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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로 드러난 임성근 전 사단장 받아쓰기

‘대질심문도 이뤄지지 않아’

‘수사심의회의서도 진술 못해’

“하나 마나 한 수사심의회”

지난 2일 수사심의위원회는 채 해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에 대한 불송치 의견을 내놓았다. 사건 당시 지휘 체계와 임 전 사단장의 역할을 고려했을 때, 그의 행위가 ‘월권행위’일 뿐, ‘직권남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수심위의 주장대로면 지난해 7월, 해병대 수사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임 전 사단장의 “위험하면 입수를 거부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합리화된다.

반면, 국방부 장관의 ‘사건 이첩보류’를 거부한 박정훈 대령은 항명죄로 기소됐다.

김철문(왼쪽) 경북경찰청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수심위가 낸 의견은 가이드라인이 됐다. 경북경찰청은 수심위의 의견을 등에 업고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간부 2명에 대해 무혐의 및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수심위가 임 전 사단장의 입장을 받아쓰기했다고 비판한다. 불송치 근거가 임 전 사단장의 입장과 똑같기 때문이다. 핵심은 임 전 사단장이 ‘지시’를 했느냐, ‘지도’를 했느냐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임 전 사단장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이들의 주장은 묵살된 것으로 보인다.

11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은 임 전 사단장이 지시했다고 주장한 7여단 수송대장 윤 모 소령과 7포병대대장을 소환조사 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임 전 사단장과 입장이 대비되는 두 인물을 소환조사 했냐고 물으니, 김 경북청장은 “확인 후 답변 드리겠다”고 말했다.

확인 후 조사했다고 답한 김 경북청장에게 윤 의원은 “임 전 사단장의 대질신문이 이뤄졌냐” 물었다. 김 경북청장은 “아니”라며 “임 전 사단장은 수중수색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임 전 사단장의 일방적인 입장을 관철했다.

대질심문은 수사 과정에서 상반된 진술을 하는 두 참고인이 있을 때 자주 사용되는 기본적인 수사 기법이다. 참고인들이 서로의 주장에 대해 설명하고 반박하는 과정을 통해 모순되는 진술을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채 해병 사건의 경우에도 7여단장과 임 전 사단장의 지휘 관련 진술이 상반될 때, 대질심문을 통해 두 사람의 주장을 직접 비교할 필요가 있으나, 경북경찰청은 이마저도 하지 않고 임 전 사단장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 과정에서 역시 이들의 목소리를 묵살됐다.

수사심의회가 열릴 때 피의자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 반대 측에서도 의견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공정한 심의 과정을 보장하고, 모든 관련자의 주장을 균형 있게 고려하기 위함이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통상의 경우, 피의자 측에서 의견을 이야기하면 반대 측에서도 이야기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심의회는 들러리가 된다. 안 했냐” 물었다.

김 경북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수사심의위원 구성이 공정하다치더라도 11개월 수사했던 방대한 수사기록을 2시간 만에 결정했는데 수사심의는 하나 마나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만약 추후 특검 등을 통해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어떡하겠냐” 질의했다. 윤 청장은 “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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