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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전쟁공동체’: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전 지구적 동맹 네트워크 형성

창설 75주년을 맞는 나토 정상회의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나토 정상회의는 해마다 개최되고 있지만, 회의는 2022년부터 세 가지 점에서 그 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첫째, 2022년부터 태평양 동맹국(IP4)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둘째, 중국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거론되고 있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이런 세 가지 특성에 조-러 조약이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Washington Summit Declaration)을 토대로 나토(미국)가 추구하는 바를 정리한다.

전쟁 지속하라고 우크라이나 떠미는 나토

총 38개 조항으로 이뤄진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은 16개 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은 3년째 반복되어 나타나는 표현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독립, 주권, 영토 보전을 위해 싸우는 것은 유럽-대서양 안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에 이익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표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해야 유럽-대서양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나토 정상들의 사고가 반영된 문구이다. 그래서 나토는 이번 선언에서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방공 시스템과 기타 다른 군사 역량을 추가 제공하겠다는 발표를 환영”했다. ‘선언’은 아래와 같은 세부적인 지원 목록도 제시한다.

☞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와 훈련을 제공하는 것을 조정하기 위한 나토 차원의 안보지원 및 훈련기구(NSATU) 센터 설립

☞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 지원 및 훈련을 제공하기 위한 장기 안보 지원 서약 발표

☞ 나토-우크라이나 합동 분석, 훈련 교육센터(JATEC)의 설립 추진

☞ 나토 고위 대표를 우크라이나에 지명하는 나토 사무총장의 결심

나토의 이런 결정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헝가리 총리 오르반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러시아의 푸틴을 차례로 만난 후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이른바 평화 협상 중개 역할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의 평화 중개 시도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나토 정상들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안보 지원 약속”이라는 별도의 문서를 채택했다.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러시아에 실질적이고 심각한 비용을 가할 수 있게”하는 것을 목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록을 지원, 제공하기 위한 나토 동맹국들의 공약이 담겨있다.

☞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장비 구매

☞ 우크라이나에 현물 지원 기부

☞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의 유지, 물류 및 운송과 관련된 비용

☞ 우크라이나 군사 훈련 비용

☞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제공과 관련된 운영 비용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꾀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2025년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재평가한다고 하니,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5년 이후에도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러시아-조선-이란-중국” 안보 파괴국으로 지목

이번 ‘선언’은 러시아-조선-이란-중국(‘선언’의 표기 순서) 네 나라를 평화 파괴국으로 지목했다. 조선과 이란은 “러시아에 탄약과 무인 항공기 등을 러시아에 직접 지원함으로써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부추기고, 유럽-대서양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세계적 불확산 체제를 훼손”하는 국가로 지목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을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한 나라로 지목되었다.

특히 중국은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체계적 도전을 계속 제기”하는 국가이다. “악의적 사이버 및 하이브리드 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많은 탄두와 더 많은 정교한 전달 시스템으로 핵무기를 빠르게 확장하고 다양화”하는 나라로 규정한다.

전 지구적 동맹 네트워크 구축: 나토와 아시아 동맹국의 협력 강화

그래서 나토 정상회의에서 내린 결론은 나토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IP4: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협력이다. ‘선언’은 “IP4 지도부와 만나 공통의 안보 과제와 협력 분야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고, 인도-태평양 지역은 “유럽-대서양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토에 중요하다”고 규정했다. 그래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들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환영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 사이버 방어, 허위 정보 대응 및 기술 분야의 주요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위 나토와 아시아 동맹국을 통합하여 전 지구적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전 지구적 동맹 네트워크는 세계 모든 곳의 분쟁에 개입한다. 위에서 적시한 4개의 ‘안보 파괴국’ 외에 서발칸과 흑해 지역(‘선언’ 31항),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선언’ 32항)을 다룬 이유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전 지구적 동맹 네트워크 구축은 이렇게 한 발 한 발 ‘진화’하고 있다. 미일 동맹을 강화하던 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만난 나카소네 당시 일본 총리는 “미일 양국은 태평양을 사이에 둔 운명공동체”라면서 미일 동맹을 결정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 나갔다. 나카소네의 말을 빗댄다면 나토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구축하는 전 지구적 동맹 네트워크는 “세계적 범위의 전쟁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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