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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정서와 동떨어진 한동훈의 ‘이·조 범죄자’ 선거 마케팅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성남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윤용근 중원구, 김은혜 분당구을, 장영하 수정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03.31. ⓒ뉴시스


4.10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나흘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 유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이재명·조국은 범죄자’다. 한 위원장은 31일 경기도 지역 유세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언급하면서, “범죄자들이 선량한 여러분들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들이 문제”, “쓰레기 같은 이재명” 등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범죄자 마케팅’이 대중들의 정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한 위원장이 이재명·조국 대표를 향해 쏟아내는 말들은 윤석열 정부나 한동훈 위원장 주변에 적용했을 때 더욱 극명하게 와닿는다는 점이다.

현시점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지율 약세 등 여당에 불리한 총선 판세가 형성된 건 강한 정권심판 기류 때문이다. 이러한 정권심판 기류는 윤석열 대통령 주변을 포함한 여권의 각종 범죄 의혹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윤석열 대통령 주변인들의 범죄 의혹이다. 특히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반대표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진상 규명의 길이 막혀버렸다. 또한 카메라에 버젓이 잡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는 물론 윤 대통령의 사과조차 없으며, 여권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될 정도로 성역화되어 있다. 심지어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언급을 했다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는 작년 7월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윤 대통령의 처남 김모 씨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한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사건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바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이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에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 이후에 윗선으로부터 수사단에 임성근 사단장을 이첩 대상에서 빼라는 압력과 함께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졌다.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은 이에 불복해 경찰 이첩을 강해했다가 항명죄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로 입건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졌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이달 초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범죄 혐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위원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은 시종일관 해당 의혹을 방어하기에 급급했으며, 나아가 수사외압 의혹 당사자이자 공수처로부터 피의자로 입건된 신범철 전국방부 차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각각 여당 우세 지역인 충남 천안갑과 경북 영주·영양·봉화에 단수 공천했다. 신 전 차관은 이첩 보류 명령에 주저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느냐”는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의 당사자이며, 임 전 차장은 김계환 사령관과 수사 상황과 관련해 주요 국면마다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한동훈 위원장은 31일 유세에서 “조국, 이재명처럼 범죄 혐의를 주렁주렁 달고 사는 사람이 주변에 있나? 여러분 카카오톡 친구를 봐라. 그런 사람 있나?”라고 말했는데, 정작 한 위원장의 가까운 가족이 ‘성범죄자’다. 한 위원장의 처남인 진동균 전 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후배 여검사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대법원으로부터 확정받았다. 심지어 검찰 조직은 이 사건 발생 당시 아무런 징계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진 전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었다. 진 전 검사는 사표를 내고 CJ그룹 범무담당 임원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다가,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촉발된 검찰 내부 성범죄 단죄 흐름 속에 다시 소환돼 가까스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위원장의 장인도 ‘범죄’와 무관치 않은 인물이다. 한 위원장의 장인은 대검 공안부장까지 지냈던 진형구 전 검사장인데, 그는 검사 신분으로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한동훈 위원장이 연일 ‘범죄자들의 연대와 선량한 시민들의 대결’을 주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처남 진동균 전 검사는 검찰 내 성폭력 사건으로 유명하고, 진 전 검사의 아버지이자 한 위원장의 장인은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으로 검사복을 벗은 진형구 전 검사장”이라며 “온갖 선량한 척 탈을 쓰고 '범죄자 연대'를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국민들은 엄중히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요사스럽고 요란스러운 말로 진실을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의 유세에 곁들여지는 “개같이”, “쓰레기 같은” 등의 과격한 언사는 더욱 군색할 따름이다.

강민석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한 위원장 입이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모르느냐. 쓰레기란 말은 그렇게 입에서 함부로 꺼내는 것이 아니다”며 “정치를 정말 이상하게 한다. 아이들이 들을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 변호 후보들, 역사 왜곡 막말 후보들, 투기 의혹 등 각종 논란의 국민의힘 후보들로 인해 다급한 심정임은 이해가 간다”며 “야당에 대한 막말로, 여당의 부적절한 후보들에 대한 논란을 가리려는 얕은 의도도 알겠다. 선거도 좋지만, 이성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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