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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복된 ‘내란 영장 기각’… 사법부는 내란의 방패인가

 
사법부의 반복된 선택이 던지는 신호
 
임두만 | 2025-11-17 09:05:10  
 


 

내란특검이 신청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박성제 전 장관에게 거듭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두 번 모두 기각했으며, 증거가 분명하여 법원도 ‘사실관계는 확인된다’는 황교안 전 총리도 기각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예상 가능한 기각”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위험하다. 사법부가 단순히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한 번 놓친 것이 아니라, 내란 수사의 주요 연결고리를 체계적으로 절단하는 듯한 흐름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은 단 하나다. 사법부는 민주공화국의 마지막 보루인가, 아니면 내란범의 마지막 방패막인가.

▲ 정면으로 본 대법원 전경...사진, 대법원    

■ “위법성 인식 없었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적용된 전무후무한 면죄부

박성재 전 장관의 첫 번째 영장 기각 사유는 충격적이었다. 법원이 내세운 논리는 이랬다. “비상계엄이 불법인지 몰랐을 수 있다.”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이 위법한 계엄을 선포했을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주장, 계엄 선포 두 시간 전 대통령실로 긴급 호출돼 설명을 듣고, 문건을 주머니에 넣고, 메모를 했고, 법무부로 돌아가 ‘계엄 대응 지시’를 내린 사람에게 말이다. 이런 주장은 법적 판단이라기보다 세계관의 붕괴에 가깝다.

특검이 추가 압수수색과 포렌식으로 ‘계엄 합리화 문건’, 삭제 파일, 교정시설 수용 계획 등을 더 확보했고,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똑같이 말했다. “여전히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다.” 법원에게 묻는다. ‘내란 브레인’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그가 내란인지 몰랐다는 여지만 있으면 구속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어떤 고위 공직자도 “몰랐다”고 말하면 그만인가.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의 공식 태도인가. 국민은 이것이 궁금하다.

■ 황교안 영장 기각, “사실관계는 상당 부분 확보… 그러나 기각”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는 더 기이하다. 법원 스스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확보되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결론은 기각이다.

황 전 총리의 SNS에 직접 적은 글은 명백하다. “비상계엄령 선포됐다” “종북·부정선거 세력 척결하라” “국회의장 체포하라” “한동훈 체포하라” 그럼에도 공안검사 출신이 계엄의 위법성을 몰랐다고 인정하는 법원. 이쯤 되면 정치논리가 아니라 사법부가 자기보호 본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 판사 4명이 돌아가며 ‘내란 수사 방어막’? 조희대 대법원장의 그림자

더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 패턴이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4명, 모두 조희대 대법원장이 계엄 사태 직후 발령한 판사들이다. 그 4명이 번갈아가며 특검이 청구하는 영장을 모두 막고 있다.

특검이 새 증거를 가져오면, 판사는 “그래도 혐의 다툼 있다”고 말한다. 특검이 삭제 파일을 복구하면, 판사는 “주거·경력 고려 시 위험 없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법원이 구하고자 하는 것은 법인가, 동료 집단의 안위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의 밤’에 대법원 간부들과 계엄 대응 회의를 했다는 보도는 여전히 반박되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 내부 발언도 충격적이었다. “계엄사령관 지시에 따라 대응하겠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원은 당시 불법 계엄에 협조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영장 기각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수사로부터 대법원을 보호하는 구조적 방어막일 수 있다.

사법부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순간, 그것은 헌정질서 수호 기관이 아니라 헌정질서 위협 세력이 된다.

■ “주거·가족관계 안정”… 힘 있는 자만 누리는 기각 논리

두 사람의 영장 기각 사유에는 똑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주거·가족관계·경력 안정성 고려할 때 도주 우려 없다.” 이 말은 무엇인가? ‘권력 있고, 직업 있고, 재산 있으니 구속할 필요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반대로 묻자. 주거가 불안정하면 구속인가? 직업이 없으면 도주 우려가 큰가? 돈이 없으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많아지는가? 이런 판단은 법적 기준이라기보다 전형적인 특권 존중의 논리일 뿐이다.

■ 사법부의 반복된 선택이 던지는 신호

민주당은 “사법부는 내란범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조국혁신당은 “특권 계급을 보호하는 퇴행적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비판은 ‘여야’가 아니라 ‘헌정주의자’라면 누구나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사법부의 지속적 영장 기각은 내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고음을 지우고 있다. 그 신호는 곧, ‘내란을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위험한 메시지로 변질된다.

박성재·황교안은 지금 ‘죄가 없다’고 판단받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범죄 혐의는 상당 부분 인정되면서도 구속 필요성만 부정된 것이다. 이것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 민주공화국의 최후 보루는 어디인가

사법부는 권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독립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그 독립은 헌법 수호를 위한 독립이지, 특권 수호를 위한 독립이 아니다.

지금 사법부가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내란에도 자의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특권층에게는 ‘위법성 인식 부재’를 들이댈 수 있다.”
“사법부 스스로를 향한 수사는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이런 나라에서 내란은 어떻게 처벌되는가? 처벌되지 않는다. 역사에서 반복돼 왔고, 지금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제 묻는다. 법원은 누구를 지키려 하는가? 헌법인가? 아니면 사법부 내부의 기득권인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사법부다. 그러나 지금 그 보루가 스스로 문을 닫고, 장벽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이 내란의 밤을 지나 민주공화국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사법부는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제대로된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나올 것이다.

헌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인가, 내란범의 최후 방패가 될 것인가. 지금 법원의 판단은 그 선택의 방향을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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