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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기억은 힘이 세다. 우리가 기억할 것”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과 진도 팽목항 등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렸다.

16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이어 서울에서도 기억식이 진행됐다.

▲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4.16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후 4시16분,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시민 기억식’.

참사 이후 노란 물결로 뒤덮였던 광화문광장. 그곳에서 유가족들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노숙농성했고, 단식까지 했다. 유가족과 함께하겠다는 시민들의 발길이 가득했던 광화문광장의 기억공간은 이제 서울시의회 앞으로 옮겨졌다. 이마저도 철거 계고장에, 무단 점거라며 변상금 청구액만 6천만원이 넘는다.

2019년, 단원고 건너편 화랑유원지에 공식 추모시설을 만들기로 한 유가족과 정부 간 합의로 이곳에 임시 기억공간을 마련했지만,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 서울시의회 앞 4.16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시스

기억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기억공간 안에 자리한 희생자 영전을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은 멈출 줄을 몰랐다. 너도나도 가슴에, 가방에, 그리고 휴대폰 고리에 노란리본을 달았다.

기억식 참가자들 모두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기억공간 활동가 윤혜림 씨는 “이제 기억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하루 수십명의 낯선 얼굴들이 찾아와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다. 기억공간을 지키는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남 영광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이헌주 학생은 “꿈과 희망이 가졌던 꽃다운 나이에 안타까운 참사를 당한 형, 누나들에게,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잊지 않겠다고 말해주러 나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기억’의 힘을 믿는다며, “기억은 힘이 세다”라고 외쳤다.

▲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세월호 참사가 시민들에게 기억되는 게 두려운 것일까?

2014년 4월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해 304명이 숨졌다.

기억공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글귀.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합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는 더 안전해졌는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를 떠올리며 ‘아니요’라고 답했다.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이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등 어느 것 하나 진척된 것이 없다.

정부의 책임 회피, 국가 안전시스템의 문제 등 구조적 문제와 진실 규명은 미뤄진 채, 세월호 참사에서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이태원 참사가 반복됐다.

‘4·16연대’에 따르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022년 6월 활동을 종료하며 54개 조처를 권고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이행한 것은 단 1개(해양재난 수색구조 체계 개선)에 불과하다. 사참위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세월호 조사 방해 등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거부했다.

뿐만 아니다. ▲불법사찰 및 세월호 조사 방해에 대해 추가적인 독립조사 ▲국정원 자료의 국가기록원 이관 등에 대한 권고도 외면당했다.

▲ 16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뉴시스

이날,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특별조사위원회 설립·활동 방해 혐의가 대법원에서 일부 유죄로 확정됐다. 그러나,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을 뿐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다른 고위공직자들과 공모해 2015년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 경위를 비롯한 내부 동향 파악,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방안 마련과 실행 등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실무자들에게 지시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함께 기소 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방법은, 오는 4월18일 방영 예정이었던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 제작진의 항의에 KBS 제작본부장은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총선)영향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여야가 총출동한 안산시 화랑유원지 기억식에도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윤석열 대통령의 자리가 비어있다. ⓒ뉴시스

서울시의회 앞마당을 가득 메운 시민 기억식 참가자들은 “10년 전 우리가 목격자이자 증언자”임을 자처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모두 안전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음을 알게 됐고, 국가의 책무를 알게 됐다”면서 “2014년 4월16일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행동하자”고 외쳤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22대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8일까지도 ‘생명안전기본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함께 촉구해 왔다.

총선에 참패한 정부·여당에 전면적인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시민들. 국정 쇄신 의지가 있다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하고,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여당의 태도가 자못 궁금해진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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