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의 경영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무이자 무보증 자금'(상호금융 특별회계 자금). 그 규모만 한 해 13조 2000억 원(2024년 기준)에 달한다.
이 자금은 농협이 사업 이익과 조합원들의 출자로 불려 놓은 농민들의 소중한 자산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조합의 균형 발전과 사업 활성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해 우선적으로 쓰여야 할 돈이다.
하지만 정부 감사 결과, 이 '눈먼 돈'이 중앙회장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로비 자금'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사조합'이면 더 준다?
최근 공개된 농림축산식품부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자금 배분의 형평성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2024년 지원된 무이자 자금의 증가액을 분석해 보았다. 일반 조합은 평균 8억 7000만 원 증액(전년 대비 7.6% 증가)된 반면, 이사 조합은 평균 37억 8000만 원이 증액돼 전년 대비 26.3%나 늘어났다.
중앙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사' 소속 조합들이 일반 조합보다 무려 4.3배나 많은 자금을 더 챙긴 것이다. 자금 배분의 기준이 '농민의 필요'가 아닌 '회장과의 거리'에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돈이 '내 편'에게만 주로 흐르는 현실은 나머지 자금들조차 과연 농민에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무이자 자금을 이용한 '줄 세우기'는 농협의 해묵은 악습이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그 심각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둔 2010년 당시, 8조 원 규모의 조합 지원금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조합에 집중적으로 배정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 조합 217곳의 평균 지원금은 56억 4900만 원이었던 반면, 일반 조합 759곳은 35억 8200만 원으로 약 58%의 격차를 보였다. 대의원 조합 가운데 조합장이 중앙회나 22개 자회사 임원 등의 보직을 맡은 곳은 지원금이 65억 9600만 원에 이르기도 했다.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지난 2023년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중앙회가 '농협법 개정안(회장 연임제)' 처리를 위해 국회와 조합장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무이자 자금을 '당근책'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무이자 자금'이 통치 자금 된 원인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