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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3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 김정은 체제 본격화


김영남.박봉주.최룡해 건재..노장청 조화와 체제 안정화에 방점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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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09  23: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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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첫 대의원 선거가 치러진 뒤,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가 9일 개최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추대하는 등 국가기관 주요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원로그룹이 대부분 유임되고,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는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정남, 최부일 등이 위원에 선출됐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회의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대의원 687명 중 666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국가지도기관 선거, 2013년 국가예산집행 결산과 2014년 국가예산 승인 및 채택을 다뤘다.

회의 결과 최고인민회의 경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에 김영남, 부위원장 양형섭, 김영대, 명예부위원장 김영주, 최영림, 서기장 홍선옥 등이 유임됐다.

위원은 김양건, 태종수, 전용남, 현상주, 리명길, 김정순, 김완수, 류미영, 강명철, 강수린, 전경남이 선출됐다.

또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최태복이 유임됐으며, 부의장에 안동춘, 리혜정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강수린과 홍선옥이 부의장이었으나, 강수린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으로, 홍선옥은 서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교체여부가 주목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유임되고, 최태복 의장도 재선출됨에 따라, 김정은 체제가 원로를 예우하면서 안정성을 꾀했음을 엿볼 수 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영남 등이 유임된 것은 원로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원칙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아직 경험 부족으로 과거 김일성 처럼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으로서 외교 전면에 나설 준비가 안된 것 같다"며 "김영남이 고령임에도 그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직에 재선출한 것은 그가 오랫동안 외교 엘리트로서 특히, 제3세계에 구축한 폭넓은 외교인맥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즉,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원로층이 앞선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대부분 재선됐고, 이같은 흐름이 이번 1차회의 인선에에도 대체로 적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에 오수용 함경북도 당위원회 책임비서가 선출됐으며, 로두철 부총리보다 앞서 호명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위원장이었던 곽범기 당 비서는 이번에 교체됐지만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예산위원회 위원에는 박영호, 계영삼, 홍서헌, 김희숙, 최영일, 박형렬이 선출됐다.

또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됐으며, 장병규, 박명철, 박태덕, 태형철, 차희림, 박명국이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최룡해 국방위 부위원장..장정남, 조춘룡 등 위원에 선출

이번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에서 주목된 것은 국방위원회 인물 구성이다.

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됨과 동시에,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제의에 의해' 최룡해, 리용무, 오극렬이 각각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됐다.

장성택 처형 이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인적 개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국방위 부위원장에 올라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이번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가 3대 핵심권력기관의 요직을 다 차지했다"며 "김정은 체제의 2인자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에 리용무, 오극렬 등 원로그룹이 국방위 부위원장에 유임된 것에 반해, 김영춘 당 중앙위 군사부장이 탈락해 2선으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측근으로서 신진그룹으로 분류되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당연직으로 위원에 올랐다는 점이다. 위원에는 박도춘 당 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유임됐다.

또한, 김격식, 주규창 등은 이번에 탈락했으며, 13기 대의원 명단에서도 이름이 빠졌던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 역시 위원에서 해임됐다.

대신, 새로운 인물인 조춘룡이 국방위 위원으로 등장, 제2경제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장정남, 김원홍 등은 당연직으로 국방위 위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며 "조춘룡은 아마도 백세봉 후임으로 제2경제위원장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김영남, 리용무 등 원로그룹을 유임시키고, 최룡해와 장정남 등으로 대표되는 측근그룹을 전진배치 시키는 등 노.장.청 조화를 통해 안정성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봉주 내각 총리 유임..리수용 외무상, 리제선 원자력공업상 선출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에서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유임되고 리수용 외무상, 리제선 원자력공업상이 선출되는 등, 내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박봉주 내각 총리 외 로두철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 김용진 부총리, 리무영 부총리 겸 화학공업상, 리철만 부총리 겸 농업상이 유임됐다.

박봉주 총리와 로두철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이 유임됨으로서 사실상 기존의 경제개선조치와 경제개발구 전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만수 전력공업상, 문명학 석탄공업상, 김용광 금속공업상, 전길수 철도상, 강종관 육해운상, 리학철 채취공업상, 리춘삼 국가자원개발상, 배학 원유공업상, 리종국 기계공업상, 김재선 전자공업상, 심철호 체신상, 동정호 건설건재공업상이 유임됐다.

그리고 권성호 국가건설감독상, 조영철 식료일용공업상, 리혁 수산상, 최광진 재정상, 정영수 노동상, 리용남 무역상, 최상건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장철 국가과학원장, 김경준 국토환경보호상, 강영수 도시경영상, 문응조 수매량정상, 강하국 보건상, 박춘남 문화상, 리종무 체육상, 김영호 내각사무장이 그대로 유지됐다.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승두는 보통교육상을 겸임하고, 태형철은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교육위원회 고등교육상으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교육개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외무상은 박의춘에서 리수용으로 교체됐으며, 상업상은 리성호에서 김경남으로, 임업상은 김광영에서 한룡국으로 각각 교체됐다. 

신임 외무상 리수용은 스위스 대사를 오래 지내는 등 외교관 출신이지만 주로 재정 분야를 담당해왔고,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경력에 비추어 해외자본 유치 등 '경제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7차회의에서 원자력공업성을 내각의 한 부처로 신설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첫 원자력공업상은 리제선 원자력총국 총국장이 선출됐다.

이 밖에도 중앙은행 총재 김천균, 중앙통계국장 리승호가 새로 교체됐으며, 장병규 최고검찰소장은 유임, 지난해 사망한 김병률 최고재판소장 자리에 박명철이 선출됐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와 내각 구성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의 노-장-청 조화를 통한 안정성 강화라는데 의미가 있다. 또한 장성택 사건 이후 정국을 안정화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강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전반적으로 원로층을 유지하고 대우하면서, 최고인민회의와 내각의 안정성을 가져왔다"며 "당의 중간간부 층을 전체적으로 등용해 노장청의 조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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