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박사는 한반도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는 해법은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먼저 북에 대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면 "우리가 뭔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한미연합훈련' 같은 건 굳이 '연합'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모든 군대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따로 해도 얼마든지 훈련효과는 얻을 수 있다는 것.
평화를 위해 북에 대해 먼저 자주적 조치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연합훈련 대신 각자 단독으로 훈련하고 훈련이 끝난 후에 모여서 두 나라 지휘관들이 모여서 토론하면 된다는 군 경험도 덧붙였다.
또 한가지. 미국의 핵무기나 중요 무기체계가 한반도에 들어올 경우 반드시 한국 정부와 사전협의하도록 하는 장치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일동맹의 경우 핵무기 반입시 일본정부와 사전협의제가 있지만, 우리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무시로 드나드는 상황에서도 거기에 핵무기가 탑재되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핵무기 반입 사전협의제' 같은 것을 시민사회가 의제화하고 국회가 나서 제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제도화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역과 세계 차원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말로만 할 일이 아니라 실천으로 확인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주국방을 위한 작전통제권 환수와 민주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복원할 수 있는 '공역제'를 도입하는 것도 세부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작전통제권 환수 경과와 현황, 공역제 제안 등 여러 주제에 대한 발표와 온·오프라인 참석자들과의 토론으로 3시간여에 걸쳐 열띤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자주국방 그 자체인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경과
작전통제권(OPCON, Operational Control)은 전투·작전과 관련해 부대의 규정된 임무수행과 목표지정, 기타 임무수행에 필요한 지시와 통제를 하는 권한으로 군사지휘권의 핵심을 이룬다. 인사, 예산, 군수, 행정 권한과는 성질이 다르다.
한마디로 우리 군대를 우리가 지휘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며, 그 자체가 사실상 자주국방을 상징한다.
현재 국력과 전쟁수행능력, 재래식 군사력 측면에서 압도적 대북 우위가 확보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안보와 공통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이 '필수적'이며, 그 의사결정체계라고 할 수 있는 작전통제권 환수가 '불가결'하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한국전쟁 발발 20일 만인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미 극동사령관 맥아더에게 서신으로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Command Authority)을 부여(assign)한 뒤 전쟁기간 미군이 행사했다.
지휘권 '부여'의 조건은 '현 적대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으로 되어 있어 정전 이후 여전히 유효한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전쟁 중이던 1953.1.1일 이승만이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에서 방어책임을 지는 동안',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을 유지'하도록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해 작전통제권은 유엔사로 넘어갔다.
정전협정(1953.7.27) 체결 후 상호방위조약이 발효(1954.11.18)된 이후 조약의 조건대로 유엔사가 한반도 방어책임을 지고 있는지, 유엔사가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다.
1975년 유엔은 유엔사 해체에 대한 두개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 국무장관 키신저도 유엔사 해체를 약속했으나 중국·러시아와 냉전대결의 전초기지가 아쉬웠던 미국은 한미연합사령부를 설치(1978.7.28)하고 작전통제권도 유엔사령관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도록 바꾸었다.
미 국무장관과 한국 외무장관 사이의 '연합사 설치에 관한 교환각서'(1978.11.17)에는 "연합군사령부에 관한 권한(작전통제권) 위임은...연합사령관이 유엔사령관 및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임하는 동안 유효"하다는 단서가 있다.
한때 한미연합사령관을 한국군이 맡으면 작전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모자 3개'를 동시에 쓰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독소조항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노태우정부는 '평시(정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1994.12.1)했으나 전쟁 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문제가 생기면 다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도로 위임한다는 명분으로 환수 당일 그 자리에서 작전통제권을 다시 위임해 버렸다.
'CODA'(결합 권한위임, Combined Delegation of Authorities)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된 작전통제권은 △전쟁억제와 방어를 위한 한미연합 위기관리 △전시작전계획 수립 △한미연합 3군 교리발전 △한미연합 3군 합동훈련과 연습의 계획과 실시 △조기경보를 위한 한미연합 정보관리 △C4I 상호운용성 등이다.
환수했다는 평시작전통제권은 껍데기만 남게 됐고, 기존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여기서 문박사는 작전통제권은 원래 우리 것을 받아와야 한다는 점에서 '전환'(transfer)가 아니라 '환수'(return)라는 표현이 옳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6월 28일 '전략적 전환 계획'(STP)을 도출한 뒤 한미국방장관 합의를 통해 2012년 4월 17일까지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가 각각 자국군에 대해 독립적으로 작전지휘를 하기로 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세계 미군재배치(GPR), 주한미군 전략적유연성에 더 관심이 많아 작전통제권 전환에 적극적인 듯 보였으나 당시에도 중층적으로 한미 군사협조기구 설치 운영계획을 세우는 등 한국군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후임 이명박정부는 2009년 북의 2차 핵시험과 2010년 천언함사건 등으로 인해 형성된 반대여론을 활용해 이 시기를 2015년 12월 1일까지로 연기했고, 박근혜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명분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그 조건이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조성이다.
