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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민주시민교육 정책이 성공하려면

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한국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인간과 자연사, 202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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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적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

'참교육’은 민주시민교육으로 거듭나야

교과 명칭 바꿔 민주시민교육 강화해야

시민교육 앞서가는 북서유럽 참고하길

교과서 검정제 폐기하고 자유발행제로

시민교육을 필수의무로 이수하게 하고

학교·대입 시험 서·논술형 절대 평가해야

국민 주권 정부로서 이재명 정부가 민주시민교육을 학교 현장에 안착하려면 다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맨 먼저 교육의 목적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임을 명확히 선포해야 합니다. 유·초·중·고 50만 교사들이 매일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게 우리 교육 현실입니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에 명시된 대로 교육의 목적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활동임을 정부가 공개 선언해야 합니다.

초중고 시민교육 강화를 21대 대선 교육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후보 선거 포스터. K-교육 완성이 특히 눈에 띈다.(출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조직본부 교육위)

1993년 교육부 공식 책자인 『민주시민교육 지도자료』에도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만일에 교육은 잘 되었는데 '민주시민교육'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교육의 개념을 오도하는 것이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민주 시민 자질의 함양'에 있다. 모든 것에 성공하고 이 점에 실패했다면 그것은 교육 전체가 실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즉, 학교 교육의 성패 여부는 궁극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의 성패 여부와 직결된다." - 교육부(1993), '민주시민교육 지도자료' 교육부 장학 자료 제96호 16~17쪽.

 

교육부가 1993년 발간한 민주시민교육 지도자료(출처: 하성환)

따라서 이재명 정부 교육부가 직접 나서 50만 교사를 향해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 활동에 모든 정책과 인력, 예산을 투입할 것임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현장 교사들도 민주시민교육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육 활동에 임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민주시민교육은 20세기 군사독재 시절 ‘참교육’의 21세기 버전입니다. 다시 말해 민주시민교육은 ‘참교육’을 계승한 교육으로 헌법 가치를 내면화하는 ‘헌법 교육’입니다. 민주적 가치와 민주주의 이념 교육, 노동·인권 교육, 정보 문해력 교육, 환경 생태 교육, 평화 교육, 다문화 이해 교육, 인간 존중 교육, 인간 평등 교육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이자 ‘헌법 교육’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대통령은 민주시민교육을 ‘헌법 교육’으로 통합해 가르칠 것을 주문했습니다. 지난 18회 국무회의(2026.4.28.)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교육부 장관이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을 보고하자 주제별로 쪼개서 가르치지 말고 ‘헌법 교육’으로 통합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세 번째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민주시민교육의 정체성이 담긴 교과를 탄생시켜야 합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육군사관학교는 『헌법과 민주시민』 과목을 신설해 3학점 필수의무로 이수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턴 공사, 해사, 삼사, 국군간호사관학교까지 확대합니다. 따라서 교육부도 국방부처럼 해야 합니다.

 

2025 법무부 출장 헌법 교육 학생 수강율(출처: 국가교육위원회,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그런데 국무회의에서 교육부 장관은 법무부 협조를 받아 올해 초·중·고 1000개 학급에 헌법 전문 강사를 초빙해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시성 정책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만 2000개 학교 가운데 1000개 학교도 아닌 1000개 학급은 0.01%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주시민교육을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지금처럼 외부 강사를 초빙해 시민교육을 메우는 식으론 곤란합니다.

시민교육을 가장 늦게 시작한 영국도 2002년부터 『시민성』(Citizenship) 교과를 독립 교과로 신설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을 시작한 이유로 1990년대 총선에서 청년층 투표율이 저조하고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게 직접적인 동기였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은 놀랍게도 영국 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코노미스트』(2014.7.12) 보도에 따르면 2007년과 비교했을 때 2014년에 청소년 범죄가 84%나 감소했고 청년층 투표율도 높아졌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민주시민교육을 중핵교육과정으로 진두지휘한 결과입니다.

우리 현실에선 육사나 영국처럼 민주시민 과목을 신설하기 어렵습니다. 교육과정 변화가 학교 현장을 요동치게 하기 때문입니다. 교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고 교사 수급 문제와 교육과정 시수 등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존 초·중학교 도덕 교과를 『도덕·철학·시민』 교과로, 사회 교과를 『헌법·정치』 교과로,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를 『헌법과 민주시민』 교과로 명칭을 바꾸고 민주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크게 강화하면 됩니다.

