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를 담당한 경찰서는 출입 기자들에게 수사 내용,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거주지가 모두 적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전국 언론사들은 보호자 동의 없이 수사 장면을 촬영하거나, 피해자의 육성을 변조하지 않고 방영하는 등의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 그럼에도 피해자 자매는 당시 중학생이었기에 사건이 어떻게 보도되는지, 피해자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 자매는 지금도 온라인에서 '밀양'이 들어간 키워드만 보더라도 심장이 떨릴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모든 영상과 보도, 댓글을 보고 있으니 (미디어는) 우리를 무시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피해자의 호소와 달리, 일부 유튜버들은 현재까지도 피해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음성 변조 없는 피해자의 목소리와 피해자가 겪은 폭력이 담긴 판결문을 전부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유튜버 '판슥'은 이날 새벽 피해자 여동생과의 통화 내역 및 피해자가 2005년 작성한 인터넷 게시물 전문을 공개했다. 피해자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가해자들에 대한 재조사와 처벌을 원했다고 생각해 사건 공론화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소장은 "지난해 11월 피해자가 판슥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이는 사건 공론화가 아닌 판슥이 당시 진행하던 고민 상담을 받기 위했던 것"이라며 "피해자는 공론화를 원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도 없고, 연락 도중 판결문을 비롯한 본인의 정보를 모두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판슥이 피해자의 정보를 지우지 않다가 반년이 지난 현재 동의 없이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는 국민의 알 권리에 우선하는 생존권"이라며 "피해자가 본인 언급을 원치 않으니 판슥은 즉시 (피해자 언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 가족이 사건 재수사를 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논의해 보지 않았다"며 "입법부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고민할지, 수사기관이나 사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제도적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밀양 사건에 대한 언급이 진지하게 피해자를 고려해서 나왔다고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 사건이 소모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