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동북진흥계획 10년...질적 변화 접어든 북중협력

[시리즈] 동북진흥계획 10년...질적 변화 접어든 북중협력

 
2013. 11. 13
조회수 80추천수 0
 

 

 

지난달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연길(옌지)를 중심으로 두만강지역의 북중 국경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마련한 2차 북중접경지역 현지조사 사업에 함께 했다. 함경북도 회령이 내려다 보이는 싼허(삼합)를 시작으로 이제는 관광지가 된 투먼(도문) 을 들러 철교 다리 넘어 남양을 흘끗 보고 , 동쪽으로 훈춘과 인근의 취안허(권하)~원정리, 팡촨(방천) 에서 북중러가 국경을 접하며 두만강이 동해와 만나는 하구의 풍경을 바라봤다. 짧은 일정인지라 카이산툰(개산둔)~삼봉의 통상구는 그냥 지나쳤고 무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호암전망대까지는 올랐으나, 통제가 심하다는 인근의 무산철광석이 오가는 주요통로인 남핑(남평)~칠성리 통상구까지는 미쳐 가보지 못했다.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중 국경협력의 현장인 창바이(장백)~혜산, 지안(집안)~만포 그리고 서해끝 단둥~신의주는 훗날을 기약했다. 마지막날인 2일엔 연변대 동북아연구원과 민화협 정책위원회가 주관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초국경 협력 방안’의 세미나가 있었다. 말은 구상이고 방안이라지만 둘 사이엔 엄청난 괴리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은 여전히 제안에 머물러 있는 반면, 북중의 초국경 협력은 이미 현실이기 때문이다. 마침 올해는 중국이 동북3성의 개발을 위한 동북진흥계획을 내놓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말 그대로 주마간산이었지만, 그동안 진행돼 온 북중 협력의 움직임을 정리해 세번에 걸쳐 깊고 넓게 그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차례 

1회. 공동관리 공동운영의 새로운 협력모델

2회. 국경의 빗장을 열어제끼다

3회. 기업 중심의 협력 확대 및 심화

4회. 전력망 연계와 인민폐 결제통화 도입

5회. 러시아 몽골과의 경쟁적 다자 협력

6회. 훈춘 북방의 선전(심천)이 될 것인가

 

 

 

003.jpg » 허룽(화룡)시 2차선 도로를 점령한 덤프트럭들

 

11월1일 연길 남서쪽 허룽(화룡)시를 지나 백두산 관문인 이도백하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 양쪽은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관광시즌이 지난 뒤라 간간이 택시들이 눈에 띌뿐 도로는 이들 톈츠(천지)공업무역유한회사의 트럭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이 도로 한쪽 산 중턱엔 톈츠가 운영하는 철광분 생산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1시간 반여 거리의 무산광산에서 철광석을 잔뜩 싣고 온 트럭들은 뿌연 먼지를 뿜으며 공장으로 들어갔다 다시 허룽의 국경통상구인 난핑(남평)을 거쳐 무산쪽으로 향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 무산군 칠성리 통상구와 마주보는 난핑은 무산 철광석의 주요 반입 통로이다. 그 때문에 난핑 통상구는 국가2급 육로통상구임에도 북중 육로 국경세관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됐다. 연변일보(2013년 9월 10일)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의 북한산 철광석 통관물량은 38만6천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배가량 는 것이다. 신문은 올해 50만t 이상의 북한산 철광이 난핑통상구를 통해 수입될 예정이며 중국 세관당국은 통관편의를 위해 2·3분기에 매일 개관 시간을 한시간 앞당기고 검사·검역에 걸리는 시간도 최대한 단축했다고 전했다.

 

004.jpg » 난핑 무산에서 나와 허룽시 남핑으로 가는 트럭들. 무산의 집단주거 주택들

 

005.jpg

 

자원과 물류-무산광산의 철광석과 나진항 석탄수송

 

자원개발과 물류는 젓가락의 한짝처럼 같이 가야 한다.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는 자원개발은 무의미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같이 갈 수 없는 경우 어느 것이 먼저냐다.

