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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윤 대통령이 구걸하듯 따낸 한미 공동성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7/13 08:58
  • 수정일
    2024/07/13 08:5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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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7/12 [17:28]

 

윤석열 대통령이 10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해 1박 2일 동안 나토 정상회의 일정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일정 중간인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대통령실

공동성명에는 특별한 게 없고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강화하고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공동지침)’을 승인한다는 간략한 내용만 담겨 있다.

 

공동지침은 6월 10일 제3차 핵협의그룹에서 완성했으며 이번 정상회담 직전에 최종 서명했는데 군사기밀이 포함되어 있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국방부는 “기존 미국 확장억제 공약이 북핵 ‘억제’에 중점을 둔 선언적 수준이었다면, 공동지침을 통해 최초로 북핵 ‘대응’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가 함께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이 구축됐다”라며 “기존의 억제가 미국이 결정하고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한반도 핵운용에 있어서 우리의 조직, 우리의 인력, 우리의 자산이 미국과 함께하는 확장억제로 진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핵과 재래식 통합을 통해, 우리 군이 미군과 한반도 핵운용에 관해 정보 공유·협의·기획·연습·훈련·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실전적 핵 대응 능력과 태세 구비하게 됐다”라는 것이다.

 

또 “그간 재래식 전력 기반 한미동맹이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라면서 “미국 핵자산에 북핵 억제와 북핵 대응을 위한 임무가 배정될 것이라고 문서에 명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이 동맹국 한국에 제공하는 특별한 공약”이라고 하였다.

 

실속 없는 일체형 확장억제

 

국방부와 국가안보실의 설명만 들으면 이번에 한미가 북핵 대응 차원에서 엄청난 합의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체형 확장억제’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생각해 보면 정부의 설명이 ‘호들갑’ 혹은 ‘허풍’으로 느껴진다.

 

먼저 한미가 핵운용을 협의하는 문제를 따져보자.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하거나 진행되면 한국은 미국을 향해 ‘그동안 논의된 대로 빨리 북한을 향해 핵반격을 해달라’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의무는 없다.

 

협의 결과 핵반격이 부적절하다고 결론 나면 그걸로 끝이다.

 

미국은 한국의 요구보다는 자국의 안전을 먼저 고려할 것이다.

 

북한에 핵반격을 했을 때 미국 본토로 다탄두 핵미사일이 날아갈 텐데 과연 미국은 서울을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을까?

 

미군 내에서 핵무기를 운용하는 사령부는 전략사령부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물론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핵무기 운용 권한이 없다.

 

오로지 미국 대통령의 결정 아래 전략사령부만 핵무기를 운용한다.

 

그런 핵무기 운용을 한국과 협의해서 한다?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공동 작전도 따져보자.

 

미국이 북한을 향해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는 3대 핵전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3대 핵전력이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전략핵폭격기다.

 

이 가운데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전략핵잠수함을 운용할 때는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이 필요 없고 개입할 여지도 없다.

 

전략핵폭격기를 운용할 때는 한국의 F-15나 F-35 전투기가 호위를 맡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핵폭격을 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핵폭격기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유일하다.

 

▲ 1989년 첫 공개 비행에 나선 B-2. [출처: 미 공군]

 

그리고 이 폭격기는 미국 본토나 괌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한반도로 날아온다.

 

미국이 스텔스기 외의 다른 전략폭격기를 핵폭격에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는 격추 위험 때문이다.

 

미국은 B-2 운용을 매우 조심해서 하는데 낮에 맨눈으로 관측될까 봐 밤에만 운용하고, 적대국 인근에서 이륙하면 이륙 정보가 노출될까 봐 본토나 괌같이 적대국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기지를 운용한다.

 

따라서 미군 처지에서 보면 B-2 운용과 호위를 자기들이 직접 하는 게 가장 믿음직한데 굳이 한국군과 협력하는 건 효율성 면에서나 신뢰성 면에서 매우 꺼려질 일이다.

 

또 B-2가 수시로 한반도에 출격해 한국군과 합동훈련을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렇게 보면 ‘일체형 확장억제’가 말은 그럴듯해도 현실에서는 거의 작동할 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다급한 한국과 그걸 이용하는 미국

 

그렇다면 이처럼 내실 없는 합의를 왜 했을까?

 

윤석열 정권은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핵공격을 할 거라는 두려움에 빠져 있다.

 

그래서 미국이 자기를 지켜준다는 약속을 더 확실히 해주기를 바란다.

 

아예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며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보수세력 내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미국은 윤석열 정권이 끈질기게 매달리자 그럴듯한 기구를 만들고 합의를 해주면서 달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핵협의그룹을 두고 나토의 핵기획그룹과 비교를 많이 한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나토의 핵기획그룹에 들어가는 유럽 5개국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지만 한국에는 핵무기가 없다는 점이다.

 

나토의 핵기획그룹은 유럽 5개국이 자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즉, 유럽 폭격기에 미국 핵폭탄을 탑재해서 사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핵무기를 구경도 할 수 없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매달려서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성명 발표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한미정상회담을 11일에 하려고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한미 양국 간 공식적으로 만나 얘기해야 할 주제가 있다”, “잠시라도 만나서 얘기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이 제일 분주하고, 대한민국도 수십 개 행사를 치르지만 정상회담을 해보도록 노력해 보겠다”라고 하였다.

 

회담 전날까지도 정상회담을 할지 확정을 못 하고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 걸 보면 한국 측이 매달리고 미국 측은 ‘밀당’을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급작스럽게 잡은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내용을 보아하니 한국 측에서 ‘북한의 핵공격으로부터 미국 핵으로 우리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문서로 꼭 남겨달라’라고 한 듯하다.

 

그래서 별 내용도 없는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이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향해 “그동안 정치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결국 큰 성과를 이뤄냈다”라며 “앞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역내에서 많은 일을 해 나가자”라고 하였다.

 

여기에 공동성명을 합의해 준 미국의 속내가 들어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지금 탄핵 위기에 몰린 윤 대통령의 처지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큰 성과를 이뤄냈다’는 말은 ‘자네가 쫓겨날 위기에 몰렸으니 내가 선물 하나 해줬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미·일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자는 주문을 한다.

 

지금 미국이 윤석열 정권에 바라는 게 바로 한·미·일 동맹임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띄워주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나토가 구하고 있는 무기들의 방대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라는 주문도 추가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자기가 살길은 한·미·일 동맹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있다고 여기고 앞으로 여기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한반도 안보 위기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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