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부적 문제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
2. 임기내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3.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
4.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전통제권 행사
5.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 정립

1. 내부적 문제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
안보도 정치나 경제 현상 못지않게 심리적 측면이 크다. 주권의 관점에서 작통권 환수의 답은 단순명료하다. ‘본래 내 것이니 그냥 맡겼듯이 그냥 돌려받는 것’이다. 나머지는 세부사항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세부사항들이 답을 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랜 세월 미국의 영향과 미군의 통제 아래 살아온 한국 국민과 군인들 다수는 미국에 대한 의존과 종속이 체질화되었다. 이 심리는 미국의 품 안에서 편안을 느끼는 반면 미국의 심기를 살펴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언행을 삼가며 미국의 ‘부재’와 진노를 두려워한다. 작통권 환수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근본원인이다.
정치와 군의 지도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연합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남침하여 적화통일이 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불안심리가 남한 사회에 아직도 질기게 남아 있다. 보수 언론과 정치세력은 편향적 여론을 들이대고 수시로 이념공세를 펴면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을 가진 정부의 작통권 환수를 방해한다. ‘표’의 노예가 된 정치인은 ‘국민의 눈높이’와 ‘현실’을 일치시키며 ‘신중’해지고 실무자들은 계속 미국과 ‘긴밀한 협의’만 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담당자들은 한국의 이런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매우 정확히 파악하고 ‘요리’한다. 미국(군)은 세계 5위의 막강한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한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작통권을 돌려주더라도 최대한의 이익을 챙길 대로 챙기고 일부 핵심 권한은 계속 유지하려 것이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위해, 아니 미국을 위해 그렇게 하게 할 것인가.
인간의 신념과 심리는 고치기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말 자체가 버리지 말아야 할 귀중한 신념이다. 작통권 환수의 근본적인 장애요인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을 극복하는 ‘비책’은 없다. 그냥 가장 먼저 정부와 정치지도자(들)부터 해야 한다. 군대도 각성할 일이다. 정부와 군은 국민대중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사회도 뜻을 같이하여 정부를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2. 임기내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재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4월 22일 미국 상원청문회에서 작통권 전환에 대하여 발언한 내용은 좋지 않은 예감을 들게 한다. “2029년 1분기까지 조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대개 목표연도는 실제로 이루어지는 해를 의미하므로 트럼프대통령의 퇴임(1월 중순)과 맞물리는 2029년 1분기가 돼서야 ‘조건 달성’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3단계 검증을 완료한 후 한미양국 정상이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는 실제 전환은 미국의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이재명대통령의 임기는 끝나지 않기 때문에 ‘임기내’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브런슨의 작통권 전환에 대한 진의는 ‘정치적 편의주의’를 운운한 데서 드러난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내를 목표로 한 것은 안보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합의대로 시한 없이 철저히 조건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미국 군인으로서 미국의회에 나가 미국 의원들에게 답변한 내용을 두고 한국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겠지만 이재명 정부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명백한 내정간섭성 망언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이런 경우 대통령이 일개 미군장성에 대하여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국방부나 합참은 엄중히 경고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임기내’ 목표를 재강조하고 확고하게 못박는 기회로 역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이 어떠하든 한국은 일단 현재의 전환 방식과 절차를 따르면서도 나름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미국과 협의하고 목표를 관철해야 한다. 임기내는 마지노선이 될 수는 있지만 임기말까지 가면 정치일정이나 선거 분위기에 따라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자주 보아온 풍경 아닌가. 바람직한 환수 시점은 임기 ‘반환점’인 2027년 말이나 2028년 초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검증이나 정상회담(전환에 대한 최종 승인) 일정 등을 역산하여 맞추어야 한다. 먼저 미국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고 그게 안 되면 정치적 결단으로 그냥 ‘통보’해야 한다. ‘감히’ 한국이 미국에 통보한다고? 왜 안 되는가?! 이는 결코 미국에 대결적이지 않고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아마 작지 않은 용기는 필요할 것이다.
