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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제2의 이재명 배출 선거? 제1의 우리 구청장 뽑는 선거!

[도쿄의 변혁, 서울도 가능할까] ① 주민 추천으로 당선된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 스기나미구 구청장

이재호 기자(=도쿄) | 기사입력 2026.05.06. 07:13:59

2022년 6월 일본 수도 도쿄의 23구 중 한 곳인 스기나미구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한 다나카 료(田中良) 구청장이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았으며 기존 일본에서 정치 활동도 하지 않았던 여성 후보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에게 187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선거 승리로 사토코 후보는 스기나미구 최초 여성 구청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사토코 구청장이 시작한 새로운 정치 흐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23년 열린 구 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48명 의원 중 절반인 24명의 여성 의원이 당선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원이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도쿄의 자치구 의회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 구의원이 배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사토코 구청장의 당선 이후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의원 선거에 많은 여성 후보와 신인 후보들이 출마했고, 실제 이러한 움직임이 결과로 이어지자 일본에서는 이를 '스기나미의 변혁'이라고 불렀다.

스기나미구의 이런 변화는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토코 구청장은 '주민을 생각해 주는 구청장을 만드는 모임'이라는 구민들의 자발적 모임에서 추천을 받아 구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모임은 자민당과 남성 중심의 구정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특정 정당이 아닌 다양한 정당과 세대, 성별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정당이 공천하는 후보에 주민들이 표를 주는 것이 아닌, 주민이 스스로 지역을 대표할 후보를 발굴하고 적극적 선거 운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지방자치제도의 목적을 실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도쿄 스기나미구를 찾아 사토코 구청장과 '주민을 생각해 주는 구청장을 만드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도모토 히사코(東本久子) 구민, 그리고 2023년 구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블랑샤르 아스카 녹색당 의원, 데라다 하루카 (てらだはるか) 입헌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스기나미구의 변화상을 듣고 직접 들여다봤다. 주민들이 일궈낸 스기나미구의 변화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한국 사회에 '선거'라는 절차 뒤에 가려진 지방자치의 본질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관련 연재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 도쿄 스기나미구에서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 스기나미구 구청장을 만났다. ⓒ프레시안(이재호)

주민들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이었다

'스기나미의 변혁'을 불러온 사토코 구청장은 출마 전 20여 년 간 해외에서 생활했다. 2003년부터 국제 정책 싱크탱크 비정부기관(NGO)인 '트랜스내셔널 연구소'(TNI)에서 활동하던 그는 벨기에에 거주하고 있던 때 구청장으로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서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제가 정책 지원 정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본인이 직접 출마할 생각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주 고민스러웠다. 가족들도 모두 벨기에에 있었고 하던 일도 있고, 출마하면 생활 거점도 바뀌는 것이라 단기간에 결정한다는 것에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전략, 경력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방자치의 민주화나 공공정책을 통한 민주적 정치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특히 공공서비스, 공공재, 민주적인 관리 운영 등을 연구한 학자로서 스기나미구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들었을 때 이건 공공정책의 문제라고 느꼈다.

제 경험과 스기나미구의 고민,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합치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렇지 않았다면 출마가 무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와 관련 운동을 하면서 정치를 통해서 이를 현실화하고 싶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토코 구청장은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출마를 결심했다. 짧은 선거 운동 기간에 단연 주목받았던 것은 여성 선거 운동원의 비중이 컸다는 점이다. 스기나미구에는 총 18개의 전철 및 기차역이 있다. 모든 역에 여성 운동원들이 나서서 사토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여성들이 주도하는 선거 운동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토코 구청장은 "지역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면서 여성이 힘을 발휘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통상 선거는 단체나 운동원, 운동원 가족 등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정당 관계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참여하기 어렵다. 기존 운동원들은 대부분 남성 중심이었다"며 "선거에서 일반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라고 그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 선거의 경우 개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즉 하고 싶은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려 있고, 실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라며 특정 집단에 주도되지 않는 선거운동 특색으로 인해 여성들의 힘이 발휘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기나미구가 가지고 있는 자발적 시민운동의 전통도 이러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스기나미구의 뿌리 깊은 시민 자치는 정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비키니 환초에서 미국의 핵무기 실험이 이어졌다. 1954년 스기나미구의 오기쿠보 마을 회관에서 핵실험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의 시발점은 여성들이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생선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40일동안 이어진 운동에 구민의 70%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아주 역사적인 일인데 당시 스기나미구가 핵무기에 반대하는 세계의 운동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으로 스기나미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1950~60년대 여성들의 활동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낸 사례가 있는데 바로 어린이집이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시작한 이후 어린이집을 만드는 운동이 시작됐다. 아이를 맡기지 못하면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생긴 변화였다.

