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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 인터뷰

“나를 불법수사했던 검사들 목소리 듣고 싶습니다”

등록 : 2014.02.13 20:19 수정 : 2014.02.1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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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 인터뷰
“소회 다 말하려면 몇시간 걸려
이 사건에 관여한 검사들
어떤 형태로든 유감 표명해야
사법부·검찰 반성할 기회”

2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강기훈(50)씨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잠시 주춤했다. 짧은 순간, 통한의 세월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유죄 선고를 받았을 때의 느낌이 또렷해요.” 무죄 선고 직후인 13일 오후 3시 법정 앞에서 만난 강씨는 “이 선고가 전국민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재판은 이제 내 재판이 아니에요. 더이상 내 개인적 불행이 아니라 1991년 이후 이 사건에 관심을 가졌던 모든 국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 당사자보다 더 아파했던 주변 사람들 모두의 것입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으로 삶이 뒤틀린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 판결로 그분들의 아픔에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판부가 어떠한 유감의 표시도 않는구나 싶었다”는 말도 했다. 과거 사법부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판결을 기대했지만 재판장은 건조하게 판결문을 읽어내려갔다. 강씨는 “사법부와 검찰이 과거에 잘못한 일을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할 때 오히려 권위가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이라는 게 객관적 사실 혹은 진실을 전부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이번 판결은 과거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13일 서울고법 505호 법정에서 강기훈씨가 선고를 듣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 있다. 법정은 촬영이 금지돼 있어, 현장에서 선고 당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mayseoul@naver.com

함께 기자회견에 선 함세웅 신부는 이제 남은 과제는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오늘을 계기로 검찰 쇄신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많은 공안 사건이 있었지만 이 사건은 검찰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다른 권력기관이 지휘하고 검찰이 꼭두각시 역할을 했던 다른 사건과 비교할 때 의미가 더 크다. 검찰 전환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도 검찰에 대한 소회를 밝혀달라는 질문에 “다 이야기하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 이 사건에 관여한 검사들 모두 어떤 형태로든 유감 표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 결과보다도 자신을 수사했던 검사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했다. 강씨는 “당시 내게 욕했던 시민들, 잘못된 필적감정을 내린 전문가들도 사실상 검찰에 의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23년 전의 시대 상황과 현재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당시 자살한 김기설씨에 관해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강씨는 “이 사건으로 나는 갑자기 잡혀 들어갔고, 그 사람은 유서도 못 쓰는 사람이 됐다. 동료들은 오명을 뒤집어썼다. 오늘 재판을 통해 모두의 한이 풀리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씨는 당시 필적감정을 했던 국과수 감정위원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은 없다.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상상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무죄 선고가 난 만큼 판결이 확정되면 형사보상도 신청할 계획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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