작통권 환수를 통보하는 실제 방법으로서 대통령이 연합사령관에게 ‘공식서한’을 보내는 것을 생각해 봄직하다. 1950년 7월 어느날 이승만대통령이 편지 한 장으로 유엔군사령관(지명자)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assign)했듯이 예컨대 2027년 7월 어느날 이재명대통령이 연합사령관에 같은 방식으로 그 권한을 ‘해제(de-assign)’하는 것이다. 환수니 전환이니 하는 말을 쓸 필요조차 없다. 왜냐하면 해제된 권한은 원래의 주인(한국군과 그 통수권자)에게 당연히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문서에는 그동안의 미군의 작전통제와 한국 안보에 대한 기여에 대하여 치하하고 감사하면서 미래의 한미동맹이 더 높은 차원에서 계속 호혜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신념을 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 서한통보 방안은 현재 진행중인 전환절차의 마지막 단계로서 한미 정상이 승인한 후에라도 효력 발생일을 공표하는 데에 활용하여 형식상으로나마 주권국가로서의 위신을 살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3.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
앞의 글에서 상론했듯이 현행 ‘미래연합사’ 창설(사실상 ‘개칭’) 방안은 작통권 행사 관련 본질적인 모순과 현실적인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미군 4성장군과 한미연합 참모들을 지휘통제할 때 언어, 미군과의 힘관계와 협조, 유엔사와의 지휘권 충돌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고 더 나아가 재래식-핵통합체제에서의 핵작전과 한미일 3국간 ‘동맹급’ 군사협력 체제에서의 연합작전의 지휘통제 문제 등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무현정부에서 처음 합의했던 대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계통을 분리하되 여러 수준에서 필요한 협조기구를 두는 것이다. 한국은 한국군에 대하여 완전한 작통권(지휘권까지)을 행사하고 주한미군은 자체적인 지휘통제체계를 운용하는 ‘병렬형’ 지휘 및 군사협력 체계다. 성서의 구절대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마태복음 22장 21절)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와서 ‘미래연합사’ 관련 합의를 되돌려 병렬형 구조를 다시 만드는 일은 ‘임기내’ 목표 달성과 미국측과의 재협상 등에서 일견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군의 지휘체계는 합참에서부터 각군 작전사령부와 예하부대들까지 이미 잘 짜여져 합동작전을 원활히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다. 한국군의 지휘능력은 20년 전에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그는 병렬형 지휘구조 기반의 작통권 환수에 대비하여 한국군이 주도하여 실시한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참관하면서 한국군 장성들의 지휘능력을 관찰해 보았다. 그 후 2006년 9월 4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전달한 비밀(2009년 1월 해제) 서한에서 “한국군은 미군의 지원과 함께 오늘에도 전구 전쟁 수준에서 고위급 전투지휘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다(It’s my assessment that the ROK military is capable today of executing high level battle command at the theater of war level, with our support)”고 보고했다. 이에 대하여 이틀 후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귀관의 2009년까지의 (작통권) 전환 구상은 귀관이 관찰한 바에 근거할 때 군사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It sounds like your idea of a turnover by 2009 makes military sense, based on what you saw.)”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환수 시한이 2012년보다 3년 빨랐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오늘날의 한국군 지도자들의 능력이 20년 전에 비해 크게 퇴화하지 않았다면 임기내 환수와 함께 병렬형 지휘구조를 출범시키는 일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측과 합의가 안 되어 미래연합사 체제로 작통권을 환수한다면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령부를 해체하고 병렬형 지휘구조를 수립해야 한다. 사실 이것도 미국이 합의해 주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최적의 협조체계 수립을 포함하여 가능한 한 ‘좋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도록 외교적 조치들을 취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병렬형 지휘구조에서는 한국군 전구사령부(최상위 ‘합동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사이의 지휘권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고 유엔사가 존속하는 동안 ‘협력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과제만 남게 된다. 유엔사는 본래 유엔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군이 지휘하는 다국적군 ‘통합사령부’이고 오히려 정전체제의 관리라는 명목으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조속히 해체하거나 주한미군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전통제권 행사
