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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에선...쿠팡 탈퇴를 부르는 네 가지 질문

[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쿠팡을 끊기 어려운 사회, 그래도 끊어야 하는 이유

26.05.08 06:38최종 업데이트 26.05.08 06:38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가 1분기 35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In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2조 4597억 원(85억 4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다고 5일(현지시간) 공시했다.연합뉴스

쿠팡 논란은 이미 단순한 소비자 불만의 단계를 지나왔다. 빠른 배송의 그늘에 있던 노동환경 문제에 이어, 개인정보 대량 유출, 납품업체와의 거래 질서 논란, 미국 기업 정체성과 로비 의혹까지 겹치면서 쿠팡은 한국 사회가 더는 사적 소비의 영역에만 둘 수 없는 공적 문제가 되었다.

특히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지점은 따로 있다. 한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한국인의 생활 정보를 다루고, 한국 노동자의 밤과 물류 흐름 위에서 성장한 기업이 정작 불리한 순간에는 미국 기업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이 널리 번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쿠팡 사태는 이미 단순한 기업 평판 문제를 넘어섰다.

이 사태에는 네 가지 질문이 들어 있다. ▲ 노동자는 안전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 ▲ 소비자의 생활 정보는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 납품업체와 판매자는 거대 플랫폼 앞에서 공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 한국 사회는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 충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쿠팡은 이제 물건을 파는 곳만이 아니라 생활, 노동, 정보, 유통이 만나는 거대한 통로가 되었다. 그래서 쿠팡 문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생활 기반이 된 플랫폼을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이런 점에서 탈팡운동은 단순한 소비 거부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반응을 넘어, 거대 플랫폼 기업에 보내는 시민의 경고다. 소비자는 고객이지만 동시에 주권 국민이다.

어떤 기업의 편리함이 노동자의 위험, 소비자의 정보 유출, 국가 규율의 약화 위에 세워졌다는 의심이 커졌다면 소비는 사적인 선택에만 머물 수 없다. 계속 이용하는 행위는 그 기업의 방식에 보내는 승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용을 줄이고, 대체 수단을 찾고, 문제를 말하는 행동은 기업과 정치권 모두에게 압박이 된다.

물론 쿠팡을 끊기는 쉽지 않다. 새벽배송, 빠른 반품, 생필품 접근성, 육아와 돌봄의 시간 압박이 많은 사람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가까운 상점에 갈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쿠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하루의 시간을 버티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더 큰 경고다. 한 기업의 서비스가 없으면 일상의 균형이 흔들릴 만큼 의존이 커졌다면, 그것은 편리함만을 뜻하지 않는다. 끊기 어렵다는 현실은 면죄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기업의 방식에 얼마나 깊이 묶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유럽이 보여주는 방향

이탈리아 로마에서 배달앱 글로보의 배달원이 콜로세움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EPA 연합뉴스

유럽은 이런 문제를 소비자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는다. 개인이 알아서 착한 소비를 하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국가와 제도가 플랫폼 기업을 공적 규율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처우, 소비자에게 제공된 기업 이미지, 시장 안의 힘,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이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경쟁시장보호청(AGCM)이 배달앱 글로보와 딜리버루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AGCM은 시장의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맡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노동 당국만이 아니라 이런 기관이 움직였다는 사실은 플랫폼 노동 문제가 회사와 노동자 사이의 내부 갈등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당국이 보는 쟁점도 라이더 처우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보와 딜리버루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보여주었는지, 그 설명이 실제 노동조건과 법 준수, 알고리즘 운영 현실에 맞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플랫폼 기업이 윤리적 이미지를 팔았다면, 그 이미지 역시 검증받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여기에 밀라노 검찰과 법원의 움직임도 겹친다. 글로보와 딜리버루의 이탈리아 법인은 노동착취 혐의와 관련해 사법적 감독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아직 최종 유죄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노동 문제가 행정조사를 넘어 사법 절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프랑스에서는 배달앱 우버이츠와 딜리버루를 상대로 형사고발이 제기됐다. 이 역시 판결이 아니라 고발 단계이며, 법적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문제가 단순한 임금 논쟁을 넘어 취약노동, 이주노동, 인간의 존엄, 형사책임의 언어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유럽연합은 이 흐름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플랫폼 노동지침은 노동자의 고용 지위뿐 아니라 자동화된 감시와 결정, 알고리즘 관리의 투명성 문제를 다룬다. 이제 쟁점은 노동자가 자영업자인가 직원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노동을 지휘한다면, 그 알고리즘도 법과 사회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혁신 기업이라는 이름만으로 면제받지 않는다. 노동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얼굴을 보여주었는지, 시장 안에서 어떤 힘을 행사했는지, 알고리즘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책임을 줄이는 이유가 아니라, 더 큰 설명 의무를 요구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물어야 할 것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한 4월 29일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되어 있다.연합뉴스

쿠팡은 글로보나 딜리버루, 우버이츠와 같은 기업이 아니다. 유럽의 배달앱은 주로 음식 배달을 중개하는 플랫폼이고, 쿠팡은 전자상거래, 물류, 배송, 회원제 서비스를 결합한 거대 유통 플랫폼이다. 그러므로 유럽의 사례를 쿠팡에 그대로 덧씌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업종이 다르다고 질문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속도를 정하는가, 누가 밤을 떠안는가, 누가 생활 데이터를 가져가는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어디에 머무는가. 유럽이 배달앱을 향해 던지는 질문은 한국에서 쿠팡을 향해 되돌아온다.

한국 사회가 물어야 할 것은 쿠팡이 얼마나 빠르고 편리한가가 아니다. 그 빠름이 어떤 노동조건 위에 서 있는지, 그 편리함이 어떤 정보 관리와 책임 체계 속에서 유지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소비자가 받은 하루의 편의 뒤에 누군가의 위험과 침묵이 숨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혁신이라는 말 하나로 덮을 수 없다.

탈팡은 출발점이다. 소비자는 편리함의 수혜자에 머물지 말고, 불편을 감수하며 기업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한순간에 쿠팡을 끊을 수는 없더라도, 사용을 줄이고 대체 구매를 찾고 문제를 말하는 행동은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의 불매만으로는 부족하다. 플랫폼이 생활의 통로가 된 시대에는 시민의 압박과 국가의 규율이 함께 가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안전, 개인정보 보호, 거래 질서, 기업 책임을 법과 제도로 다시 세워야 한다.

빠른 배송의 가격표는 다시 쓰여야 한다. 그 가격표에는 상품값과 배송비만 적혀 있어서는 안 된다. 누가 밤을 견디는지, 누가 위험을 감수하는지, 누가 책임을 지는지가 함께 적혀야 한다. 거기서부터 탈팡은 단순한 불매를 넘어, 플랫폼 권력을 다시 시민사회 안으로 불러들이는 첫걸음이 된다.

#쿠팡 #미국 #배송 #플랫폼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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