문 박사는 각각의 조건에 대해 재래식 전력의 압도적 우위(1988년 국방백서) 등 이미 충족된 조건을 충족되지 않았다는 주장이자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북 미사일)하거나 미국의 핵우산을 이용한 기존 약속(북핵)이 유지되는 상황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에 불과하며, 수시로 변하는 안보환경을 조건화하는 것은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승계한 문재인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의 초기운용능력-완전운용능력-완전임무능력을 검증한 뒤 '전환' 일정을 세웠으나 2019년 8월 초기운용능력검증 성공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한심한 건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조건충족을 검증한다는 발상이었다.
한반도 평화에 가장 뜨거운 현안인 한미연합훈련에서 검증을 하면 평화가 안되고 검증을 못하면 작전지휘권 '전환'이 되지 않는 모순에 스스로 빠져 버린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작전통제권 '전환'은 여러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설계된 검증 절차와 실질적으로 미군이 결과를 검증하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충돌하는 등의 문제가 내재되어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관계에 대한 계획이 설정되지 않고 연합사와 한미 참모조직이 불완전한 문제점 등을 적극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짚었다.
윤석열정부에서 작전통제권 환수논의는 2022년 8월 한미연합훈련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된 바 있으나 그 뒤에는 아예 실종됐다.
윤 정부에 있어 작전통제권 환수는 기본적으로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를 추구하는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비춰보면 애초에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문 박사는 작전통제권이 부재한 한국군의 상태를 한마디로 '골병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5우러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했던 말인데, 내용은 정반대이다.
군사적인 종속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종속의 저변이 된다는 측면에서 주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비정상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작전통제권이 없는만큼 군 지휘부의 권한과 책임의식이 박약해져 진급과 보직변경에 몰두하고 행정 위주의 군대가 되어버렸다는 것.
또 대북 군사협상과 대외 군사외교에서 자주성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무기 구매에서도 미국 편중이 심하다는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따라서 작전통제권 환수는 '협의'가 아니라 미국에 시한을 통보한 뒤 실행하는 방법으로 실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간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대체적 판단이다.
유엔사령부에 관한 문제는 별도 협의가 가능하지만 이 역시 조기 해체가 답이며, 통보 후 실행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공역제'(公役制, Public Service) 제안
기본 아이디어는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남녀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가 1년간 국가공동체를 위해 공적 과업에 복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부 지원자의 경우에는 9개월간 병역에 종사한 뒤 '일등병'으로 전역하도록 함으로써 공역은 기본·보편적 의무로, 병역은 일종의 '대체복무'로 하는 구상이다.
공역 근무자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책정하고 병역 근무자에게는 9개월 복무기간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1년치 급여를 제공한다.
국가가 청년 자원을 공짜로 써서는 안된다.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원칙으로 보면 월 180만원~200만원, 9개월 근무시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봉은 약 2천만원.
연간 총 4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병력 감축 절약분과 기존 급여를 제외하면 현재 수준에서 1~2조원대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총병력 중 병사비율을 유지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9개월 근무를 해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주특기 임무 과업은 많다고 했다.
공역을 마친 사람들 중에 별도로 '직업(전문)병사'를 충원해 1년 정도 추가 복무 후 '병장'으로 전역하도록 하며, 이들은 병사로서 총 2년 이내 근무 후 사회에 복귀하도록 한다. 직업 병사로서 추가 복무하는 기간의 급여는 최저임금과 현재 하사관 급여의 중간선에서 책정한다.
이렇게 되면 총 병력은 현재 50만명에서 40만~35만명(간부 15만명, 병사 20만명)으로 감축되며, 간부와 병사 비율은 40:60으로 유지된다.
문재인정부가 당시 62만명이 넘는 병력을 임기 5년간 50만명 규모로 줄였는데, 이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감축이다.
복무기간도 1년 6개월로 단축시켰는데, 현재 50만명을 유지하려면 매년 20만명의 신규 병력이 충원되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구감소가 계속되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 문제로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
또 여성 병사를 위한 신규 시설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병무청 업무를 흡수해 국무총리 산하에 '공역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 박사는 '공역제'의 의미를 '공동체를 위한 100세 시대 생애 1~ 봉사'라는 공익 의식을 확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역제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에게 지급되는 '죄저임금'으로 '보편적 청년수당'의 취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역비리와 부조리를 전면적으로 해소할 수 있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공동체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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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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