서히 흩어질 플라스틱 양을 줄였다. 적어도 그만큼의 플라스틱은 구름으로 올라가거나 수생 생물의 먹이에 침투하지 않을 것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 과대포장하는 플라스틱 재활용과는 달리 비닐봉지 사용 금지는 실제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는 500개 이상의 도시가 비닐봉지를 금지하고 있고, 12개의 주도 비닐봉지 금지 조례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크다. 반대자들은 비닐봉지 금지 조치가 위선적이고, 기업과 경제에 좋지 않으며, 플라스틱 사용을 선택할 소비자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반발의 결과로 18개 주에서는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위 ‘선점법’을 통과시켰다.

이런 주장의 문제점 중 하나는 플라스틱의 편재성 때문에 우리가 플라스틱 사용을 ‘선택’할 자유는 애초에 없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어 심지어 부모는 모유가 아기에게 해가 될지도 고민하는 지경이 됐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듯 2022년의 한 연구에서 살충제, 난연제와 더불어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모유 샘플의 75%에서 발견됐다. 이 연구의 수석 연구원은 CR 보고서에 인용된 프탈레이트와 같은 가소제가 수면, 배고픔, 성관계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역할을 인간 호르몬을 모방하거나 그 작용을 방해해 태아 미발달, 신경장애, 비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자녀 계획이 있는 예비 부모 중에는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세상에 아이를 낳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이미 많다. 탄화수소가 신생아의 내분비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들을 더 괴롭게 만든다.

더디게나마 탄화수소 에너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세계에서 화석연료 기업은 플라스틱 생산을 대안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지속적인 수익을 위해 그런 계획의 부산물을 먹거나 마시거나 숨 쉬지 않는 것을 원하는 우리에게는 대안책이 없다. 우리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 뜬구름을 잡을 수조차 없다.   

 

“ 정혜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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