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시도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퇴근길 차량들이 눈길에 큰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6㎝ 가량의 눈으로 서울 전역의 교통이 마비되는 대란이 발생했다. 서울시가 올해 초 변경한 강설 대비 사전제설 지침이 대란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사전제설 지침을 슬그머니 도입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눈 오기 1시간 전 제설제 사전 살포 완료’라는 기존 지침에 더해 ‘출근 전 오전 6시, 퇴근 전 오후 5시까지 사전 제설을 완료한다’는 지침을 마련해 올해 3월까지 운영했다. 눈이 내리기 전에 제설제를 미리 뿌려 출퇴근 차량정체를 막고 추가 제설작업 지연을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서울시는 올해 ‘2025~2026년 겨울철 재난안전대책’을 새로 만들면서 해당 지침을 삭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1~3월 출근 시간대에 눈이 오지 않아 지침을 적용할 일이 없었고, 제설제 살포에 따른 환경 민원이 발생해 지침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내린 강설은 퇴근차량이 몰리는 오후 6시부터 집중적으로 내렸다. 서울시는 오후 5시부터 제설제를 도로에 뿌렸다. 강설에 임박해 살포된 제설제는 본래 기능인 융빙효과(눈과 얼음을 녹이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더구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도로는 빙판이 됐다. 서울시는 오후 6시48분부터 추가 제설에 나섰지만 도로로 쏟아져 나온 퇴근차량과 함께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그 결과 18개 노선에서 38개 구간이 통제됐고 추돌사고가 잇따랐다.
서울시는 늑장제설이라는 비판에 “5㎝ 이상의 많은 눈이 1시간 동안 갑자기 쏟아져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강설 대비 사전 제설 지침을 삭제한 것이 이번 대란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은 없었다.
서울시는 최근 기존 지침보다 강화한 강설 대비 사전제설 지침을 25개 자치구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뀐 지침은 ‘서울에 5㎝ 이상 눈이 올 것으로 예보되면 출퇴근 시간 3시간 전까지 사전 제설을 끝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5㎝ 이상 눈이 예보되면 시내 모든 지역은 출근 전 오전 4시, 퇴근 전 오후 2시까지 사전 제설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설제는 시간당 3㎝의 눈을 녹이는데, 4일에는 이례적으로 시간당 5㎝ 이상 눈이 내려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라며 “삭제한 기존 지침대로라도 교통대란은 불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근시간대 전까지는 사전제설을 끝내야 퇴근길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출퇴근 시간대에 강화된 지침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내년 중 서울연구원과 공동으로 눈의 형태·강설 시간대 등을 분석해 제설효과를 높이는 제설방안 메뉴얼을 만들고, 자동차 전용도로 정체시 회차가 가능한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은성 기자
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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