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총무부장이 22일 “전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수단들은 임무대기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한국 확성기들도 수일 안으로 대기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이후 세차례 이어진 김여정 부장의 대남 위협 발언으로 남북 긴장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는 소통 채널 확보가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김 부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내에서 우리의 목적에 따르는 국경 영구화 공사는 어김없이 성과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반응을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경이 요새화되면 조한(남북)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현저히 낮아지고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자신들의 국경 요새화 작업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이 작업을 남쪽이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은 아울러 “만약 병적인 객기로 순간이나마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실수라도 범한다면 그때에는 모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엄청나게 부서지고 깨지고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이는 남쪽 책임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그는 이날을 포함해 지난 19일과 21일 등 최근 세차례나 남쪽을 향해 확성기 방송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경화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1일 담화에서는 국경화 작업이 “국가수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명령”이라고 밝히고, 자신이 직접 비무장지대(DMZ) 안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진행 중인 국경 요새화 작업 현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김 부장이 연속해서 남쪽을 향해 경고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남북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김 부장은 이날 “새로운 대응수단과 대한국 확성기가 대기태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일과 21일 담화에서도 확성기 재개를 언급했다. 우리 군은 그가 언급한 ‘새로운 대응수단’으로, 올해 들어 북한이 전방군단에 배치했거나 배치하겠다고 밝힌 600·240㎜ 방사포, 155㎜ 자주포(사거리 65㎞ 연장탄), 전술미사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등을 꼽았다.
다만 김 부장은 새 대응수단과 확성기에 대해 ‘대기상태’라고 언급하면서 강경 발언 속에 수위를 조절했다. 이는 북한의 목적이 충돌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이자 자신들의 우선 목표인 국경 요새화 작업을 완수하는 데 있다는 점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1일 담화에서 “우리는 높은 자제력을 갖고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아직 새로운 대응수단도 배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의 새로운 무기 등이 현재 설치되는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부장의 메시지가 긴장은 끌어올리되 당장 대응 군사행동은 하지 않으며 완충 공간을 두는 북한식 상황 관리로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정부는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설치할 경우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을 명시하지 않으며 상황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실제로 대남 확성기를 설치했을 때 대칭적으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할 것도 검토하느냐’는 물음에 “북한이 뭔가를 한다면 우리도 당연히 비례적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통일부 역시 “정부 대응은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서 결정될 것이지만, 대북 확성기 문제를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우발적 충돌 우려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김 부장이 전날 “10월 중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가 전 국경선에서 가동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가 이날은 ‘임무대기’라고 표현한 것은 북한 역시 나름 상황을 절제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김 부장 담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언급하며 남북대화 재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혀왔다. 맞대응할 경우 통제하기 힘든 ‘강 대 강’ 국면으로 흘러가면서 남북 관계 구상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로선 지뢰 사건 이후 높아진 남북 간 긴장도를 전체적으로 낮추는 게 먼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김 부장의 담화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우발적 충돌을 막는 연락 채널 복원이 우선이라며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북한 사이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1일 지뢰 폭발 이후 북한은 유엔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북한과 유엔사 채널을 적극 활용해 오인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고,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에 대한 사전 상호 통보 제도화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용근 전 국방부 대북정책관도 “북한군은 유엔사 통신선을 통해 국경선 공사 내용을 통보하고 한국군의 경고사격 중지를 요청하는 등 유엔사를 비무장지대 관리 주체로 활용하고 있다”며 “남북 간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유엔사-북한군 간 장성급 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나래 권혁철 서영지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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