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또 “영장 집행 당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로부터 총기 사용해서라도 피고인 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는가”라고 물었고, 김 전 부장은 “당시 영부인의 총기 얘기는 박 모 직원한테서 처음 들은 것”이라며 “제가 좀 황망했다”고 토로했다. 4.19혁명 때 내무장관 최인규가 경찰에게 “총은 쏘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다는 역사적 장면과 겹치는 섬뜩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윤석열은 검사여서인지 칼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지난 4월 2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2차 공판에서 “칼이 있어야 요리하고 나무 베서 땔감도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할 수도 있지만, 상해·살인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으로 봐선 안 된다”면서 “(비상계엄 때) 아무도 다치지 않고 유혈 사태도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달을 사랑하는 달빛 그윽한 부부
이는 지난 2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증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윤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기묘하게도 그의 부인 김건희는 8월 29일 구속되면서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고 말했다. 달빛이 밝게 빛나는 밤이 왜 어두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의 처지를 ‘달 밝은 어두운 밤’에 비유한 것이다. 남편은 달그림자, 부인은 달빛, 이들 부부는 달을 사랑하는 듯하다.
급하면 하나님 찾는 무당(巫堂)파
10월 13일 윤석열 변호인 배의철이 페이스북에 쓴 '윤 대통령의 추석연휴 말씀 전합니다‘를 보면 무당을 믿는 윤석열이 하나님에게도 열심히 기도한다고 한다.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에 따르면 윤석열은 “긴 추석 연휴 운동도 1회밖에 허락되지 않은 1.8평의 독방, 하지만 감옥이라는 생각보다 기도의 장소를 허락하심에 감사하며 연휴 내내 여러분이 보내주신 편지와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 시편 119편 105절의 일부인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를 인용, “시편의 말씀이 어둠을 밝혔다”면서 “특히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놓지 않도록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간절히 기도했다”고 강조해 청년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표했다.
뿐이랴, 윤석열은 전한길 씨도 “하나님이 대한민국에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며 추켜세웠다. 전 씨가 11월 28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윤석열의 편지를 보면 윤석열은 전 씨를 “하나님이 대한민국에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추켜세우고, 아침저녁으로 그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저 역시 옥중이지만 제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구속 상황마저 신앙 서사로 포장하면서 극우 개신교와 음모론 세력에 기대 위기를 돌파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믿을 건 극우파 “저를 밟고 일어서시라” 선동
하나님을 언급하며 전 씨를 칭송하는 건 이제 자신이 믿을 건 극우파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윤씨 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는 내란 1년을 맞는 12월 3일 “12.3 비상계엄은 헌법수호책무의 결연한 이행이었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깨어나 망국의 위기를 초래한 대의권력을 직접 견제하고, 주권 침탈의 위기를 직시하며 일어서달라는 절박한 메시지였다”는 내용의 ‘대통령 말씀’을 전했다. 지난해 계엄 선포 담화, 12.12 담화와 판박이다. “지금은 불의하고 부정한 독재정권에 맞서 똘똘 뭉쳐야 할 때다. 국민을 짓밟는 정권에 ‘레드 카드’를 함께 꺼내달라”며 “저를 밟고 일어서시라. 이 나라는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의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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