 

무산광산의 경우 먼저 북한쪽에 채굴 장비 등을 지원하고 그에 따른 철광석 생산 증가에 맞춰 도로 교량 철도 등의 인프라가 추진됐다. 그에 반해 나진에서의 북중 협력의 출발은 물류가 먼저였다. 무산의 경우 북한산 철광석을 중국이 수입하는 것이었다면, 나진은 중국이 석탄을 운송하기 위한 출구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8년 나진항 1번 부두 1호 선석 사용권에 확보에 나선 것은 다롄의 화물운송업체인 촹리그룹이었다. 촹리그룹은 나진항 부두 보수와 확장을 통해 연간 100만t의 하역 능력을 갖췄다. 그리고는 2011년 12월 중순부터 2012년 1월 초 사이 훈춘 일대 석탄 약 1만6700t을 한 달여에 걸쳐 나진항 1호 부두에서 상하이로 수송하기 시작했다. 취안허~온정리 사이의 두만강교 보수는 2011년 6월 완료됐으나, 취안허~나진으로 이어지는 도로(53km 구간)의 개보수가 완료된 게 2012년말이었으니 공사중인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국영 석탄회사들이 뛰어들었다. <연변일보>(2012년 1월5일) 에 따르면 팔련성 탄광 등 훈춘 일대 3개의 탄광을 보유한 훈춘광업집단은 2010년부터 대대적인 설비 증설투자를 통해 연간 생산량을 두배로 늘려 1천만t 채탄능력을 확보했다. 2012년부터 나진항으로의 물류수송이 본격화 될 경우 생산한 석탄을 남방지역으로 대량 운송할 길이 열린다는 걸 내다본 것이다. 훈춘 등 지린성은 물론이고 지린성 지역에 비해 고칼로리의 석탄이 풍부한 헤이룽장성 지시 등의 지역 석탄회사들도 가세했다.

 

나진항을 이용한 석탄수송은 물류비를 절감시킨다. 중국 <신화망>(2012년 9월5일)은 나진항을 통해 훈춘 지역의 석탄을 실어 나를 경우 다롄항까지 철도로 운송한 뒤 화물선을 이용하거나 철도에 의존하는 과거의 방식에 비하면 톤당 60위안(미화 9.5 달러)의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롄, 잉커우등 남부의 랴오닝성 항구들이 물동량 증가에 따른 적체에다 환경 문제 등을 들어 석탄하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진, 청진항 등 북한지역 항만 확보는 지린성의 석탄 등 물류수송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석탄 수송이 본격화 되자 나진으로부터의 남방수송로도 상하이는 물론이고 안후이와 산둥성 등 동부 연안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의 이승덕 부장은 지난달 31일 “중국 중앙정부가 해관총서에서 그동안 훈춘→상하이의 일방향 수송만 가능했던 남방수송로를 쌍방향으로 비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고 전했다. 훈춘에서 나진을 거쳐 동해로 나가 상하이, 닝보 등 중국 남동부 해안지역으로 수송하는 남방항로 시대가 열리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중국 <신화망> (2012년 9월5일)이 지적했듯이 두만강 유역 중국 내륙지역과 북한을 잇는 교통망이 점차 골격을 갖춰 가면서 지린성의 150년 숙원인 ‘제강추하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008.jpg » 허롱~난핑간 철도와 구글에서 내려다 본 북한 무산군 칠성리와 연결된 난핑 통상구의 모습

 

010.jpg

 

011.jpg

 

 

무산광산의 경우도 이제 문제는 물류다. 그리고 그 방향은 우선 내륙으로 연결한 뒤 동해쪽 출구로 향하고 있다. 이미 중국쪽은 허롱시 인근 난핑진까지 철도를 놓았다. 연변일보( 2013년 1월11일)에 따르면 허룽~난핑 간 42.5㎞ 구간의 이 철도는 착공한지 3년 4개월 만인 2012년 12월 완공돼 철도 당국의 검수를 받았다. 산이 많아 대부분 터널로 연결하는 난공사였다. 이 공사에는 11억9천600만위안(약 2천억원)이 투입됐다.

 

난핑은 허룽을 통해 중국 동북의 내륙 철도망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중국은 난핑~무산을 철도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기존에 트럭을 이용한 철광석 운반은 한계가 있었다. 난핑~칠성리 통상구를 잇는 교량은 97년에 건설된 것인데다, 그 뒤 북쪽 무산철광까지의 구간은 두만강을 따라 유자형으로 굽어지는 산길 중턱의 좁은 비포장 도로다. <지린신문>(2013년 2월25일)에 따르면 왕루린 성서기는 2월 올 첫 지도소조 전체회의에서 난핑과 무산을 철도로 연결해 난핑 철도 통상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북한의 항구를 이용한 동해 항로 개척에 적극적인 지린성은 무산까지 연결시킨 뒤엔 이 철도를 다시 북한의 청진까지 연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이미 나진에 이어 청진항 개발 및 이용권을 확보했다.

