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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러시 이룬 '새로운 대권 코스 광역단체장'

장정수 편집위원

jsjangs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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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6.03.27 18:05

  • 수정 2026.03.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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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 차기 대선 민주당 예비경선 성격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대권의 새로운 공식

추미애 김경수 김부겸… 박주민 정원오까지

지방 행정 경험뿐 아닌 정책 성과로 민심 얻어야

이번 6·3 지방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주요 정당의 ‘대선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중량급 인사들이 광역단체장 선거로 대거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6선의 중진으로 차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되던 추미애 전 법사위원장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뛰어들었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미 단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도 대구시장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충남도지사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박주민 의원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역시 당선될 경우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군에 본격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의미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예비경선 성격까지 띠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들(왼쪽부터 추미애 한준호 김동연) 2026.3.26.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열어 제친 새로운 대권 가도

과거에 광역자치단체장은 대선 레이스에서 밀려나거나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지 못한 중진들의 마지막 정류장과 같았다. 광역단체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활동 영역이 지방 행정으로 제한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멀어지게 돼, 재선이나 3선을 거친 후 정계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였다.

그러나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중량급 인사들의 광역단체장 러시는 한국 정치의 대권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 서사가 자리 잡고 있다. 광역단체장 자리가 유력한 대권 코스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궤적은 기존 대권 주자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명문대 출신 법조인이나 중앙 정치 무대에서 경력을 쌓아 권력의 정점에 오른 전형적인 거물 정치인과 달리, 그는 성남시와 경기도라는 ‘변방’에서 지방 행정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그는 시장 집무실에서 나와 민생 현장을 누볐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행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취임 직후 호화 논란이 일었던 시장 집무실을 북카페로 바꿔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더 좁은 공간으로 시장실을 옮기는 것으로 첫걸음을 뗐다. 이후 성남시 전역에 복지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섰다. 관료 조직의 벽에 수없이 부딪혔지만, “공무원이 시민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시청에서 도청으로, 대통령실로 이어진 현장 중심 행정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쳤다. 그는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 소득과 나이에 관계없이 도민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며 민생 안정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또한 경기도청에 코로나19 통합방역상황실을 설치하고, 신천지 종교 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종교시설 행정명령,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확대,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신속하고 과감한 방역 조치를 잇달아 시행했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선제적 의사결정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얻은 이 대응은 이후 ‘이재명식 위기관리’의 대표 사례로 회자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20년 2월 28일 경기도청에서 도내 신천지 신도 3만 3582명의 코로나 19 감염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8.2.28 연합뉴스

이러한 행정 DNA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취임 직후 전임 정부 장관들을 모두 소집해 3시간 40분에 걸친 국무회의를 열고 각 부처 현안을 일문일답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국무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해 국민에게 정부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실험도 단행했다. 전국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열어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은 경기도지사 시절 체득한 현장 중심 행정의 연장선이다. 그 결과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65%~70%를 상회하고 있다. 행정 경험이 단순한 이력이 아닌 국정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작은 주의 성과를 전국화 하겠다“ 주지사 출신 미국 대통령들

자치단체장 출신이 지방 행정 경험을 발판으로 대권을 거머쥔 사례는 미국 정치사에서도 흔하다. 역대 45명의 미국 대통령 중 17명이 주지사 출신이다. 주지사 경력이 대통령직으로 가는 가장 유력한 경로 중 하나였음을 숫자가 분명히 말해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 주지사 시절 인종차별 철폐와 행정 개혁을 단호하게 추진하며 ‘청렴한 개혁가’ 이미지를 구축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주 정부 내 흑인 인사 발탁을 주저하지 않았고, 행정 시스템의 투명성을 크게 높였다. 이러한 개혁 이미지는 워터게이트 이후 도덕성 회복을 갈망하던 미국 사회의 시대정신과 정확히 맞물리며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뉴욕 주지사 시절 대공황에 맞서 공공사업과 실업 구제 정책을 과감히 시행하며 ‘뉴딜’의 초기 모델을 실험했다. 주지사 시절의 정책은 대선 공약으로 발전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토대가 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칸소 주지사로서 교육 개혁과 친기업적 경제 정책으로 ‘신민주당(New Democrat)’ 이미지를 만들었고, “작은 주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이제 전국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성공 보다 실패 많은 한국의 단체장 출신들 대선 가도

그러나 광역단체장 경력이 대권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는 결코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도 이명박·이재명이라는 두 성공 사례 뒤에는 수많은 좌절의 역사가 존재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환승 체계 구축 등 가시적 성과로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광역단체장 성공 모델’의 원형이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 역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해 용산 국제업무센터, 한강버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시대 흐름과 어긋나는 대형 토목 사업에 매몰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밀리는 처지가 됐다.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한때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범죄로 구속되는 비극으로 마침표를 찍었고, 조순 전 서울시장, 이인제·손학규·남경필 등 경기지사 출신들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한때 대권 주자로 주목받았으나 퇴임 후 정치적 존재감이 빠르게 희미해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 역시 행정 경험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그는 성남시장이라는 ‘지방 정치의 변방’에 있었다. 그러나 청계천 광장 규탄집회에 직접 나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사자후를 외치며 정치적 격동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정치권에서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 그의 주장은 촛불 집회가 대규모 탄핵 시위로 번지는 도화선이 됐고, 이재명은 단숨에 대선 주자 대열에 합류했다. 행정 역량에 시대를 읽는 정치적 감각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그의 서사가 완성된 것이다.

조직력과 계파 정치 대체한 후보의 실제 역량과 정책 성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은 한국 정치의 대권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조직력과 계파 정치가 승패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후보의 실제 역량과 정책 성과에 대한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가 더욱 강력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 변화는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민 중심의 구청 행정’으로 성동구 주민 9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한 그는, 화려한 슬로건보다 구체적 성과를 앞세우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산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중량급 인사들은 당선 후 각자의 방식으로 이재명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임기 중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늘어난 중도 성향의 ‘뉴이재명’ 지지층은 정책 성과를 최우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광역단체장들은 취임 첫날부터 ‘성과 시계’를 돌려야 하는 압박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러시는 향후 정치 일정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30년 3월, 지방선거는 같은 해 6월이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당선돼 이재명 대통령처럼 뚜렷한 성과를 쌓는다면, 자연스럽게 대권 경쟁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총리, 송영길 전 대표, 조국 혁신당 대표 등까지 가세할 태세여서, 범여권 대권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최종 성공 여부는 당선 자체 아닌 당선 후의 성과에 달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더라도 진짜 시험은 그 이후부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을 석권했음에도 4년 뒤 참패를 자초했던 아픈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당시 참패는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 폭등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대선에서 패배한 데 기인한 바 크지만, 압승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당·중앙정부 간 유기적 협력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지역 주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끝내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3.23. 연합뉴스

따라서 6·3 지방선거 이후 승리에 도취해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당선된 광역단체장들은 수동적 행정에 안주하지 말고 중앙당 및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입체적인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중앙당만 의식한 채 낙후된 지역 활성화에 소홀했던 탓에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도가 하락했던 사례를 교훈 삼아 각 지역에 특화된 발전 대책의 수립과 집행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이번 광역단체장 러시는 단순히 중량급 인사들의 대선 포석이 아니다. 한국 정치가 중앙 권력 중심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 현장의 행정 경험과 정책 성과가 권력의 진정한 원천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조직과 계파 정치의 구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각 지역의 핵심 과제를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하고, 그 성과로 민심을 얻는 후보가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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