이어 학교가 종료된 이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아동관'이라는 곳도 만들었다. 한 초등학교에 하나의 아동관을 만들었다. 스기나미구에는 주민들이 함께 이러한 시설을 만들어 간 역사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동관은 자민당 소속의 구청장이 구정을 맡은 이후 점점 기능이 축소되어 갔다. '행정의 합리성'을 이유로 아동관의 역할과 기능을 재편한 것이다.

사토코 구청장은 "시민자치의 상징인 아동관을 행정 합리성만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깊은 분노"가 주민들에게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사토코 구청장은 취임 이후 아동관의 공적 기능을 이전으로 회복하고 확대하려고 시도했다.

"구청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사토코 구청장은 취임 이후 아동관의 기능 복원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등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인프라 중심 대 사람 중심', '밀실 결정 대 함께 결정', '사후적 행정 대 참여 행정 기반의 예방 행정'을 언급하며 취임 이후 후자의 방향으로 구정을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 2024년 여름 사토코 구청장이 구정책 보고를 위해 구민들에게 배포한 홍보 팸플릿. ⓒ사토코 구청장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구청장 취임 이후 주민들로부터 이전과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받는 부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토코 구청장은 "자주 듣는 말은 직원들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구청 직원들이 마을 자치회 등에 대해 '민원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지금은 직원들이 구민들을 시간과 환경, 정보가 주어지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행정으로는 절대 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과제나 정책에 대해 취임 이후 3년 동안 구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어왔다. 주민들과 대화에 나선 직원도, 참여한 구민도 새로운 관계성이 형성됐고 공무원들도 구민들이 구정에 대해 생각해주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실제 구청 직원들이 구민과 접촉을 넓힌 이후에 밝힌 소감이기도 하다. 구민 입장에서는 직원들과 처음으로 같은 과제를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구민들의 참여로 당선된 구청장이 취임 이후에는 구민들의 참여로 구정을 운영하는, 지방자치의 이상적인 모습일 수는 있지만 직원과 주민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피곤했을 것이다. 지금도 아마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면 보이는 세계도 바뀐다. 힘들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구청 직원이 하는 일이 이상하게 많기도 하다. 꼭 안 해도 되는 일, 전례에 맞춰 해야하는 일 등이 있다. 이전 일도 하고 새로운 일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거기서 무엇을 하고 안 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구민 참여가 구정의 모든 것은 아니다. 행정의 일부이고 지역의 과제이기도 하다. 협의를 통해 새롭게 시행하려는 정책, 나라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구민과 함께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정책을 하고 싶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사회를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운영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위험요소가 많다."

사토코 구청장이 당선된지 4년째 되는 올해 스기나미구는 다시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2022년과 올해는 정치적 상황이 매우 다르다.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에 남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4년 전 주민들의 힘으로 사토코 구청장이 당선됐다고 해도 이번에는 자민당의 기세를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토코 구청장은 전국적인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스기나미구만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 정당 정치와 지방자치가 좀 다르다. 물론 일반적으로 일본의 지자체는 자민당 지배하에 있긴 한데, 스기나미구는 예외다. 자민당이 아닌 중의원도 있고 자민당이 아닌 다른 야당 출신이 승리하기도 했다. 당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결과다."

그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인이나 유권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한국 정치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설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지켜야 한다고 보는 민주주의와 일본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가운데 오히려 일본 지방자치제의 정신은 한국에서 배우는 것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한국은 (정치 무대의)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지방자치는 구민들의 생활을 지킨다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대립과 갈등이 심할 이유가 없다"라며 "한국이든 일본이든 풀뿌리 민주주의, 당연한 생활을 당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의 목표이자 의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의 추천으로 주민과 함께 4년 간 구정을 꾸려온 구청장의 묵직한 소회였다.

(통역 : 구와에 히로유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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