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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로 돌아보는 2013년, 상반기 편

검색어로 돌아보는 2013년, 상반기 편나로호, 핵실험, 해킹, 안철수, 윤창중, 에드워드 스노든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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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30  02: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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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보내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검색을 해온 검색어 전문가 김민하 기자가 2013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검색어를 정리해본다.

1월 ‘나로호’

나로호는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제작된 우주발사체이다. 로켓 1단은 러시아, 2단은 국내 개발진의 기술로 만들었다. 2009년부터 총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발사에 성공하였다. 2009년 1차 발사 때에는 인공위성 덮개인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2단 로켓이 늦게 분리되는 등 상대적으로 무거워진 무게 때문에 궤도에 진입을 하지 못하였다. 2010년 2차 발사 때는 폭발사고가 났다. 2012년 말 3차 발사 시도를 했지만 역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고 발사를 강행해 2013년 1월 결국 성공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로호 발사를 강행한 이유가 있다. 2013년 1월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나로호를 발사하지 않으면 차기 정권에서 발사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임기 초부터 악재의 부담을 지게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임기 초반에 나로호 발사에 실패하면 모양이 나질 않는다. 부담을 차기 정권으로 떠넘기지 않겠다는 선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 우주로 발사되는 나로호. (연합뉴스)

나로호에는 나로과학위성이 실려 있다. 우리가 만든 부품들이 우주에서 잘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음식도 직접 먹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듯이, 우주 부품도 우주에서 실험을 해봐야 한다. 나로호 발사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정부는 나로과학위성을 활용해 발사 비용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나로호 이름의 기원. 전남 고흥에 나로도라는 섬이 있는데 내나로도 외나로도로 나눠진다. 외나로도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는데 거기서 우주개발연구를 많이 한다. 그래서 나로호다. 좀 썰렁한 이유다.

2월 ‘핵실험’

2013년 2월 12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감지됐다. 지진파를 분석해본 결과 인공지진이라는 결론이 났고, 그 외 정보를 검토한 결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밝혀져 엄청난 혼란이 벌어졌다.

북한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왔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고립이 심화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후 핵 보유 국가가 되면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으로 반복된 핵실험을 하고 있다.

   
▲ 3차 지하 핵실험 성공에 좋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연합뉴스)

이러한 방침은 김정일 시대를 지나 김정은 시대로 왔어도 변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일부 개혁개방 정책을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이는 지난 3월 김정은 정권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적으로 채택함으로써 재차 확인된 바 있다.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경제가 어려웠으나 이제 김정은 시대에는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선전을 하면서도 핵무기만큼은 포기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너무나 무시무시한 위력의 무기이다. 강한 폭발력도 문제지만 방사능 피폭으로 몇 세대에 걸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악마의 무기이다. 북한이 이런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핵실험을 반복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전쟁이 나면 할 게 거의 없는 공익근무요원 출신으로서 간곡히 말하는데, 제발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3월 ‘해킹’

역시 북한과 관련돼있는 검색어, ‘해킹’이다. 2013년 3월 20일 주요 방송사와 일부 금융권의 컴퓨터가 해킹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악성코드에 의해 하드디스크 등이 손상돼 컴퓨터가 부팅되지 않는 상황이 속출했다. 혼란 끝에 정부가 조사에 나섰고 결국 이 모든 것이 북한의 정찰총국이 저지른 일이라는 게 밝혀졌다.

방송국과 은행은 전산망을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 방송국의 경우 큐시트를 손으로 작성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은행의 경우 계좌이체 등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급한데 이체가 안 되면 정말 속이 타들어간다.

   
▲ 해킹으로 마비된 YTN 전경. 컴퓨터 화면에 오류메시지 등이 보인다.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무슨 일만 일어나면 북한 탓이라고 한다며 비꼬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2009년 7월과 2011년 3월의 디도스 공격, 같은 해 4월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등을 모두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북한 소행이라는 결정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면 앞으로 북한의 사이버테러를 막는 게 어려워지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일부 의문의 여지를 남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 측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므로 함부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해킹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투철한 보안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너무 최첨단 전산망에 의존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한 번 쯤은 해볼 만 하다. 보안을 위한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피해 줄일 수 있어야 하겠다. 특히 웹 서비스 제공자가 개인정보를 너무 쉽게 요구하고 무분별하게 저장하는 것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차츰차츰 바꿔나갔으면 한다.