 

지린성의 동해 출구전략과 북한의 무산광산 개발전략

 

<지린신문>(2012년 9월 6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일 옌볜하이화그룹(延邊海華集團)과 조선항만총회사는 해항합작경영회사를 설립했다. 북한이 2011년말 합작경영법을 수정한 이래 투먼시 기업과 체결한 첫번째 사례다. 쌍방은 물동능력이 700만t인 청진항 3-4호 인접 부두를 공동관리하고 이용할 데 대해서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이사회 설립, 관리기구 경영 및 투자액, 이윤분배, 노동자관리 등 세칙 등을 비롯해 북이 부두와 노천화물하차장에 대한 30년간의 임대비를 투자금으로 출자해 39.54%의 지분을 갖고, 중국이 하역설비 운수장비 항구건설기자재 등에 대한 투자금으로 지분의 60.46%를 갖도록 했다. 2015년까지 항만화물운수량을 100만t 이상으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위로부터 차례대로 내려오면서 훈춘은 나진으로, 투먼~남양, 싼허~회령, 난핑~무산은 거리가 가깝고 항만규모가 큰 청진항을 동해쪽 출구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것도 훈춘~나진의 도로보다 물동량이 큰 철도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중국의 생각이다. 난핑~무산 철도 연결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다르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자원개발 및 수출과 관련해 북한 중국의 이해가 엇갈려있기 때문이다.

 

 

012.jpg » 중국쪽 난핑진의 호암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무산의 모습과 산 너머쪽의 무산광산 채굴 사진(구글)

013.jpg 014.jpg

 

20006년부터 본격화한 북한과 중국의 무산철광 합작사업은 북한이 중국 기업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설비 투자를 하지만 단독 경영을 고수했다. 또 투자자금에 대해선 철광석이나 분광을 공급해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채광설비 확충을 통한 생산증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수출이다. 그러나 <연합뉴스>(2013년 1월11일)에 따르면 북한은 이제 철광석의 단순 수출이 아니라 제철 과정을 거친 뒤 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쪽은 광산권을 비롯한 실질적인 운영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핑~무산철도 연결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철광석 정광만을 가져가는 걸 북한이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채굴한 원광을 분쇄만 하는 수준의 정광은 순도가 많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무산철광을 놓고 중국 유수의 철강그룹들과 양해각서(MOU)를 여럿 체결했지만 실질적인 투자계약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은 실질적인 운영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중국은 단순 철광석 정광 만을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이 북한의 광산 뿐만 아니라 제철소 정상화를 위한 투자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투자는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는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린성의 동해로의 출항권을 필요로 하고 있고 북한은 자원개발과 항만 철도 도로 등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원개발에서는 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고, 나진에 이어 청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항만운영에서는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중간의 경제적 격차로 보건데 철도 도로 교량 항만 등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경제적 이해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2010년 5월 김정일 방중과 공동개발 공동관리

 

그런 점에서 2010년 5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주석과 북중 나선경제무역지대의 ‘공동개발 공동관리’ 방식에 합의한 것은 북중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포함해 2011년 12월 사망하기 불과 4개월전인 8월까지 모두 1년여 사이에 세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 이때부터 두나라는 중앙정부, 성-지방정부 차원에서 공동지도위원회를 만들었고, 2012년 8월 북한의 실권자인 장성택 당행정부장이 중국을 방문해 열린 중앙정부간 3차 북중 공동지도위원회를 통해서 나진과 황금평에 각각 북중 공동의 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틀을 만든 것이다.

 

연변대 경제관리학원의 김성남 교수는 “북중 경제협력의 특징으로 첫째, 중앙정부 주도의 북한 2개 경제특구의 공동개발과 공동관리를 꼽았다. 그리고 두번째가 역시 중앙정부 주도의 지방정부간 공동개발 협력이다. 그리고 세번째로 단둥 중조 무역박람회, 라선 국제상품전시회 등의 상품 교역 및 투자 상담을 위한 기업간 협력”을 들었다.

 

연변대 동북아연구원의 윤승현 교수도 “북중은 정부주도, 시장운영의 기업위주, 호리호영의 경협원칙에 합의했으며, 랴오닝성의 연해경제벨트와 평안북도의 신의주특구(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지린성의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강 지역) 개발개방선도구와 함경북도의 나선특구(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를 연계한 ‘양국 양지역’ 모델을 만들었으며, 이제 ‘양국 일지역’ 모델로서의 초국경 경제협력지대로 발전시켜가는 이론적 탐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옌지 훈춘 싼허 허룽/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