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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가 자녀 공격하는 병든 사회…'해든이'는 왜?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psyt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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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생각해보는 아동학대·자녀살해

양육에 실패하는 부모들이 왜 늘어나고 있을까

공동체 무너진 채 병든 사회가 병든 부모 만들고

병든 부모가 다시 아이들 병들게 만드는 악순환

공동체 복원, 경쟁 중심 사회제도 개혁 필요

아동 양육은 사회 전체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을

5월은 어린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5월을 맞이할 때마다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가장 큰 존재는 여전히 부모인데, 그 부모가 오히려 고통과 불행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해든이(가명) 사건이다.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이 차라리 평온해 보인다”

해든이의 친모인 A씨(34)는 지난해 6월 해든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를 미워했다. A씨는 남편인 B씨(36)가 양육에 적극적이지 않고 외도를 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고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해든이에게서 찾았다. A씨는 8월부터 약 두 달간 반복적으로 해든이를 폭행했다. 해든이의 친부인 B씨는 이런 A씨를 방관했다. 결국 해든이는 A씨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2025년 10월 22일에 사망했다. 해든이가 얼마나 심각한 학대를 당했는지는 병원에 이송되었을 때 복부 속 장기들은 썩어서 괴사하고 갈비뼈 등이 부러진 상태였으며, 외부적인 힘에 의한 뇌출혈이 심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부검의는 해든이 사망의 주된 이유를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해든이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안방에서 홀로 침대나 역류방지 쿠션에 누워 모빌을 보고 있는 피해 아동의 모습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지만, 학대를 비롯한 아무런 위협도 없다는 점에서 차라리 평온해 보인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했다.(뉴스1, 2026년 5월 2일)

해든이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해든이가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집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었고, 부모가 보호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였다는 사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학대가 반복되는 동안 그 누구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3일 전남 순천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열린 해든이 추모 및 아동학대 근절 법개정 촉구 집회에서참석자들이 생후 4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있다. 2026.4.23 연합뉴스

해든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30일에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생후 8개월인 영아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친모는 4월 10일 시흥시 자택에서 아들의 머리를 TV 리모컨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의 부모는 범행 이후에 병원을 방문했지만, 의료진이 두개골 골절 등 심각한 손상을 이유로 입원을 권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귀가했다. 이후 친모는 13일에 아이가 의식을 잃자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는 다음 날 숨졌다.(CJB청주방송, 2026년 4월 30일)

부모를 잘못 만났다?

한국에서는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 사건, 심지어 자녀살해 사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부모를 잘못 만났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해버리곤 한다. 한마디로 이런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부모라는 개인에게서 찾아 그 개인을 비판하고 성토하는 것이다. 물론 개별적인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에서 멈추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을 가로막게 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부모 자격을 상실한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부모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자녀 양육은 결코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었다. 대가족 체제에서는 조부모, 친척 등 다양한 어른들이 아이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부모가 실수하거나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했다. 따라서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아이는 다양한 어른들을 통해 건전한 가치와 규범을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대가족이 해체된 이후에도 한국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은 마을 공동체나 직장 공동체 등이 그 역할을 일부 대신했다. 이웃과 주변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아이의 삶에 개입했고, 최소한의 사회적 감시와 보호가 작동했다. 부모의 영향력이 커지기는 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공동체는 거의 사라졌고, 한국인들은 핵가족으로 고립되었다. 이때부터 자녀 양육은 철저히 개별적인 부모의 책임이 되었으며, 외부의 개입이나 견제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부모의 경제력이나 인격 수준, 정신건강 상태 등이 곧바로 아이의 삶 전체를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런 구조에서도 부모가 건강하고 안정적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모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정신적으로 취약할 경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외부에서 이를 보완하거나 개입할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의 문제가 그대로 아이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극단적으로는 아이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왜 문제 있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가?

이제 한국 사회는 부모답지 않은 부모를 비판하거나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다음과 같은 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왜 이러한 ‘문제 있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가?”

문제 있는 부모의 증가 추세를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이나 책임감 부족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오늘날의 한국은 극단적인 개인 간 경쟁 사회다.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개인 간 승자독식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살아남아야 하고, 사회적 존중을 얻기 위해서는 치열한 개인 간 서열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반인간적인 사회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상실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불편함이나 고통을 넘어 급속한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진다.(이 주제에 대해서는 <풍요중독사회>, <가짜 정의 권하는 사회> 등의 저서 참고)

오늘날의 한국에서 정신건강이 악화된 개인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 부모의 문제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달된다. 양육은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인내심과 안정감, 공감 능력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무너진 부모들은 이런 능력을 가지기가 어렵고 그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그 결과 부모의 스트레스와 분노 등은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에게로 향하게 된다.

정신건강이 악화된 부모가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면 자녀의 정신건강은 부모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녀들이 자라나서 부모가 되면 자녀 양육의 질은 더 낮아질 것이다. 즉 사회가 병들면 부모가 병들고, 병든 부모가 자녀를 더 병들게 하고, 그 자녀들이 어른이 되면 사회는 더 병들어 부모와 자녀들을 더 병들게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세대를 거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와 관련해 영아학대치사와 시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 A씨가 8일 오전 광주지방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3.7.8. 연합뉴스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의 중요성

소위 부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제시되는 방법은 부모 교육이나 상담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은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아닌 이미 발생한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일 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계속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고 가정해보자. 절벽 아래에다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구조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절벽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아동학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학대 이후의 처벌이나 사후 개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병든 부모를 양산하는 사회적 조건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다음과 같은 사회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첫째,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 가족 외부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부모를 견제하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관계를 악화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둘째, 개인 간 경쟁 중심의 사회제도를 개혁해서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정적인 삶의 기반과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고, 건전한 인간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야 부모들이 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다.

셋째, 아동 양육을 개별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아이의 삶과 안전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야만 국가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매년 5월이 되면 ‘가정의 달’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가정은 단순한 혈연적 관계가 아닌, 아이가 안전하고 사랑받고 존중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자 환경이어야 한다. 그런 환경은 부모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해든이와 같은 아이들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분노를 넘어 사회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병든 사회가 병든 부모를 만들고, 그 부모가 다시 아이를 병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한국 사회는 똑같은 비극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사회개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과 불행을 멈추기 위한 절박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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