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통일 되면 만난다. 같이 살 수도 있고... 신심을 가지라”

 
'작별 상봉', 영원한 생이별에 금강산은 눈물바다이산가족 1차상봉 마무리, 2차 상봉단 속초로 집결
김치관 기자/금강산 공동취재단  |  ckkim@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2.22  13:11:28
트위터 페이스북
   
▲ 22일 오전, 설 계기 이산가족 1차 상봉을 마치고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오르자 북측 가족들이 손을 흔들며 환송하고 있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앞으로 이렇게 만나는 게 아니라 통일이 되어서 삼촌네 집에 가고 조카네 집에 가고...”

‘작별 상봉’, 2박 3일 간 꿈결같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설 계기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60여 년 만에 극적으로 만난 가족들이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영원한 이별을 고하며 오열을 터트렸다.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금강산 호텔에서 마지막 작별 상봉을 가진 이산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올라 떠나고 북측 가족들이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며 말그대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작별 상봉장은 마지막 만남이란 생각에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눈물을 흘리는 상봉자들이 많았다. 서로 건강을 당부하며 사진을 교환하고 가족의 이름과 나이를 적는 등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는 착잡한 모습이었다.

   
▲ 납북어부 박양수 씨와 동생 박양곤 씨가 꾹꾹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마지막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이오환 할머니(84)는 울다가 결국 실신, 상봉 마감시간 30여 분을 남기고 상봉장 옆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서 안정을 취하다 결국 호텔 객실에 몸져눕고 말았다.

이명호 할아버지(82)는 북측 동생 리철호 할아버지(77)의 손을 잡으며 “내 안 울려고 했다. 살아줘서 고맙다. 몸 건강히 해라”라며 울먹였다. 이 할아버지의 부인 한부덕 할머니는 “오늘 아침부터 방에서 계속 우신다”고 안타까워했다.

표보쾌 할머니는 두 동생의 손을 맞잡고 “형제끼리 친하게 살아야 한다. 형님 집에 많이 찾아가고 가족끼리도 내왕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동생 표달문 할아버지는 “내가 몸이 늙어서 아들을 많이 보낸다”고 안심시켰다.

납북어부 박양수 씨의 남쪽 동생 박양곤 씨는 “형님 건강하십시요”라면서 아들 종원군과 함께 큰 절을 올리면서 오열했고, 형수 순녀 씨가 “삼촌, 진정하세요. 건강하세요”라며 다독였다.

박양수 씨는 “통일 되면 만난다. 같이 살 수도 있고... 신심을 가지라”고 말했고, 양곤 씨는 “형님 한 분 돌아가시고 한 분을 만났는데... 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고 울먹였다.

42년만에 다시 만나 기약없는 이별을 하는 형제는 꾹꾹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얼싸안고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가족이 아니라며 전날 오후 단체 상봉에도 불참했던 전시납북자 최남순 씨는 북측 동생 3명에게 “아무리 봐도 아버지가 아닌 것으로 생각됐다”며 “하지만 친남매 같이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니 편해졌다.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좋게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다”고 말했다. 최 씨는 작별 시간이 오자 여동생 덕순 씨와 두 남동생들과 손을 꼭 맞잡아 잘 살라고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 마지막 체온을 나누는 가족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가족을 떠나 보내는 북측 가족도, 버스에 오른 남측 가족도 손을 흔들며 눈물을 훔쳤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박태복 씨의 여동생 박춘순 씨는 상봉이 곧 끝난다는 방송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며 오빠 손을 꼭 잡고 “오빠가 건강해야 우리 또 만나요. 몸조심해야 해요. 이제 생사 여부는 알았으니까요”라고 말하고 “오빠는 나의 아버지 모습이어요. 통일 되는 날이 멀지 않았어요. 몸 관리 잘 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작별 상봉을 마치고 10시 15분 경부터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오르자 북측 가족들이 열리지 않는 버스 창에 바짝 다가서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한 남측 상봉자는 ‘이모님 화순아 나중에 꼭 보자’라고 쓴 종이를 차창에 댔으며, 박재춘 씨 조카 2명은 큰 아버지와 마지막 순간에도 체온을 나누려는 듯 차창에 손을 맞댔다.

추운 날씨에도 북측 가족들은 차량 밑에 서서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북측 ‘보장성원’들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두 손을 깍지 낀 채 남측 가족들에게 들어보는 북측 가족의 모습도 눈에 띄었고, 남측 가족이 하트를 그리자 어리둥절하다가 기자들에게 그 뜻을 묻고 하트 모양을 그려 화답하는 북측 가족도 있었다.

북측 한 할머니는 “오빠 건강하세요”, “꼭 통일 돼서 우리 또 만납시다”라고 외쳤고, 10시 20분 경 남측 버스가 떠났지만 북측 가족들은 아쉬움에 발검음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울기만 했다.

   
▲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가족을 태운 버스가 떠나고 북측 가족들도 10시 30분경 버스에 올랐고, 행사를 진행하는 남측 직원들과 의료진도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진행된 설 계기 이산가족 1차 상봉이 고령자들의 건강 문제 외에는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으며, 82명의 남측 가족은 오후 1시경 북측 출입경사무소(CIQ)에서 남쪽으로 출발했으며, 이 중 5명이 속초병원으로 직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가족들은 속초에 도착하면 각자 귀가한다. 

한편, 2차 상봉은 북측 88명이 찾는 남측 가족 357명이 만나게 되며, 남측 가족들은 22일 오후 속초에 집결해 1박 한 뒤 23일 오전 8시 숙소를 출발해 금강산으로 향해 오후 3-5시 첫 전체 상봉에 이어 7-9시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하는 환영만찬을 갖는 등 2박 3일 간 상봉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고령 상봉자들이 많은데 2박 3일 일정이 매우 피곤하신 것 같다”며 “짧은 기가에 만나니까 만나는 기회를 늘려야 하는데 건강을 생각하면 너무 늘릴 수도 없고... 이것은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산가족 면회소가 있는데 거기 가면 숙박상봉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산상봉을 거기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산가족 면회소는 아직 시설 내의 비품 등이 완비되지 않아 2차 상봉에서는 면회소의 대강당만 사용할 계획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