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예비역 육군 상사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상황과 관련해 “훈련을 하기는 한다. 근데 이제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이유가 일단 사람이 없다. 우리 사단은 기계화부대니까 전차와 장갑차가 있는데 보직률이 60%, 70%도 안 되는 부대가 있다. 전차 10대 중 3대, 4대가 못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중대 간부들이 와서 사격을 같이 하고, 그러면 다음 중대에서 사격할 때는 그 간부들이 역할만 바꾸는 거다. 내가 포수인데 다른 중대 훈련할 때는 가서 조종수 임무 해주는 식이다. 보병은 하차 전투(보병 산개)를 해야 하는데 하차 전투를 포기하고 탑승해서 포를 쏘거나 보병 간부가 조종까지도 하고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K-9 자주포를 포함한 육군 자주포 전력 10대 중 3대는 조종수가 없어 유사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용원 국힘당 의원이 10월 10일 육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 자주포 조종수 보직률은 2022년까지 80%대였다가 2023년 72.2%로 급감했고, 2024년(6월 30일 기준)에도 72.9%에 그쳤다.
육군 내 전차(92.7%), 장갑차(93.2%) 보직률도 부족한데 자주포 보직률은 더 낮은 상황이다.
유용원 의원이 10월 17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육군 간부 중 군 관사를 배정받지 못한 인원은 2,800여 명이다.
소령 이상 간부들이 10월부터 보직 이동을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말에 수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사에 입주하지 못한 간부들은 대부분 독신자 숙소, 부대 회관 등 임시 거주 시설에 머문다. 가족들은 이전 근무 부대의 관사에 남아 별거 형태로 주거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관사 미배정이 심각한 지역은 강원도다. 육군 제2군단에서 관리 중인 화천군 소재 군 관사 데시앙 아파트(321세대)의 경우 매월 평균 135명의 입주 대기자가 발생하고 있다.
초급 군무원들 역시 일을 쉬거나 그만두고 있다. 군 관사에 배정받지 못해 민간주택에 거주하다 보니 주거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무원 중 군 주거시설에 입주한 인원은 약 18.7%에 불과하다.
육군 내 7급 이하 군무원의 면직 인원은 2019년 113명에서 2023년 442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육군 전방 부대에 보직된 총 3,514명의 신규 임용 군무원 가운데 휴직은 648명, 면직은 896명으로 44%에 달했다.
이사비 문제도 크다. 군인에게는 ‘군 수송운임지시’에 따라 이사 거리를 따져보고 구간별 이사비가 지급돼야 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에서 철원 동송읍으로 약 26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사할 경우, 사다리차 비용을 포함 평균 330만 원의 이사 비용이 생긴다. 하지만 군 간부에게 지급되는 돈은 222만 원뿐이고 108만 원은 개인 부담이다.
유용원 의원은 “복무 5년 차 이상 군 간부에게만 한정적으로 이사 비용이 지급되고, 사다리차 비용은 간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점 등은 이사 대상 전원에게 이사비 전액을 지급하고 있는 공무원 여비 규정과 차별 요소가 많아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간부 처우 개선과 보수 인상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으나, 초급 간부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심지어 조기 전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까지 제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당장 혹한기를 앞둔 상당수 훈련병들이 방상내피를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육군군수사령부는 최근 방한복 상의 내피(방상내피, 속칭 깔깔이) 납품 업체들에 잇따라 공문을 보내 “2023년 계약 해지 및 2024년 계약 지연으로 방상내피 재고가 부족해 용사 초도보급 미지급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조기 납품을 촉구했다. 공문에는 재고를 고려할 때 11~12월 미지급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군 내 어려움 때문인지 병역 기피, 군 간부들의 타국 군대 이직 등이 늘어나고 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2024년 전시근로역 편입 현황」에 따르면, 수형으로 인한 전시근로자는 올해 9월 말 기준 1,707명이었다.
전시근로역은 평시에는 징병되지 않다가 전시에만 소집돼 군사 지원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들을 말한다. 즉 사실상 군 면제나 다름없다.
해당 수치는 2020년 1,279명, 2021년 1,119명, 2022년 1,154명, 2023년 1,35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허위로 정신 질환 진단을 받아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정신 질환 위장(16명), 고의 체중조절(11명), 학력 속임(2명) 사례를 적발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뇌전증 질환을 악용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병역의무자(108명)와 공범(20명), 브로커(2명) 등 130명을 적발했다.
병무청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가짜 진단서를 받아 병역을 면제받으려 한 혐의로 20명을 적발했다고 11월 4일 밝혔다.
병무청은 관련해 “대부분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신 질환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다 적발된 사례는 115건에 달한다. 이는 2020년 26건, 2021년 29건, 2022년 24건, 2023년 16건, 올해 9월까지 20건을 합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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