 

프랑스와 한국의 중학교 사회 과목 노동 단원 내용 비교 채점 결과표. 프랑스는 91점인 반면, 한국은 18점 정도로 격차가 크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시민성 내용 요소가 프랑스에 견줘 아주 빈약하다. (출처: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제공)

현행 우리나라 도덕, 윤리 과목은 국가 등 집단주의 가치가 지나쳐 국수주의적인 성격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사회 교과는 지식과 개념 중심으로 서술돼 학생들은 시험에 나올 지식을 암기하기 바쁜 게 현실입니다. 분과 학문 중심으로 교과서가 편제돼 있고 지식이 나열돼 있어 분석적 사고와 통합적 사고, 그리고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기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시민교육에서 앞서가는 프랑스, 독일, 스웨덴 시민교육 교과서와 비교했을 때 그 점은 명확합니다.

특히 1980~90년대 들어 유럽 사회에서 극우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2010년을 전후해 제1당, 제2당으로 급부상한 현실에 유럽 사회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시민교육을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으로 50년 넘게 실천한 독일조차 2013년 창당한 독일 극우 정당 ‘대안당’(AfD)이 2025년 총선에서 일약 제2당으로 급부상할 정도였습니다.

스웨덴도 1988년에 창당한 극우 정당 ‘스웨덴 민주당’이 2018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합니다. 당시 집권 스웨덴 사민당은 사회 교과를 『시민성』(Civics)으로 교과 명칭을 변경해 시민교육을 한층 강화합니다. 그럼에도 2022년 총선에서 사민당에 이어 제2당으로 등장합니다. 20대 청년층 득표율에선 제1당 사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민주주의자를 양성하는 걸 교육의 목표로 설정한 스웨덴조차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프랑스 또한 2015년 주간 신문사 『샤를리 에브도』 총기 테러 사건(2015년 1월) 직후 대통령이 나서서 라이시테(정교분리 세속주의)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공화국 가치를 강조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크게 강화하여 그해 7월에 『도덕 시민 교육』(EMC) 교과를 탄생시켜 학교 현장에 교과서를 배포합니다. 교과서 자유발행제 국가였기에 가능했습니다.

 

2024년 대국민 교육현안 인식조사. 우리나라 교육이 이룩한 성과 가운데 민주시민 양성은 15.9%로 매우 낮다.(출처: 국가교육위원회)

그렇다면 ‘무늬만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해 온 우리 교육은 어떨까요? 시민교육의 이름으로 1950년대부터 수십 년 동안 반공교육과 신민(臣民)교육을 강제했습니다. 그러다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최근까지 시민교육의 이름으로 준법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무늬만 민주시민교육’이기에 이젠 진솔하게 잘못을 고백하고 성찰할 시점입니다.

12·3 내란 사태를 겪고도, 그리고 2030 세대 일부 극우화 경향을 목격하고도 아직 학교 교육과정에 변화가 없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신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 교육부는 검정제 교과서 체제인 만큼 교육과정 수시 개정을 통해 교과 명칭 변경을 즉시 단행해 민주시민교육을 크게 강화해야 합니다.

 

프랑스 시민 교육 교과서. 프랑스의 낮은 노동조합 가입 현상을 분석하는 대목이 특히 눈에 띈다. (출처: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제공)

네 번째로 교과서 검정제를 폐기하고 시민교육에서 앞서가는 북서유럽처럼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채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현상의 변화에 즉각 대응해 교육과정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북서유럽 시민교육 교과서처럼 현상기반 학습과 문제해결 학습 중심으로 교과서를 구성해야 합니다.

사회 현상을 문제점으로 제시하고 질문하기, 설명하기를 통해 토론 수업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분석하기를 통해 학생 스스로 독립적·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공동체 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사회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적극적 시민’, ‘능동적 시민’이 탄생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역대 총선 투표율 추이. 낮은 투표율은 대표성의 위기뿐만 아니라 낮은 시민의식을 반영한다. (출처: 중앙선관위)

시민교육의 역사와 전통이 뿌리 깊은 북서유럽은 총선에서 청년 투표율이 70%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청년 투표율이 50% 안팎으로 매우 낮습니다. 역대 총선 전체 투표율 추이를 보면 60%대를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4명 가까이 투표하지 않는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낮은 투표율은 낮은 시민의식의 결과입니다.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인 대표성의 위기도 위기이지만 우리나라는 사표율이 매우 높습니다.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를 폐기하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 북유럽처럼 직능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선거법 개정을 동시에 단행해 대표성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헌법 교육』을 필수의무로 이수한 뒤 반드시 서·논술형 절대평가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학생들은 흘려듣고 일회성 교육으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모두 서·논술형 절대평가로 학생의 시민교육 성취도를 평가합니다. 현행 수능시험처럼 상대평가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시험에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학업 성취도를 반드시 평가해야 하겠습니다.

응원봉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국민 주권 정부로서 민주시민교육을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길 기원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2030 보고서'에서도 강조했듯이 교육은 변혁적 역량을 길러내 사회를 변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학교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민주주의자를 지속해서 길러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더 희망찬 모습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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