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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점점 정치인이 되어 간다

 
안철수가 점점 정치인이 되어 간다
 
 
 
임두만 | 2014-04-09 08:56: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김한길-안철수의 퇴로확보는 잘한 일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장수는 무조건 공격이라도 유사시 병력을 살릴 수 있는 퇴로확보를 잘해야 한다. 내가 그동안 줄곧 주문한 내용이다.

단식투쟁, 의원직 사퇴, 선거 전면보이콧…어떤 투쟁방식도 위험부담이 크다. 그중 가장 큰 위험부담이 ‘쇼’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극단적 방식보다 박근혜에게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않는 새누리당 탈당을 요구하는 등의 싸움을 걸라고 했다. 이 사안에서 박근혜는 당사자지 제3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안철수와 김한길은 비슷하게 했다. 특히 안철수가 청와대를 방문하면서 각을 세우자 청와대는 수석을 보내 거절했다. 명분이야 대통령이… 선거개입을 할 수 없다이지만 그걸 믿을 국민은 없다. 공약은 박근혜가 했는데 대통령이 되었다고 정당에 미루는 행위는 철저한 대국민 기만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 모든 당선자가 껄끄러운 공약을 하고 지키지 못할 때 당이 파기하면 당선자는 당의 몫이지 공직자 몫이 아니다라고 하라는 지침과도 같다.

나는 그래서 박근혜가 응답하지 않을 시나 거부할 시 행동에 옮길 두 가지를 말했었다. 하나는 기호2번을 살리는 방식, 즉 기초단체 출마자들의 공천심사위를 중앙당에 두지 않고 지역당이나 도당에게 맡겨 지역의 교통정리에 의해 단일후보가 되면 중앙당은 선관위에 인증하여 기호 2번으로 출마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었다. 중앙당 당직자나 당 대표, 유력 정치인, 계보 수장들의 공천 입김이 작용할 수 없는 방식, 즉 당권파의 기득권 포기를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 안도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끝까지 안철수의 진심을 국민들에게 전하면서 전면 무공천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두 번째 방법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장점은 두 가지 룰로 선거를 치루게 한 대통령과 여당을 국제사회에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대통령 선거공약을 파기하고 정당과 정치인 이익을 위해 전면적 공천을 한 새누리당이 선거 싹쓸이로 이겼더라도 이 승리는 국제사회나 국민들에게 떳떳한 승리가 아니다. 우리 역사에 길이길이 기록될 박근혜 정치의 흑역사다. 나는 그 같은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작전으로 전면 무공천도 하나의 작전을 될 수 있다고 봤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 선거, 혼자 뛰어서 1등한 선거, 이 부끄러운 흑역사의 장본인으로 박근혜가 기록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333줄서기 투표로 당선되었어도 이승만은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고 야당을 압박하고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국회 별관에서 야당도 모르게 새벽에 자기들만 몰래 숨어들어 3선 개헌안을 처리하고 후다닥 도망쳤으면서도 그 헌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뻔뻔함은 박정희에게 있었다. 5,000여명을 체육관에 모아놓고 그들이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박정희나 전두환은 이런 선거 방식으로 박정희 8년 전두환 7년을 집권했다.

이 뻔뻔한 세월에도 언론들은 그들을 칭송했고 그 권력을 용인하면서 밥을 먹고 권세를 얻고 출세를 했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요 국민들의 욕바가지지만 이런 것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자기들만 공천하고 자기들만 당선했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당당하게 ‘선거승리’노래를 부르고 언론은 평가라는 이름으로 용인했을 것이다.

지금 저들의 뻔뻔함을 보라. 안철수와 김한길을 찾아와서 공약당사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임에도 선거개입이므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라. 박근혜가 하지 않겠다니 안철수 너도 해라라고 쌍나팔을 부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를 보라.

박근혜가 공약을 깨도 그것이 정당하니 거기에 따르라는 언론이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니 ‘느들끼리 다 해먹어’라고 하며 야당이 공천하지 않으면 ‘이게 웬 떡이야?’하고 당당하게 아주 낼름 집어먹을 치들이 지금 집권당이다.

그렇다고 다음 선거에서 그들의 거짓말과 뻔뻔함을 표로 심판할 국민은 적다. ‘우리 지역당’인데...야당은 종북이고 자기들은 애국인데… 이 저렴한 인식으로 뭉쳐있는 언필칭 유권자들을 통하여 저들의 거짓말도 뻔뻔함도 다 세탁될 것이다.

그러니 전면 무공천 방식은 정말 위험부담이 큰 방식이었다. 당장 안철수의 퇴로확보가 나오자 거짓말을 먼저하고 공약을 먼저 깬 새누리당이 대변인도 정책위의장도 안철수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것을 보라, 결국 남은 길은 없었다. 안철수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면 남은 민주당이 전명공천을 하고 선거를 치른 뒤 패배하는 길만 남았었다. 이것이 퇴로를 만들지 않은 공격의 끝이었다.

그런데 오늘 김한길-안철수가 퇴로를 만들었다. 이제 공은 다시 국민들에게 넘어왔다. 국민들이 정작 무공천이 좋다면 공천하지 않으면 된다. 만약 여론조사가 그렇게 나온다면 안철수 주장대로 무공천으로도 선거를 이길 것이다. 국민들이 공천을 하는 것이 좋다면 안철수가 민심을 그동안 잘못 읽은 것이니 깨끗이 사과하고 국민들의 뜻을 받아 공천하면서 사력을 다해 선거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게 정치다. 안철수가 점점 정치인이 되어 간다. 정치인은 태생적으로 욕을 달고 살아야 한다. 욕이 무서우면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욕이 있는 곳이 칭찬도 있다. 자기들이 손해볼 것 같으면 욕하고 이익을 볼 것 같으면 칭찬한다. 그것이 국민이다. 그것이 정치의 상대다. 정치는 상대가 있고 정치의 소비자는 국민이다. 신사적 정치는 없다. 반대파에게 욕을 먹으면서 했던 정치가 전체국민 다수에게 유익했으면 그가 나중에 정치영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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