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수도자들은 강력하게 외칩니다.

 
남녀 수도자 시국미사, “정의 위해 기쁘게 순교” 다짐3일 예수회센터에서 수도자 600여 명 참여
다음 시국미사는 10일 광주대교구에서 봉헌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2.03  19:24:4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정현진 기자

“다시 결연하게 선언합니다. 우리의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외침을 악의에 찬 왜곡과 편향된 이념의 시각으로 우리의 신앙을 박해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서 두려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순교하겠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정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것을 한없이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가 2월 3일 오후 3시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미사는 지난 2013년 8월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올바른 진상규명과 국가정보원 개혁,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남녀 수도자 시국미사 이후 두 번째로 6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 남녀 수도자들은 미사에 앞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국선언과 미사에도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으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더 이상 하느님의 정의와 이 땅의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침묵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의 양심에 따라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 정의를 외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 이날 미사에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600여 명이 참여했다. ⓒ정현진 기자

강론을 맡은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적 선거 개입이 일어나게 된 맥락을 성찰하면서, 이런 범죄 행위가 권력 상층이 아닌 평범한 이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조 신부는 선거 개입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일선 공무원들은 “무비판적인 자발적 복종이 내면화된 이들을 키워내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지적하면서,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것도, 옆 사람을 살피는 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앞만 보고 뛰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재 시절 고문을 행했던 이들이나 나치에 복무했던 이들이 얼마나 평범한 이들이었는지 상기하면서, “평범한 이들의 의식 없는 행위가 악이 되는 ‘악의 평범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절망”이라며 “이런 어두운 우리의 현실에서 수도자,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물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둠의 현실에서 예수와 같은 방식으로 현존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모든 것이 되었고, 하느님께 순명하며 가난해졌고, 불의에 맞서 고난을 감수한 것입니다.”

조현철 신부는 “더러운 영을 쫓아낸 예수의 일화를 보면, 예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악의 세력이 스스로 그 정체를 드러내고 사라진 것뿐”이라고 설명하면서, “예수가 한 것은 단 하나, 더러운 영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빛으로 그 가운데서 현존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 신부는 “예수의 방식대로 빛으로 존재하는 것은 오늘날, 무비판적 복종과 수용에 익숙해진 현실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우리 자체가 빛으로 존재한다면 어둠은 물러갈 것이고, 세상과 사람을 흔드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현진 기자

이 미사에 참석한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를 ‘봉헌생활자의 해’로 지정하면서 수도자들에게 “세상을 잠에서 깨우라”는 주제를 내걸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에 참여하는 바탕은 윤리가 아닌 영성이며, 영성을 가진 수도자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교회도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염 전 대사는 교황이 말했듯이 작은 애덕에 안주하고 소비적 영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사랑으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수도자들 스스로 주체로 나서고 평신도들도 깨어 함께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장동훈 신부는 “역사는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이뤄진 것 같지만, 정작 작고 소박한 이들이 만든 것”이라며 “국민이 잠시 나라의 통치를 맡긴 임시공무원(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 때, 그를 해고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 신부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육화 사건이 2000년이 지난 후에 비로소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시련은 우리를 단련시키고 비판과 모욕은 우리를 정화시킬 것이다. 참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육화 사건을 체험하는 데 동참하자”고 독려했다.

남녀 수도자들은 미사 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이를 위한 즉각적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도덕성과 윤리성의 투명함을 지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짓말로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연이은 공약 파기로 민생파탄을 야기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총체적 관권 부정선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라고 요구하고, 관권 부정선거의 또 다른 핵심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대선 불법 개입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미사가 봉헌된 예수회센터 앞에는 50여 명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또 미사 중에는 성당 진입을 시도해 이를 막는 이들과 소동을 빚기도 했다.

다음 시국미사는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열릴 예정이다. 미사는 10일 오후 2시 광주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봉헌된다.

   
▲ 미사에 앞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 50여 명이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입구에서 시국미사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정현진 기자
성명서 전문
"불의한 것을 지껄이는 자는 반드시 탄로 나고
징계하는 정의가 그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다." (지혜 1,8)

지난 해 8월 26일, 한국 천주교회 수도자들은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으로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 (루카 19,40) 라는 성경구절로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올바른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비통한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수도자들은 강력하게 외칩니다. "불의한 것을 지껄이는 자는 반드시 탄로 나고 징계하는 정의가 그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다." (지혜 1,8)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함께 깊이 회개하고 스스로 대통령 직무수행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화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국 새로운 한해를 맞이했는데도 정화는커녕 오히려 의혹만 더 불러일으키는 그릇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귀한 피로 숭고한 생명을 바쳐가며 이뤄낸 민주주의의 역사적 과업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 수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을 비롯한 국군 사이버 사령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기대하며 깊은 인내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도자들만 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한 채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조직적이고 대대적인 관권 부정선거를 계속한다면 민주주의 뿌리인 우리의 소중한 투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상 일당독재와 영구집권을 가능케 한 지금의 반민주적인 구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라도 우리의 신성한 참정권을 훼손할 수도 짓밟을 수도 없습니다. 관권 부정선거로 더럽혀진 우리의 거룩한 참정권을 수호하고자 합니다.

이번 대선 불법 개입의 주역이자 배후인 국정원은 자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엄정하게 수사를 해온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캐는 등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망각한 채 수사 방해와 정치공작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정부와 국정원은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그리고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철저히 방해하며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는 국정원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과 희망을 처절하게 짓밟은 것으로 지금의 국정원은 개혁이 아닌 해체함이 마땅하며, 이로써 자기의 뼈를 깎는 아픔과 회심으로 새롭게 태어나 다시는 민주주의를 훼손케 하는 비열한 정치공작과 정치개입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하느님께 삶을 오롯이 봉헌한 이들입니다. 우리가 봉헌하고자 하는 삶은 불의한 세속이 아니라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 그 세상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하며, 모든 이가 공동선에서 소외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시 한 번 결의하며 결코 하느님의 정의가 죽지 않았음을 온 마음으로 기도하고 온 몸으로 그 정의를 세상 안에서 증거 하고자 합니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적극적인 동조이며 그 침묵이 일터에서 쫓겨난 해고노동자들, 부당한 국책사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 그리고 이 땅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절규하게 만들었고 그 아픔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하느님의 정의와 이 땅에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침묵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의 양심에 따라 진실하고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우리 수도자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고 천명한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정원의 적극적이고 불법적인 개입을 통해 당선이 되었기에 결코 정상적일 수 없습니다.

또한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도덕성과 윤리성의 투명함을 지녀야함에도 불구하고 거짓말로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이은 공약파기로 민생파탄을 야기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총체적 관권 부정선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마땅히 사퇴해야 합니다.

아울러 관권 부정선거에 또 다른 핵심 축이며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공무원과 군인의 정치적 중립을 무시하고 대통령 선거에 불법 개입한 국정원장, 사이버사령관, 보훈처장 등 관계기관의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진상규명과 공정 수사를 위해서 즉각 특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결연하게 선언합니다. 우리의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외침을 악의에 찬 왜곡과 편향된 이념의 시각으로 우리의 신앙을 박해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서 두려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순교하겠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정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것을 한없이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2월 3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