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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통화' 꼬리 밟힌 윤 대통령...'공천 개입 유죄' 박근혜 전철 밟나

대통령실, "중요한 통화는 아냐" 거짓 해명 늪 빠져...공세 수위 높인 야당 "답은 탄핵뿐"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에게 '김영선 공천' 상황을 전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31일 공개돼 파장이 거세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친분을 일관되게 부인해 온 대통령실은 명확한 증거의 등장에 벼랑 끝 신세가 됐다.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천 개입' 혐의로 기소한 윤 대통령은 '자기 부정'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22년 6·1 재·보궐 선거를 한 달여 앞둔 그해 5월 9일, 윤 대통령과 명 씨 간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공관위(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다. 이에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여기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그거'는 김 전 의원에 대한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으로 해석된다. 통화 이튿날인 5월 10일, 국민의힘은 경남 창원·의창에 연고가 없던 김 전 의원에게 이 지역구 공천을 줬다.

그동안 전언으로만 전해진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가 직접 육성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명 씨의 행보를 '정치 브로커의 일방적인 주장' 정도로 치부해 온 여권에 초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윤 대통령에게 특히 이번 통화 파일 공개가 치명적인 건, 과거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혐의 유죄를 입증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과 2016년, '친박근혜' 인사들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서 유리하도록 청와대 행정관들을 동원해 공천에 부당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공천 승인 및 지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는데, 이때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검사가 윤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다.

공천 개입은 대통령이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어긴, 중대한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 이제 공천 개입 의혹의 당사자가 된 윤 대통령은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녹음 파일은 윤 대통령의 공천 '지시' 정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천 '공모'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 전 대통령보다 죄질이 더 중한 사안이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고 있다. 2024.10.31. ⓒ뉴스1

'거짓 해명' 들통난 대통령실...야당 "탄핵이 답"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의 녹음 파일 공개 2시간 만에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내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명 씨와의 통화 시점, 윤 대통령이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당선인 신분이었음을 짚으며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 윤상현 공관위원장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 발표는 윤 대통령 임기 중 발생한 일이다.

이어 대통령실은 "당시 윤 당선인과 명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이후 윤 대통령은 명 씨와 연락한 사실이 없다'는 지난 8일 해명이 거짓임을 사실상 시인한 것과 같다.

대통령실은 추가 대응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일부 중진 의원들이 나서 사안을 축소하거나, 윤 대통령 감싸기에 나섰다.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의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며 "그걸 가지고 선거 개입, 공직선거법상 선거 관여죄라는 주장은 너무 나갔다"고 일축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제 강력한 심판만이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국혁신당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목소리가 담긴 녹취보다 더 명확한 공천 개입 증거가 어디 있겠나"라며 "윤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 윤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을 경우 답은 탄핵밖에 없다"고 했다. 진보당 의원단도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국회는 국민의 뜻을 모아 윤석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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