핵전쟁을 가정한 ‘한미연합 핵작전’은 미국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한국의 재래식 첨단무기를 총동원하는 ‘재래식-핵통합(CNI)’개념이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여기서도 한국군은 미군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병렬형 지휘구조에서 핵작전 역시 역할 분담과 상호 지원을 통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군사협조체계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사실 핵전쟁은 군사작전보다는 정치의 영역이다.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으며 일단 일어나면 공멸로 가는 길이기에 세부적인 군사작전 계획과 훈련이 무의미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외교적 수단으로 방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전략이다. 따라서 ‘핵작전 및 핵억제 지침’은 ‘핵억제’로 한정하고 더 높은 정치외교적 차원의 협력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핵포기를 대가로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핵억제에 대해서도 과도한 ‘강화’ 노력을 기울이면서 미국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킬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복원·유지·발전이 핵억제에 더 효과적일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임이 자명하다.
한미일 3국 및 그 이상의 다국적 연합작전에서도 한국군은 협조는 하되 고유한 작통권을 행사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전략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 확고히 재정립되었다. 바이든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3국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히 협의할 것을 공약(commitment to consult)”으로 합의했다. 후속으로 2024년 7월에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자안보협력틀(TSCF)’을 출범시켰다. “3자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여 한반도, 인도태평양지역,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례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자유의 최전선(Freedom Edge)’이 실시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재편하고 그 일환으로 2025년 3월 ‘통합작전사령부(JJOC)’를 창설했으며 그에 발맞추어 주일미군은 작전기능을 대폭 강화한 ‘통합군사령부(JFHQ)’로 전환되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가면 향후 한미일 3국 작전사령부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군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통합적 연합사령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뿐 아니라 동맹관계에 있는 필리핀을 포함한 ‘다자 동맹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국이 유사시 사이버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연합작전에서 나서는 소위 ‘킬웹(kill web) 구상을 밝혔다. 이러한 다자간 군사협조체계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대만이 위치한 동중국해와 동남아의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한다는 것이며 다국적군의 지휘통제는 당연히 미국이 행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작통권을 환수한 후에도 미국의 군사전략에 엮여 미군의 지휘통제를 받으면서 치명적인 국익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국적 군사협력은 한국의 자주권과 평화를 침해당하지 않는 범위내로 제한하고 정치외교적 수단을 우선시하며 군사훈련도 가능한 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 정립
작통권 환수는 단순히 한국군의 군사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고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게 한미 군사관계의 모든 면에서 철저히 국익중심의 자주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맹의 성격을 전쟁수행을 위한 군사 협력과 지원의 관계에서 평시 평화를 유지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전시에도 평화의 회복을 제1의 목표로 추구하는 ’평화동맹‘으로 바꿔야 한다. 그에 따라 주한미군은 최소한의 규모로 줄이거나 완전 철수 후 ’원격‘ 군사협력 체계를 수립하는 방안도 모색해 보아야 한다. 현재 70년 넘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평화동맹의 성격을 적시하고 주한미군 기지 사용 관련 주권침해 조항도 없애야 한다.
한국이 군 작통권을 환수하고 군사 정책과 전략의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한미 군사협력 관계를 수립한다고 하여 미국과 적대적이 되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와해되지도 않는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핵심적인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높은 전략적 차원으로 진화발전해 나갈 수 있다. 오늘로 다시 돌아오면 문제는 역시 ’정신‘에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숭미주의‘를 떨쳐내고 용기있게 결단하고 지혜롭게 실행하는 정부와 군과 국민의 정신이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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