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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우대 반칙, 원조 아마존보다 쿠팡이 더 심각한 정황들

EU 등 해외선 아마존 ‘자사우대’ 제재...“검색결과 조작한 쿠팡이 더 적극적 왜곡”

쿠팡 본사 자료사진 ⓒ뉴시스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 등을 통해 자체브랜드(PB)를 상위에 노출시켜 자사 상품을 부당 우대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가한 가운데 쿠팡이 "전 세계 관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쿠팡의 사례가 해외의 비슷한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자사의 PB상품에만 유리한 구매후기를 작성해 자사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시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를 했다고 보고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쿠팡은 여러차례 반박 자료를 내며 "PB 상품 우대는 전 세계 관행인데 한국 공정위만 문제 삼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노출 관련 불공정행위 제재는 세계적 추세"라고 맞서고 있다.

EU, 아마존 '바이 박스' 우대 행위 제재...미 하원 "자사 이익따라 우대"


실제로 공정위 주장처럼 이커머스에서 상품 노출과 관련해 자사 우대 등 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은 지난 2020년 아마존이 구매 직전 소비자에게 보인 '바이 박스(Buy Box)' 화면에 자사 제품을 상위에 노출한 것을 두고 불공정 행위라며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아마존의 바이 박스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선택하면 나오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 나타나는 '구매' 혹은 '장바구니 담기'를 선택하는 부분이다. 해당 바이 박스에는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입점업체 중 아마존이 선정한 업체의 제품이 우선 노출된다.

아마존은 바이박스 선정에 대해 알고리즘이 가격과 배송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판매처를 선정한다는 입장이었지만, EU는 자사의 풀필먼트 서비스(FBA)를 이용하는 업체 등 아마존에 유리한 구매처를 우대해 소비자를 속였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마존은 EU 집행위가 제재를 결정하기 전인 지난 2022년 말 자진 시정(동의의결)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아마존은 동의의결을 통해 바이박스 선정과정에서 모든 판매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가격 및 배송조건 외에 차별화되는 다른 판매 제안도 동등하게 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EU의 동의의결과는 별개로 이탈리아 경쟁당국인 ICA도 지난 2021년 아마존의 바이박스에 대한 우대 행위가 불공정하다고 보고 11억3천만 유로(약 12억8천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마존이 바이박스의 선정 기준에 자사에 대한 이익을 수치화해 적용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미국 하원의 반독점 소위원회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아마존은 바이박스 선정 요인으로 자사의 수익성(contribution profit, CP)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이번 제재 사례는 아마존의 바이박스 사례와는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마존의 바이박스는 소비 직전인 '결제 화면'에 자사 제품을 우선 추천한 데 비해, 쿠팡은 소비 시작 단계인 일반 '검색창'에 PB 제품을 우선 추천한 것이라 다르다는 주장이다. 쿠팡 측은 "미국, 유럽에서도 쿠팡 랭킹처럼 선호 제품 추천 알고리즘(검색창 추천)이 문제 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쿠팡의 검색 결과 조작이 아마존의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이 특정 제품에 대한 자사우대 행위를 한 것이라면, 쿠팡의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은 그보다 앞 단계인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쿠팡이 개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의 순위 조작은 순위라는 정보를 조작해 마치 객관적으로 자사 상품이 다른 상품에 비해 더 좋은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의 서치원 변호사는 "아마존의 바이박스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선택하고 이를 결제하겠다고 결심하는 등 두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쿠팡의 경우는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하는 처음 과정에서 검색 결과를 건드렸다"면서 "아마존에 비해 더 적극적인 자사우대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커머스의 검색 순위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쿠팡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쿠팡 입장에서는 좀더 소비자에게 알고리즘이 객관적이라고 어필을 해야 하는데 알고리즘은 공개하지 않고 '조작이 아니다, 믿어달라고'만 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바이 박스(Buy Box)' ⓒFTC 홈페이지 캡쳐

검색 조작도 제재 사례 있어..."쿠팡, 입점업체 직접 차별해 더 심각"


쿠팡의 사례처럼 검색 순위를 조작한 행위를 제재한 사례도 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023년 9월 아마존이 타사 플랫폼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는 상품을 검색창 하단으로 내리는 행위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소장에서 "아마존은 입점업체가 다른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면, 해당 입점업체를 검색 결과 밑으로 깊이 묻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서 자사우대 행위를 해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020년 10월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 상품과 서비스에 유리하게 바꾼 행위에 대해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했다. 지마켓 등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가중치를 낮춰 검색 결과에서 순위를 내리거나,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을 더 많이 노출하는 식으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고, 타사를 차별했다.

쿠팡의 경우는 네이버 사례처럼 입점업체의 거래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임과 동시에 직매입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자로서 네이버보다 차별과 우대의 범위가 더 넓다.

네이버의 사례가 오픈 마켓 영업을 하면서 다른 오픈 마켓을 차별해 자신의 입점업체를 우대하는 하나의 우대 행위를 했다면, 쿠팡은 PB제품을 통해 같은 카테고리에서 한번, 직매입 상품을 통해 동일한 제품에서 또 한번 우대행위를 한 셈이다.

서치원 변호사는 "쿠팡이 PB제품을 상위 노출하고, 같은 상품이라면 직매입 상품을 또 상위 노출한다"면서 "쿠팡의 사례는 네이버의 사례와 다른 면이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쿠팡 임직원이 작성한 구매후기 ⓒ공정거래위원회

자사 상품 '구매후기'도 아마존과 비슷...쿠팡은 임직원 조직적 동원


쿠팡이 자사 상품에 대해서만 유리한 구매후기와 별점을 작성한 행위도 아마존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미 하원 '디지털 시장 내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구매후기를 작성하는 체험단 프로그램인 '아마존 바인(Vine)'을 운영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가짜 리뷰'가 논란이 되자 아마존은 아마존 바인만 허용하면서 자사 PB 제품만을 대상으로 운영했다. 다만 아마존은 임직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영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대해 쿠팡은 "'편향된 임직원들의 높은 상품평이 구매 선택을 왜곡했다'는 공정위 주장과 달리 쿠팡 임직원 체험단의 PB 상품평 리뷰는 진솔하고 객관적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이른바 '임직원 바인'을 통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임직원을 동원했다. 공정위는 쿠팡의 주요 직책자로 구성된 쿠팡의 운영위원회인 CLT(CoupangLeadership Team)에서 '임직원 바인' 실시를 결정했으며, 직원들에게 구매후기 작성방법과 관련된 매뉴얼을 숙지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사례가 아마존의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있다. 서 변호사는 "쿠팡이 아마존의 사례보다 도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장을 왜곡했다고 평가할 여지는 충분하다"면서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한 쿠팡의 사례가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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