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세월호 참사 10주기 앞둔 신문들 1면은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의 배·보상 재심의 검토 거부 전하며 유가족과 잠수사 등 인터뷰

이란, 이스라엘에 사상 첫 직접 보복, 한겨레 “가자 전쟁 ‘즉각 휴전’ 위해 모든 수단 동원해야”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04.15 07:59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날인 이날 신문들은 1면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희생자를 수습한 잠수사를 인터뷰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배·보상 재심의 검토를 거부했다는 소식과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배경도 다뤘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배·보상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어 직권재심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조사기구 권고에도 세월호 생존자들의 직권재심의 신청을 거부했다. 경향신문 보도다. 해양수산부 산하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심의위)는 지난 9일 제주 세월호 생존자 측에 직권재심의 신청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답변 공문을 보냈다.

앞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021년 “참사 당시 정부가 피해자 상황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배·보상을 추진했다”며 직권재심의 검토를 권고했고, 이에 제주 세월호 생존자 24명이 같은 해 직권재심의를 신청했다. 법원에선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경향신문은 “정부 심의위가 관련된 후속 대책을 논의하지 않고 법원에 공을 떠넘기는 사이 생존자들이 받는 고통은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1면에 생존자와 유가족, 잠수사 등 18인이 말하는 ‘세월호 10년’ 인터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물기사로 세월호에 탔던 권상환씨는 생업을 멈출 수 없어 배 비상구 옆에서 쪼그려 잠을 자는 습관이 생겼다. 단원고 특수학급 기간제 교사 김덕영씨는 동료 교사 김초원씨와 이지혜씨가 3년 만에 순직이 인정된 과정을 두고 ‘세월호 참사가 차별을 없애라는 숙제를 남겼다’고 했다.

▲15일 국민일보

▲15일 한겨레

한겨레는 1면에서 ‘세월호 10주기 잊지 않았습니다’ 연재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15일엔 세월호 참사 10년 뒤인 이태원 참사를 통해, 유사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배경을 다뤘다. 세월호 참사 뒤 재난안전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돼 ‘컨트롤타워’ 존재를 명확히 하고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을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했으나 “재난 대응 기관과 책임자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①컨트롤타워가 늦게 작동했고 ②이 결과 구조인력 투입 등 현장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③조사와 평가는 없었다고 했다. 참사 원인과 배경을 밝히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대통령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혔다.

세계일보는 1면에서 희생자 수습 잠수사 황병주씨 인터뷰를 전했다. 하루 최대 네 차례 잠수를 하는 희생자 수습 작업 뒤 골괴사 진단을 받고 신장 투석을 받게 됐지만, 세월호 수중 수색에 대한 산업재해 처분은 받을 수 없었다. 황씨는 “기업이 아닌 정부에서 한 일이기 때문에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생존자와 유가족이 겪는 트라우마도 여전하나, 이들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15일로 종료된다.

▲15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산 자들의 10년’이란 제목의 기획연재 보도에서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된 고 강승묵 군의 부모 은인숙·강병길씨를 인터뷰했다. “승묵이와 함께 뛰놀던 그 벚꽃길은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납골당 전면 백지화’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납골당이 웬 말이냐’ ‘세월호 전용 납골당 결사 반대’ 해골 그림까지 그려진 현수막은 아빠의 마음을 후벼 팠다. 인숙은 그해 겨울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영하 15도의 날씨에 노숙농성을 했다. 하지만 열릴 줄 모르는 청와대 정문을 보며 ‘이젠 정말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탓인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15일 조선일보 사진기사.

“사상 초유의 직접 공격, 중동은 최악의 혼란”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수백기를 발사해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들을 피살한 지 12일 만이다. 신문들은 이를 일제히 1면에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시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신문들이 현지 언론과 외신을 종합한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1시쯤 이란이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점령지와 진지를 향해 수십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신문들이 쓴 키워드는 ‘그림자 전쟁’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뒤 서로를 비공식 공격하는 대리세력 전쟁을 벌여왔으나 이제는 전쟁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시설 타격, 핵개발 과학자 암살, 혁명수비대 기지 공격 등 그림자 전쟁에 직접 대응을 피하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헤즈볼라, 하마스 등을 지원해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는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후티, 하마스 등 중동 일대의 이슬람 무장 단체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는 ‘그림자 전쟁’ 구도였다”고 했다.

신문들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가디언 보도를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사상 초유의 직접 공격으로 중동은 최악의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국제사회에서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통한다는 사실”이라며 “확전의 관건은 이스라엘의 대응 수준”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그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했다.

이란의 직접 공격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내 이란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준장 등 7명의 장교를 살해했다. 이에 이란은 보복을 공언해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란 외교부는 공격 직후 성명에서 이번 공격이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자위권 행사’임을 강조했다. 유엔은 이 조항을 통해 공격당한 나라가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보복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며 “단, 자위권의 행사는 비례의 원칙에 맞아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취할 때’까지로 한정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지지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란의) 이들 공격을 규탄한다”며 “이스라엘 방어 지원을 위해 이달 초 역대에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을 파견했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고위당국자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은 어떤 종류의 대이란 공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세적 작전을 지지하거나 참여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밝혔고,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이해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중앙일보 등이 이 내용을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의 보복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리고 즉각 적대행위 중지와 확전 방지를 위한 모든 행위자의 “최대한의 자제”를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소집해 열었다. 이스라엘의 긴급회의 소집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 내용은 전날 마감된 지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물러설 때”라고 강조했다.

▲15일 한겨레 사진기사.

국제연대 단체들에선 유엔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7명을 살해했을 당시 유엔의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반면 이란이 12일여 뒤 보복 공격하자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즉각 이란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 당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행위를 규탄하면 반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문들 대부분은 중동 확전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당장 멈추고, 국제사회는 이번 충돌의 원인인 가자 전쟁의 ‘즉각 휴전’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란과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우려에 귀 기울이고, 양쪽 모두 자중하길 바란다. 보복과 재보복은 공멸을 가져올 뿐”이라고 했다.

다수 신문이 확전 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를 기록했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 유가가 추가로 대폭 상승할 수 있어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엔 치명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 보도에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면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도 요동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면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1년 만의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4차 중동전쟁은 1차 석유 파동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가 극심한 장기 불황에 빠졌다”고 했다.

▲15일 동아일보

“대통령실은 진퇴양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신문들은 총선 이후 특검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쇄신의 가늠자가 됐다며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2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정부·여당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14일 압박했다. 신문들은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 등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탓에 무산된 각종 특검, 특별법안들도 재추진을 검토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도부 공백 상태인 국민의힘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범야권 의석만으로도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는 데다, 민주당부터 개혁신당까지 192표에 더해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이탈 표를 내면 재의결 기준인 200석을 충족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실은 진퇴양난”이라며 “특검을 수용하면 윤 대통령 남은 3년 임기 동안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총선 민심에 맞선다는 격렬한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국민의힘 김용태 당선인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악법이고 여당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분명 국민적 의혹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당이 답을 내려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 발표에도 눈과 귀가 쏠려 있다”며 “범야권이 밀어붙이려는 특검법안 등에 대한 답변도 피할 까닭이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정권 심판 민심이 거세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에 좌고우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