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 씨의 유족들이 금주 내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박 후보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해 박 후보측에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고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태 씨의 유족인 5남 영철 씨와 6남 영찬 씨는 5일 오후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정치적으로 휘말리고 싶지 않아 (기자회견 이후) 열흘 넘게 박 후보 사과를 기다렸으나 적반하장으로 잘못된 사실을 유포하고 있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며 박 후보를 고소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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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5일 오전 정수장학회를 찾은 고 김지태 씨의 아내 송혜영 씨(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언론노조 |
정수장학회 헌납 당시 강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을 때인 지난 10월 21일 박근혜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김지태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은 분이었다”, “4·19부터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분노한 시민들이 집 앞에서 시위를 할 정도였다”, “(김지태 씨가) 처벌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 헌납의 뜻을 밝혔던 것이다” 등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영철 씨는 “금주 내로 박 후보의 공식 사과가 없다면 사자명예훼손으로 대응에 나설 생각이며 이미 법적 검토는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또 영찬 씨는 “박 후보는 전 국민이 보는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사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 자식 된 도리로서 용납해서도 안 되고 (법적 대응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특히 영철 씨는 “아버지를 두고 부정축재자라 하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과 똑같다”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김 씨는 이어 “분노한 시민들이 집 앞에서 시위를 했다”는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내가 당시 집에 있었지만 집 앞은 조용했다”며 박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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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 씨(오른쪽)와 그가 세운 부산문화방송 사옥 |
영철 씨는 “만약 정경유착을 통해 부정축재를 했다면 왜 자유당으로부터 탄압을 받았겠나. 자유당과 친했다면 왜 부산일보와 부산문화방송에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의 사진을 실었겠느냐”라고 반문하고는 박근혜 후보의 ‘부정축재자’ 주장을 일축했다. 김지태 씨는 4·19혁명 당시 부정축재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선 부정축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철 씨는 또 “만약 박정희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모함을 당했다면 박근혜 후보는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법적 대응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유족들은 또 김지태 씨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수년간 근무한 경력을 두고 ‘친일파’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영철 씨는 “아버지가 상고를 나왔고, 성적순으로 회사에 들어갔다. 당시엔 일본인 회사가 아니면 갈 데가 없었다. 그곳(동양척식주식회사)이 조선인을 수탈하려고 만든 곳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아버지로선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부친이)친일파처럼 적극적으로 협력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고법은 지난달 28일 1심에 이어 김지태 씨가 재산헌납 과정에 강압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사혁명정부의 다소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중앙정보부가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지 않으면 김 씨나 가족 등의 신체와 재산에 어떤 해악을 가할 것처럼 위협하는 위법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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