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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목사 신부의 전격 <잡설>

스님 목사 신부의 전격 <잡설>

 
조현 2012. 11. 07
조회수 542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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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목사, 도법 스님,김인국 신부(왼쪽부터)

 

 

 

종교계에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세 ‘입’이 만났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치 아픈 현안들을 풀어내고 있는 도법 스님, 미국에서 20년간 목회하고 성공회대에서 가르치는 김민웅 목사, 고통 받는 이들의 벗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다.

 

 <기독교사상> 주간을 그만두고 꽃자리 출판사를 차린 한종호 목사가 마련한 대화를 통해 <잡설>을 출간한 세 종교인이 6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다시 만났다. <잡설> 다섯째 마당 중 종교마당엔 김기석(서울 청파교회) 목사와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함께 했지만 이날 만남은 함께 하지않았다. 스님과 목사 신부는 자리에 앉자마자 입심이 작렬한다.

 

 김 신부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패러디해 “종교인이 뭐라고 하면 ‘종교 너나 잘 하세요’그런다”고 하자, 도법 스님이 “그러니 종교가 먼저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에 김 목사는 “그냥 버리고 가야하는데 살려주니, 사라져야 할 게 안 사라지는 거 아니냐”고 따진다. 명불허전인 이들의 입에서 나온 ‘잡설’을 주워담아 네가지 퍼줄로 맞춰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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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을 맡아 대담을 이끈 김민웅 목사

 

 

 

 ◇힐링, 번지수 제대로 찾고 있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캠프가 따로 있지만 다 한 캠프 출신이잖아요. ‘힐링캠프’라고. 그런데 그곳은 힐링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갈 수 없는 곳이잖아요. 성공한 사람들 뒷담화하는 곳이지.”

 

 김 목사는 이상한‘힐링캠프’를 꼬집자, 도법 스님은 “달나라의 계수나무에서 토끼를 찾듯이 환상을 좇아 자꾸 행복타령을 하면서 이게 안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며 힐링 현상을 질타했다. 이에 김 신부는 “세상엔 단순하고 소박한 흙길도 있어서 한 번 그렇게 살아보면 ‘왜 그렇게 미련하게 살았을까. 이렇게 살면 쉽고 재미있는걸’할 수도 있는데…”라며 욕망과 환상만 쫓으며 고통받는 현상에 맞장구를 쳤다.

 

 김 목사는 개인적인 고통에 대해 ‘세상’에 눈을 뜨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도대체 누가 이토록 우리를 아프게 하느냐”고 물었다. 김 신부는 “그에 눈감은 채 킬링 주체에게 힐링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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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

 

 

 

 ◇지금 한국인은 ‘공감’마비 증후군?

 

 “지금 한국 사회는 누군가 아스팔트 위에 쓰려져 있는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달리는 식이다.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동료 시민이 누워있으면 먼저 ‘잠깐!’하고 소리쳐서 눈먼 질주를 막아 세워야하는데 말이다.”

 

 김 신부의 호소에 김 목사는 “그럴 때 사람들이 막 몰려가서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한거야? 저 놈이야?’이래야 겁을 먹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신부는 “시인들이 당신이 다음에 내릴 역은 용산참사역’이라고 했지만, 함께 싸워주기는 커녕 강 건너 불구경도 안해준다. 불편해서 그런 줄은 알지만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요즘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유아성범죄와 학교 폭력 뿐 사회 구조적 문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학교 폭력 학교 폭력 하는데 한 번 벌에 쏘이면 평생 가는 것이 ‘학벌’인데 그런 구조 자체가 폭력 아니냐”고 물었다.

 

 김 신부는 “요즘 가톨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인물이 이태석 신부인데, 아프리카에서 헌신하다 숨진 이 신부가 한국에 있었다면 돌볼 현장은 외면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신부는 또 “이 정권에서 수많은 심청이가 4대강에서, 용산에서, 쌍용차에서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데, 이제 심봉사가 눈을 뜰까”라고 물었다. 대중들의 각성에 대한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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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이상을 보여주라

 

 당면한 대선과 관련해 박근혜 후보의 어머니인 육영수씨의 고향 옥천의 성당 주임인 김 신부는 “박근혜에게 열광하는 민심과 안철수를 소방수로 불러낸 민심을 따로따로 본다”며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갈 때도 눈물 흘리는 민심이 있는가하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고 악을 쓰던 민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잡설은 안철수 현상이 공부도 잘하고 의사고 성공한 모델이라서 이를 닮고 싶은 대중적 성공 욕망에서 비롯됐다는데서 시작했다. 김 목사는 “성공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을 보고 성공에다 착하기도 해야할 것 같아서!”라고 부연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안철수가 등장해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야권이나 진보진영이 ‘해보자,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만들었다. 정치 안하겠다는 박원순, 안철수, 문재인 같은 사람들을 끌어낸 것은 크게 평가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나왔다. 김 목사는 “지식인들이 지식용역만 할 게 아니라, 노무현 정권이 삼성과 손잡고, 햇볕정책을 후퇴시키고, 자본과 권력을 시장에서 강화시키는 정책을 펼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게 한 문제점을 비판하고 문 후보도 이를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 교회가 격렬한 논쟁 끝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란 표어를 선택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부자 편에 서고 말기 때문”이라며 “안 후보가 ‘융합’이란 추장적인 표현으로 양쪽을 다 아우르겠다고만 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인물’이 아닌 ‘가치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 목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가치를 이야기 해야 할 때”면서 “이제 사람들은 단순한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두 후보의 실력과 품격을 보고 싶어 한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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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김민웅 목사와 도법 스님, 김인국 신부(왼쪽부터)

 

 

 ◇문제를 어떻게 풀까

 

 혼자 은둔해 눈감고 깨달음이나 구원을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통 받는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한다는 데 이들은 동의했다.

 

그러나 방법론에선 차이가 있었다. 인도의 간디 제자 비노바 바베가 지주들에게 토지를 헌납받는 운동을 전개하며 ‘모든 사람에겐 열고 들어갈 문이 있다’고 한 말에 대해, 김 신부는 이의를 제기했다. ‘김진숙씨가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니까 한진중공업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입을 싹 씻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보고 있지않느냐’는 것이다. 김 신부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해서 하나 주고, 둘 주고 했더니 계속 내놓으라고 해서 남아난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돈(자본)엔 우리가 잡고 들어갈 문고리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도법 스님은 “나는 회생분자여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자’는 주의”라면서 “어떤 문제를 다룰 때 적대적 관점에서 승부를 내 싸워서 이기느냐 지느냐는 논리로 결론을 내리려고 해서는 절대 해답이 나올 수 없으니 승부가 아닌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해결이 되려면 서로가 수긍이 되고 동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대충 얼버리고 없는 것으로 치고 넘어가는 게 문제”라면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도 은폐한 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가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도법 스님은 대화에 응해준 인도의 지주들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과 현 ‘자본’들은 아예 대화 상대를 해주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승부에선 웃는자가 있으면 우는 자가 있으므로 함께 대화하며 해결점을 찾아가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목사는 ‘기득권’에 대한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개평이나 나눠주라’는 게 아니고. ‘당신이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지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책임지고 봉사하라고 있는 것이라는 걸 보다 분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 종교인의 잡설은 오는 11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카페 벙커온 북콘서트에서 재개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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