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은 허위정보의 파괴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개표 과정에서 우세가 무너지자 트럼프는 '선거가 도둑맞았다'며 부정선거 주장을 펼쳤다. 투표기 회사의 알고리즘 조작설, 사망자 명의 투표설, 개표 과정 조작설 등 다양한 음모론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법정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지만, 법적 절차를 통한 진실 규명보다 음모론이 더 빨리 확산됐다. 결국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이라는 전대미문의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의회는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플랫폼 규제 강화에 나섰고, 이를 위해 두 가지 법안을 추진했다. 2020년 상원에 처음 제안된 '플랫폼 책임성 및 소비자 투명성 법안'(PACT)은 플랫폼의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법안은 플랫폼이 콘텐츠 관리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게시물 제한 시 근거를 제시하며, 이용자의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반기별 콘텐츠 관리 보고서 발행을 의무화하고, 불법 콘텐츠 방치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으며, 연방거래위원회에 집행 권한을 부여했다.
'사기, 착취, 위협, 극단주의 및 소비자 피해 방지법'(SAFE TECH)은 한발 더 나아가 플랫폼의 면책 특권 자체를 제한하려 했다. 특히 사이버 폭력, 혐오 발언, 선동적 콘텐츠에 대해서는 '통신품위법 230조'의 면책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플랫폼이 문제성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걸러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이 법안은 또한 유료 광고나 상업적 콘텐츠에 대해서도 면책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으며, 스토킹이나 괴롭힘 등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플랫폼을 직접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나아가 플랫폼이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확산시킨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들은 2023년 민주당 의원들이 재발의 해 현재 상원에서 검토 중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규제의 균형을 두고 민주당은 허위정보를, 공화당은 보수 진영 탄압을 우려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파고든 트럼프는 2024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 시대 2.0: '진실 없는 자유'의 역설
트럼프의 재집권은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그는 재취임 직후 "정부의 검열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모든 규제를 무력화하려 했다. '허위정보' 자체가 검열의 도구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상 허위정보 규제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그는 소셜 미디어의 자유를 확대하고, 보수 진영 목소리 억압을 이유로 플랫폼들을 압박하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팩트체크를 중단하고 콘텐츠 규제를 완화했다. 다양성 프로그램도 축소한다는 소식이다.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검열' 의혹을 내세워 언론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다. 전임 정부와 테크 기업들의 '결탁'을 조사하겠다는 명분으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억압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를 '언론 자유의 승리'라 부르며 환호하고 있지만, 오히려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 미국은 서로 다른 '진실'을 가진 두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진영에 따라 다른 뉴스를 보고 다른 사실을 믿는다. 정부는 규제를 포기하고 플랫폼은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디지털 시대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 책임 사이의 균형이 무너져가고 있다.
미국 경험에서 배우는 세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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