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간 군사협력의 큰 틀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22년 국방전략(NDS)에서 중국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동맹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다.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개념의 등장이다. 미국 혼자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들을 엮어 억제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이 직접 들어간 삼각 안보협력이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설계된다. 2024년 7월 한미일 국방장관은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Framework)를 서명했다.

한일 외교·국방 2+2 차관회의가 5월 7일 서울에서 열렸다. 1998년부터 국장급으로 개최되어 오던 안보정책협의회가 이번에 차관급으로 격상된 것이다. 지난 1월 일본 나라현 개최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안보 협력 강화’를 이행하는 첫 단계로 해석된다.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안보·경제 파트너십’으로 구체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일 3국 파트너십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한중일 3국간의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일본은 한국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 체결에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다. ACSA는 ‘양국 군대 간에 물자와 서비스를 서로 주고받기로 약속하는 협정이다. 일본은 현재 미국, 영국, 호주, 인도, 필리핀 등과 이 협정을 맺고 있다. ACSA가 체결되면 양국은 공동 훈련이나 유사시 물자(식량, 탄약 등)와 서비스(수송, 수리 및 정비, 의료 서비스, 시설 이용 등)를 서로 지원한다. 한국과 ACSA가 체결되면 일본 자위대는 한국의 항만·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다.

ACSA는 민감한 사안이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 협력 수위를 높이는 것에 국민적인 반감이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한일간 군사협력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이를 ACSA로 확대한 실질적인 군사 협력을 원한다. 이번 2+2 회의에서 한국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일본이 구상하는 한일 군사협력의 단계는 세 개의 층이다. 지소미아가 첫 단계요 ACSA가 그 다음이며 원활화협정(RAA: Reciprocal Access Agreement)이 최상층이다.

일본이 최근 필리핀과 체결한 RAA는 상대국에 군대가 들어갈 때 입국 절차, 무기 반입 절차, 관세 등을 대폭 간소화해주는 협정이다. 한일간 RAA가 맺어진다면 일본 자위대는 훈련을 명목으로 한국 땅에 발을 들이는 것이 매우 쉬워진다. 요약하자면 지소미아는 “서로 아는 정보는 공유하자”는 것이고, ACSA는 “훈련할 때 기름이랑 밥, 탄약 정도는 서로 빌려주자”는 얘기며, RAA는 “서로의 영토를 자유롭게 오가며 대규모 훈련을 하자”는 의도다. RAA는 사실상 준동맹이다. 일필 RAA는 일본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요충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일관계는 한미관계의 종속변수로 작용해 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한일간 위안부 협상과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은 미국이 한국의 팔을 비틀어 성사된 것이었다. 이번 한일 간의 2+2 차관회의도 다르지 않다. 최근 한일 정상회의가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일본과 미국의 진짜 의도는 중국을 겨냥한 3국 군사협력이다. 이에 우리는 중국을 거론하는 것을 회피하면서 한미일 협력과 함께 한중일 3국간의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미일의 의도를 고의적으로 비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의 저의는 어디까지나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삼각형의 완성을 위해서는 한일간의 군사협력이 완결되어야 한다. 한미간 동맹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미일의 그것도 마찬가지다. 이가 빠진 부분이 한일의 축이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과의 ACSA와 RAA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 첫째, 한중관계의 중요성이다. 미중이 격돌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품고 있는 우리가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되지 않으려면 양국관계의 최상급 격상이 불가피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동맹을 단연코 거부해야 한다. 한일간의 ACSA 및 RAA 체결은 중국이 볼 때 한미일 동맹의 전단계로 인식될 소지가 크다. 둘째, 우리 국민의 경계 심리를 살펴야 한다. 한일간의 군사협력 강화는 일본의 재무장에 우리가 청신호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 조선의 반발이다. 5월 4일 노동신문은 일본의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개정 추진을 두고 전쟁국가로 가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일본의 군사 역할 확대를 문제 삼고 있는 조선에게 한일간 군사협력은 결코 반가운 뉴스가 아니다.

한미일 3국 동맹을 추진해온 중심인물이 과거 미국의 고위 인사였던 빅터 차와 웬디 셔먼이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은 공통의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양국 간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원하는 모든 일에 한국과 일본은 무조건 동참하라고도 말한다. 미국의 적은 한국과 일본의 적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일 3국의 관계가 사실상의 군사동맹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런데 삼각동맹은 한국이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의 눈치도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은 유용한 대중국 대결 장치로 간주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에 하나의 축이 더해진다. 필리핀이다. 2024년 4월 개최된 미일필 정상회의는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기약했다. 이런 배경 하에 ‘한일필 전략 삼각형’이 등장한다. 2025년 11월 이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뒤집은 한반도 지도(east-up map)를 들고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 삼각형”의 꼭짓점인 세 나라와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킬웹(kill web)을 가동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일 외교·국방 2+2 차관회의는 미국이 구상하는 다층적 삼각형의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숭미 정권 시기를 거치면서 한미일 3국 ‘동맹’은 거의 기정사실화되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나 한미일 군사동맹을 당연한 일로 간주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한국을 역내 군수 거점으로 만들 생각이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미국의 하수인이 되었는지 개탄스럽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하나씩 뒤집어 나아갈 때다. 1914년 이탈리아가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전쟁 계산에 순순히 말려들지 않았듯, 한국 역시 미일이 설계한 대중국 군사구도에 무조건 세 번째 꼭짓점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