4월 ‘안철수’

2013년 4월 24일 치러진 서울 노원구 병 지역구 재보궐선거에서 60.46%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안철수 의원이 당선됐다. 이로써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야권 단일 후보직을 양보한 이후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에 나서는데 성공하게 됐다.

당시 노원 병 재보궐선거에 새누리당에서는 허준영 후보가 출마했고 지금은 정의당이 된 진보정의당에서는 김지선 후보가 출마해 각각 32.78%, 5.73%를 득표했다. 특히 김지선 후보는 원래 노원구 병 지역구 의원이었던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이어서 기대를 모았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득표를 했다. 허준영 후보의 경우 경찰청장과 코레일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17대 총선에도 출마했는데, 노회찬 당시 후보에게 패배한 바 있다.

   
▲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부인인 김미경 교수. (연합뉴스)

노회찬 당시 의원의 의원직 상실 이유도 화제가 됐었다. 노회찬 전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는 바람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2005년에 과거 안기부의 이른 바 삼성X파일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으로부터 불법적인 자금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까웠다.

당시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의 지지까지 얻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와 안철수 의원이 여야 지지층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대안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위원회’를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인데 어떤 인재를 얼마나 영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다.

5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까지 가서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전격 경질된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시 미국 순방에 큰 오점을 남긴 일이 됐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귀국 과정에 대해 본인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진실공방을 벌이는 코미디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이남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퇴를 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이와 같은 활약상은 12월 19일 중국의 신화통신이 세계 8대 굴욕사건의 하나로 꼽기도 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 사건 당시 신상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이 사건은 청와대 인사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기도 한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임명 당시에도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야당은 “어처구니없는 인선”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언론인으로 재직하던 당시 칼럼과 퇴직 후 블로그를 통해 남긴 글들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편향적이었다는 이유다. 대통령인수위 수석대변인을 맡았을 때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인사명단을 밀봉된 봉투에 넣어 기자들 앞에서 개봉해 깜깜이 인사라는 비난을 초래하기도 했다. 공동대변인을 맡았던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나 이남기 당시 홍보수석과의 갈등설이 보도되는 등 청와대 조직 내에서도 이런 저런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반복되는 인사실패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소위 수첩 인사 스타일 덕분이라는 말이 많다. 대통령이 직접 눈여겨 본 사람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체계적인 인사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국무총리, 정권 출범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12명의 고위직 공무원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는데 대개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들이 많다. 이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올드보이로 불리는 안정적 성격의 인사들이 전면에 나선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6월 ‘에드워드 스노든’

2013년 6월 6일에 미국의 정보기관인 CIA와 NSA에서 일했던 컴퓨터 기술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통화 감찰 기록과 무작위 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PRISM 등의 기밀사항을 영국의 가디언지를 통해 폭로했다. 미국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대중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폭로에 대해 스노든을 배신자로 지목했고 스노든은 13개국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러시아가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했다.

   
▲ 전 세계적 차원에서 올해의 인물이 된 에드워드 스노든. (연합뉴스)

스노든의 폭로 내용 중에는 미국이 우방국들에 대한 도청을 감행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유럽의 프랑스, 독일, 스페인,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 등이 도청 대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도청도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기문 총장 측은 올해 유엔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이를 풍자한 동영상을 공개해 우회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청 대상국이면서 동시에 NSA에 중국에 대한 도감청에 협력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최첨단 시스템을 동원한 도·감청은 애초에는 정보를 수집해서 9.11 테러와 같은 비극을 사전에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정보기관의 덩치가 계속해서 커진 것도 이 때문인데, 정보를 많이 갖고 있으면 당연히 국제관계에서 타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이점이 이후 더욱 부각된 것이다. 서구 사회의 경우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냉혹한 국제질서 앞에서는 이조차도 쉽게 무시되는 현실을 보여줬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상에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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