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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언제 다시 가볼런가

금강산, 언제 다시 가볼런가

금강산 관광 시작 15주년..중단 5년 현주소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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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8 17: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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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강산을 방문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푸른나무'가 촬영한 금강산 모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지 18일로 15주년을 맞았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18일 관광선 '금강호'가 이산가족 등 826명을 태우고 동해항을 출발, 북한 장전항에 입항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2003년 9월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됐고, 2007년 5월 내금강이 문을 열었으며, 2008년 3월부터는 승용차를 이용한 관광도 가능해졌다.

1998년 첫해에는 1만 554명, 1999년 14만 명, 2004년 26만 명, 2007년 34만 명 등 총 193만 4천662명이 금강산을 다녀왔다. 여기에는 단순 관광뿐 아니라 수많은 남북공동행사도 포함됐다.

 

   
▲2001년 금강산으로 향하던 관광선 '설봉호'에서 열린 조계종의 천도제. [통일뉴스 자료사진]

 

물론 금강산 관광이 부침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 씨가 북한 환경감시원에게 귀순을 공작했다고 억류되면서 잠정 중단되었고, 2003년 4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으로, 같은 해 8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등으로 잠정중단됐다.

하지만 2008년 7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관광객 박왕자 씨가 숨진 사건으로 관광은 5년째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피격사망사건으로 정부는 북측에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 등 '3대 선결 조건'을 요구해왔다.

 

   
▲ 2008년 7월 당시 황부기 정부합동조사단 단장이 박왕자씨 피격사건을 중간발표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측도 2009년 8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남측 인원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 지역 체류 재개, △개성관광 재개, △백두산 관광 개시 △남북 이산가족상봉 및 친척 추석 상봉실시 등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공동보도문을 두고 정부 당국 간 합의가 아니라며 묵살해왔다.

그리고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발표하고, 연평도 포격전으로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다.

 

   
▲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조건에 조건이 붙는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갖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마련한 박근혜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신변안전보장 제도적 합의 마련'이라는 조건만 해결된다면 가능하다는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남북은 '격' 문제로 무산됐지만, 지난 6월 서울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 남북 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려고 했다.

또한, 개성공단 가동중단 이후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묶어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정부는 이산가족상봉 행사 우선 원칙을 내세웠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10월에 열 것을 역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합의까지 이룬 이산가족상봉행사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2009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 [통일뉴스 자료사진]

 

일련의 흐름 속에서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기할 계획은 없다.

최근 확정된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정부 안에는 금강산 관광을 두고, "확고한 신변안전 보장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토대로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도 금강산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개성공단 문제가 잘 협의.합의되고 성과를 거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재개돼야 한다"라며 "구체적으로 회담을 먼저 제안하거나 추진할 계획은 없다. 지금 되고 있는 게 하나씩 되면서 신뢰를 쌓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즉, 개성공단 통행.통신.통관 등 3통 문제가 해결되고, 개성공단의 국제화 발판이 마련된다면, 그리고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재개될 경우, 상황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신변안전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조건에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이산가족상봉행사 성사라는 조건이 더 붙어,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는 더 어려운 상황이 놓였다.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액 1조원 넘어.. 정부는 모르쇠

정부가 남북 간 현안을 선택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운데, 금강산에 투자한 기업들은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대아산의 경우, 지난 3월 현재 금강산 관광 매출 손실액이 5천1백억 원에 달한다. 49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금강산기업인협의회'는 6월 현재 5천1백억 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남북경협기업인비상대책위원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로는, 5.24조치 이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는 남한이 1조 2천561억여 원을, 북한은 2천564억1천여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이 밖에 생산유발 차질, 부가가치 유발 차질 등 간접적 피해액은 3조 원을 훨씬 넘고, 고용 차질도 3만5천여 명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길목이던 강원도 고성군의 경제는 붕괴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구체적 피해액을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금강산 대북투자 내역을 중심으로 약 3천5백억 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해 텅빈 아산 휴게소 식당. [통일뉴스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피해지원 명목으로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남북협력기금에서 총 32개사 114억 원을 특별대출하고, 2012년 긴급운영경비 무상지원으로 40개사 4억2천만 원이 지원된 것이 전부이다. 여기에 특별대출은 되갚아야 할 금액으로 현재 상환유예상태이다.

이에 반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해서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580억 원이 넘게 지원됐다.

그렇기에 금강산 투자 기업들이 형평성을 제기하고,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봐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지난 10월 5년 만에 통일부 장관과 금기협 관계자들의 면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금기협 관계자들이 요구한 통일부-금기협-현대아산의 협의체 마련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필요하면 소통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수시로 전화하고 만나고 간담회를 할 예정"이라며 협의체 구축에 난색을 보였다.

또한, 기업들의 추가대출 요구에도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 금강산으로 향하는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불이 꺼져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남측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듯 금강산 지구를 관광상품으로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2010년 남측 자산 동결.몰수에 이어, 2011년 현대아산의 독점권을 취소했고, 같은 해 5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채택했다. 그리고 금강산과 인접한 원산을 관광특구로 개발하면서 원산-금강산을 잇는 관광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민족경제'와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시작된 15년 전 금강산 관광이 남북 간 힘겨루기로 5년째 중단되면서 관련 기업들을 비롯해 일반 국민들이 상당한 손해를 입고 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조건을 내세운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원칙 속에서 북한은 나름대로 관광산업을 개발하고 있다.

씁쓸한 금강산 관광 시작 15주년을 맞아 금기협은 18일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화해와 평화의 상징이던 그날의 시작이 또 다른 아픔으로 남이나 북이나 생채기 내기에 급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우리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라며 "이제 중요하고 시급한 만 5년간 방치된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 2008년 5월 금강산 구룡연은 등반객으로 붐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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