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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이 벌인 위험한 행각 4가지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은 2박 5일이라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하와이에 들러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한 데 이어 워싱턴에서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체코, 핀란드, 일본,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영국 등 정상들과 연이은 회담을 개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본이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도 소화했다.

 

몇 가지 주요 포인트에 주목하여 윤석열의 워싱턴 행각이 갖는 의미를 정리해본다.

 

인태사령부가 한미동맹의 대들보라는 윤석열

 

윤석열은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이하 인태사령부)를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인태사령부를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이 다녀간 적이 있으나 그때의 명칭은 태평양사령부였다. 태평양사령부는 아시아태평양사령부를 거쳐 지금의 인태사령부로 명칭을 바꾼 것은 2018년이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 윤석열의 발언이다. 미국의 동맹국 대통령이 인태사령부를 방문하여 인태 장병들을 대상으로 격려사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격려사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의 대목은 아래와 같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지원하고,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의 전개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한미동맹의 대들보입니다.”

 

인태사령부가 총괄하는 지역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경쟁국이 중국이라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태사령부는 중국을 제1의 군사적 대결국가로 상정하고 있는 사령부이다. 이런 역할을 하는 인태사령부가 한미동맹의 대들보라면, 한미동맹이 중국을 제1의 군사적 대결국가로 설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5월 중국 전투기와의 대결을 상정한 한미 모의 공중전 군사 연습이 실시되었다. 6월 말에 실시된 한미일 프리덤 에지 군사연습 역시 동중국 일대에서 실시하여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인태사령부 격려사에서 나온 윤석열의 발언은 한미동맹이 미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동맹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독일을 끌어들여 유엔사 확대 모색, 다음 순서는 일본?

 

7월 1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은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을 확인한다”는 발언을 했다. “가입 관련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는 대로 독일이 유엔사 회원국으로 필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미 양국이 유엔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은 본지가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엔 유엔사 참여국들의 국방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 유엔사를 확대하고 재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다.(☞관련기사)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독일이 유엔사 가입 의사를 한국과 미국에 알려왔다고 한다.

 

물론 독일의 유엔사 가입에 대한 어떤 권한도 한국은 갖고 있지 않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 검토 절차나 승인은 미 국방부의 몫이다. 따라서 이날 윤석열의 발언은 미 국방부의 검토 절차가 거의 최종단계에 이르렀으며 조만간 독일의 유엔사 가입 승인이 이뤄질 것을 의미한다.

 

2018년 미 합참은 ‘유엔사 관련 약정 미 전략지침’을 개정하여 ‘전력제공국’(한국전쟁 참전국을 일컫는 공식 용어)의 정의를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 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확대했다. ‘기여할 국가’는 곧 독일과 같이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국가들을 의미한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국가 즉 ‘기여할 국가’의 군대가 유엔사에 가입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유엔사 확대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다음은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7월 유엔사 부사령관은 “(일본의 유엔사에서의 역할 확대는) 우리가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한 바 있으며, 윤석열 역시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일본이 유엔사 후방 기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일본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숙원이었던 대서양과 인태 지역의 통합 안보 강조

 

윤석열은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러북의 밀착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한일 양국이 나토 회원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결코 북대서양의 안보와 동북아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우방국들과 단합된 대응으로 확인시켜 나가길 희망한다”라고 발언했다.

 

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가 사실상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윤석열의 이런 발언은 나토 정상회의 본회의 전 도어스테핑에서도 나왔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나토 회원국과의 협력 관계, 인태 지역의 IP4 국가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

 

인태 파트너 4개국(IP4) 정상회동 모두 발언에서는 “우리는 유럽과 인태지역의 안보가 긴밀히 연결된 공동운명체의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나토는 우리 가치 기반 연대 외교의 핵심적인 파트너”라고 규정하며 라며 “나토와 협력을 심화하길 기대한다”라고 발언했다.

 

이런 모든 발언이 가리키는 것은 나토와 미국의 인태동맹국들의 통합이다. 이런 통합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탈냉전 이후 미국의 숙원사업이었다.(☞ 관련기사)

 

그리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선언문인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유럽-대서양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토에 중요하다”고 규정하고 “IP4 지도부와 만나 공통의 안보 과제와 협력 분야를 논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윤석열은 미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나토와 인태동맹국의 통합은 이미 시도되고 있다. 6월 25일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공군기가 7월에 일본에 전개해 항공자위대와 공동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나토와의 훈련에 착수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나토 군대가 한반도에 전개되어 훈련하는 날을 머지 않아 보게될 것 같다.

 

우크라이나 2400억 달러 지원, 혹시 무기 지원도 약속?

 

윤석열은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나토 우크라이나 신탁기금을 통해 올해 기여금(1200만 달러)의 두 배가량인 2400만 달러(약 331억 원)를 내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윤석열이 조-러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번 워싱턴 행각에서 윤석열은 최소한 두 번 젤렌스키를 만났다. 환영만찬 리셉션과 IP4 정상회동이 그것이다. 특히 IP4 정상들은 젤렌스키와 별도의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윤석열과 젤렌스키가 나눈 대화 내용은 일절 보도되지 않는다. 윤석열이 다른 정상들과 만나 나눈 대화는 상세히 보도된 것과 대조된다. 대통령실에서 젤렌스키와 만나 나눈 대화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왜 윤석열-젤렌스키 대화 내용만은 공개하지 않은 것일까? 공개할 만한 대화 내용이 없을 수는 없다. 윤석열은 젤렌스키를 만난 자리에서도 조·러 조약을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공개되면 안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쩌면 윤석열은 젤렌스키를 만난 자리에서 군사 지원을 약속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공개될 경우 한국 사회에서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하여 비공개한 것이 아닐까.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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