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3~14일 일본 나라현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방일은 지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상호 답방을 약속하면서 추진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실리 중심의 실용외교의 틀을 다지면서 과거사 문제의 진전을 함께 노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과거사 문제를 전진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이번 방일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 강화”를 제시하며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인도적 측면의 협력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연안에 있었던 해저 탄광으로, 1942년 2월3일 수면 아래의 갱도 천장이 무너지며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136명 등 총 183명이 숨진 곳이다. 청와대 쪽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단번에 바꾸긴 어렵다고 보면서도, 그동안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는 데 난색을 표해왔던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유해 발굴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낼 수 있다면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실용외교’를 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일본의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치 수출 규제에 맞서 희토류 등 핵심 희귀광물에 대해 수출 허가·관리를 강화하는 등 사실상의 대일 압박에 나서고 있다. 중국산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 산업계로서는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양국의 메시지도 강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역사의 옳은 편에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중-일 갈등 상황에서 중국 편에 서라고 이 대통령을 압박한 바 있다. 일본 역시 정상회담을 앞두고 12일부터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을 미국에 파견해 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등 우방국 결속을 강조하며 한국이 대중국 견제에 좀 더 분명한 입장을 보여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립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일 상하이에서 한 순방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어른들이 이유가 있어 싸우는데 끼어들면 양쪽에서 미움을 받는다”는 논리로 중·일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일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 오히려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과는 지역·글로벌 차원의 관계를 같이 보는 협력과 차세대 공통 과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도 우리의 가치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지금과 같은 판세는 국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외교를 펼치려는 우리에게 외교적 레버리지 측면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신형철 장예지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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