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원청교섭 실현을 요구하며 정부에 ‘노조법 시행령·해석지침 폐기’와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3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열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정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실질적 원청교섭은 답보 상태”라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경우 644곳에서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지만,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22곳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려했던 것처럼 정부의 노조법 시행령·해석지침은 원청에서 교섭을 회피하는 명분으로 작동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과 관련해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한다며 “노조법 개정으로 쟁의행위 대상을 넓히고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 한마디로 법 취지에 반하는 반노동, 반헌법적 시행지침을 (정부가)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원청교섭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라며 정부를 향해 노조법 시행령과 지침들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 시행령을 통해 원청과의 교섭 과정에서 노조에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하도록 해 원청이 이를 명분으로 교섭을 지연, 회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에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조도 있고, 민주노총 외 조직에 소속된 노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노조 등이 다양하게 있을 때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회사가 한 개의 교섭 창구만 인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회사가 말을 잘 듣는 노조와 교섭을 하고 나머지 노조에는 교섭을 거부할 수 있게 정부가 만들어 준 셈이다.
또 이 시행령은 공공부문의 경우 법령·예산 심의 등으로 정해진 기준, 즉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같은 건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제한했다.
이는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을 정부가 지침으로 정하겠다는 것으로, 임금을 교섭 대상으로 보는 노조법에 어긋난다.
또한 이재명 정부는 9월 3일 기업 이익과 연동된 성과급을 교섭 및 쟁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해 노동계가 반발하기도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조법 개정의 계기가 됐던 한화오션 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다시 고공농성에 나선 상황을 거론하며 “시행령과 해석지침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과 관련해서는 “노동자의 쟁의 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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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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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노조법 시행령과 해석지침으로 원청교섭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CJ대한통운의 경우 법원 판결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음에도 교섭 개시까지 6개월이 걸렸다”라고 밝히면서 농협유통 노동자들이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승소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금 의제가 원청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사례, SK인텔릭스 지부가 노사 상견례까지 마쳤으나 이후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교섭을 거부한 사례를 언급했다.
최라현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기간제, 비정규직 임금을 적정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의 118%로 지침을 내렸다. 노동자 임금에 대한 사항을 단 한 차례의 교섭조차 없이 일방적 지침으로 모든 공공기관에 시달했다”라고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가 사용자로서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두고 “사실상 노동조합의 교섭과 쟁의를 세세하게 통제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요구는 장려하고 정권과 방향성이 다르면 쟁의를 금지하겠다는 발표”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원청은 교섭에 나서라! 정부는 반노동 시행령·지침을 즉각 폐기하라!
노조법 2·3조가 개정된 지 7개월이 지났다. 하청 노동자도 진짜 사장과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약속, 수십 년 동안 원청의 그늘 아래 권리를 빼앗겨 온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개정 노조법은 그런 약속이었다. 그러나 오늘 현장의 현실은 그 약속과 거리가 멀다.
민주노총 소속 644개 사업장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중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단 22곳뿐이다. 나머지 사업장에서 원청은 여전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법은 바뀌었지만 원청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원청이 버틸 수 있었던 근거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정부가 내놓은 노조법 시행령과 해석지침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경고했다. 법 취지를 좁히고 사용자성 판단을 까다롭게 만든 시행령과 해석지침은 원청에게 교섭을 회피할 명분을 쥐여줄 것이라고.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원청은 지침을 방패 삼아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하청 노동자들은 또다시 법정과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 노동자들을 기억한다. 노조법 개정을 위해 스스로를 철제 감옥에 가두었던 그들이, 법이 바뀐 지금 다시 하늘로 올라 원청교섭을 외치고 있다. 법을 바꾸기 위해 싸웠던 노동자들이 법이 바뀐 뒤에도 목숨을 건 농성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 이것이 개정 노조법 7개월의 성적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개정 노조법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넓혀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 정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는 법 개정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노동쟁의 대상을 다시 묶어두는 시행지침을 내놓았다. 국회가 만든 법의 취지를 행정지침으로 뒤집는 것,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지침 하나로 제약하는 것은 명백한 반노동·반헌법 행위다.
이재명 정부에 묻는다. 노조법 개정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법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원청의 교섭 회피에 명분을 주는 것이 아니라, 원청이 교섭에 나오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오늘 청와대 앞에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즉각 응하라!
하나. 정부는 원청교섭을 무력화하는 노조법 시행령과 해석지침을 즉각 폐기하라!
하나. 노동3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즉각 폐기하라!
하나. 정부는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도록 모든 책임을 다하라!
진짜 사장과의 교섭은 하청 노동자들이 수십 년의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다. 민주노총은 이 권리가 종이 위의 문구로 남지 않도록, 원청교섭이 모든 현장에서 실현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원청교섭 쟁취하자!
노조법 시행령·해석지침 폐기하라!
반노동 반헌법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 폐기하라!
2026년 10월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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